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베란다에 나가보니 한련화가 두 송이 피었다. 정말 반가웠다. 벌써부터 한련화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우리집이 2층이라 햇볕이 금세 지나가니깐 망설이다 사온 것이다. 화초들이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햇빛과 바람, 물이 골고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련화를 사다놓고 아침이면 햇빛이 잘드는 창가에 내놓는 것이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며칠 전부터 꽃망울이 올라오더니 22일 드디어 곱고 화려한 색깔의 꽃이 활짝 핀 것이다. 화초도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더니 그말이 맞는 듯했다. 말은 못해도 저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아는가보다. 그것도 생명이 있는 것이니깐.
한련화를 한참보다가 옆 화분을 보았다. 그런데 달팽이가 나뭇잎에 매달려 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밤부터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집 화분에는 달팽이 4마리가 있다. 남편의 농장에서 채소를 가지고 오면 그것에 매달려 함께 온 것들을 화분에 놓아주었다.
한 마리만 있을 때에는 흙속에 들어가서 안보였다. 하여 어디로 나가 없어졌나? 했는데 계속 두 마리, 세마리, 네 마리를 넣어주니깐 하루 종일 화분 흙 위에서 놀기고 하고 잠도 자곤한다. 걔들도 친구가 생겨 좋은가 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잠을 자는 놈도 있었고, 무언가를 먹는지 놀기도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달팽이는 습한 것을 좋아 하는 것 같아서 물도 자주 뿌려주기도 한다. 막대기 끝까지 올라가는 놈이 눈에 띄었다. 그 꼭대기에서 뭐하는지. 그래도 화분 밖에는 나오지 않고 그안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보기도 하고 꼼짝않고 있는 놈은 살짝 건드려보기도 한다. 난 남편한테 메뚜기, 오줌싸개, 무당벌레 등도 농장에 있는 곤충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우리집 작은 화단에서 여러 가지 곤충들이 함께 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이다.
농장에 방울토마토를 심었지만 나도 집에서 한 번 키워보고 싶었다. 노란꽃이 피고 지고 나더니 초록색깔의 작은 토마토가 열렸다. 정말 신기하고 예쁘다. 조금씩 붉은 빛을 띠면서 익어가고 있다. 이젠 새빨갛게 익으면 따먹으면 된다. 방울토마토 줄기를 잘라 주었더니 그 자리에서 두 개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초록의 이파리들만 보아도 좋았는데 점점 고운 색깔의 꽃이 핀 것이 좋아진다.
장미꽃은 지고 요즘에는 베고니아가 한창 폼나게 피고있다. 베고니아는 관리를 잘하면 사계절 모두 화려한 꽃을 볼 수있다. 하얀꽃이 피는 스파트필름은 라일락만큼 향기가 좋다. 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특이한 냄새가 나는 로즈마리 역시 기분좋게 해준다. 모두들 달팽이와 함께해서 그런지 우리집 초록이들이 한층 더 예뻐보인다.
방울토마토 심은 화분에 아파트단지에서 케온 돌나물을 깔아주고 달팽이 집을 만들어 주었다. 달팽이들도 그곳이 마음에 드나보다. 잘 살고 있는 듯했다. 달팽이는 다 자라면 얼마나 클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