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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이것도 탑이야!

 

 개운사 탑
개운사 탑 ⓒ 이상기

 

대문을 들어서자 대웅전이 안채로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을 돌아 뒤안으로 가니 텃밭이 있고 그 뒤로 한 단 둔덕을 쌓았다. 그 언덕 위에 우리가 보려고 하는 개운사 4층석탑이 있다. 아니 이것을 4층석탑이라고 할 수 있나? 지붕돌이 네 개여서 4층인가?

 

그런데 안내 자료에 보면, 옥개석은 3단으로 고려 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한마디로 의문투성이 탑이다. 주변에 넘어지고 깨져 뒹굴던 탑재를 어느 신도가 현재의 장소로 옮겨 임시로 맞춰놓았다고 한다. 탑의 구조로 보아 원래는 5층석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운사 대웅전
개운사 대웅전 ⓒ 이상기

 

탑에 대해서 잘 아는 회원들도 자신 있게 주장을 하지 못한다. 탑을 보고 나오면서 대웅전 주련을 보니, 이 문에 들어오는 사람은 망념(妄念)에 빠지지 말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머릿속에 온통 망념이 가득하다. 숙제를 안은 채 우리는 다음 답사지인 성불암으로 향한다.

 

성불암 가는 길

 

우리는 주흘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성불암이 해발 500m 정도의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걸어 올라가는 신도가 있다. 그녀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차를 태워주고 싶어도 말을 붙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성불암 대웅전
성불암 대웅전 ⓒ 이상기

 

산 위로 오르니 비가 조금씩 더 내리기 시작한다. 한 2㎞쯤 올랐을까, 성불암 주차장에 이른다. 계단을 오르니 한 가운데 대웅전이 있고 그 좌우에 요사채와 선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그리고 대웅전 뒤 한 단 위에 산신각이 있다. 최근에 새로 지어진 건물들로 아주 단정한 모습이다.

 

대웅전에서는 염불 소리가 한창이다. 그래서 들어가기가 좀 미안하다. 우리는 염불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절을 살펴본다. 잠시 후 염불이 끝나 스님이 나오는데 여승이다. 그러고 보니 성불암은 비구니절이다. 우리는 스님께 5층석탑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그러자 스님은 선방으로 우리를 안내해서는 석탑에 얽힌 이야기를 해준다.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오층석탑에 얽힌 이야기

 

 성불암 5층석탑
성불암 5층석탑 ⓒ 이상기

 

성불암은 원래 문경읍 소재지에 있었다가 최근에 이곳으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자 하는 5층석탑도 그때 함께 이전했다는 것이다. 이 5층석탑은 원래 의성 고운사(孤雲寺)에 있던 것으로 인연이 닿아 1986년 성불암으로 가져오게 되었다고 주지인 혜소(慧沼) 스님이 증언한다.

 

당시에는 5층석탑과 함께 2기의 신장상도 있었다고 한다. 혜소스님은 당시 그 신장상이 가지는 의미를 몰라 그냥 방치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성불암에 머물던 스님의 붓글씨 선생에게 갔고, 경기도 지역으로 반출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5층석탑 지붕돌 추녀의 연꽃봉오리
5층석탑 지붕돌 추녀의 연꽃봉오리 ⓒ 이상기

 

5층석탑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5층석탑으로 높이가 280㎝ 정도이다. 기단은 원래 1층이었으나 최근 받침돌을 만들어 2층 기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약간의 장식을 볼 수 있다. 지붕돌 추녀 아래 부분에 보면 연꽃봉오리가 있다. 그리고 상륜부에도 연꽃 모양의 앙화가 단순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아미타 탱화를 보는 행운을

 

 아미타탱화: 가운데 아미타부처님이 앉아 있고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이 서 있다.
아미타탱화: 가운데 아미타부처님이 앉아 있고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이 서 있다. ⓒ 이상기

 

우리가 5층 석탑에 관한 스님의 얘기를 아주 진지하게 듣자, 스님은 보여줄 게 있다면서 우리를 요사채로 안내한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우리 회원들 덕분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난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꽤나 세차게 쏟아진다. 스님과 함께 가운데 방을 지나 작은 방으로 들어가니 벽면에 탱화가 하나 걸려 있다. 아미타 부처님을 그린 탱화이다.

 

가운데 아미타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렸다. 아미타부처님은 앉아서 설법을 하는 듯하고 좌우에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은 아미타불을 향해 서서는 두 손을 공손히 들어 합장하고 있다.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은 보관을 썼고 법의가 몸 전체를 감싸고 있다. 채색에 있어서도 붉은색과 초록색, 파란색과 흰색을 대비시켜 화려한 느낌을 들게 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 이상기

 

아래 기록을 보니 세존응화 2940년 계축 9월15일 운달산 김룡사에서 만들어 봉안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서기로 따지면 1913년이다. 약 100년쯤 되는 탱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느낌이 든다. 혜소 스님은 5층석탑과 이 탱화를 성불암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정말 귀한 유물을 보고 나오는데 스님은 우리에게 음료수를 한 병씩 내놓는다. 아니 우리는 맨손으로 왔는데 마실 것까지 주시다니. 우리가 한사코 사양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는 음료수를 받아 절을 나온다. 이렇게 친절하고 진정한 마음을 가진 스님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불교공부는 역시 마음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개운사탑#성불암#오층석탑#아미타탱화#혜소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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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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