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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김재윤, 민주노동당 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정규직 해고 조장하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당 김재윤, 민주노동당 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정규직 해고 조장하는 정부여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3일 오후 3시30분] 

 

비정규직법 시행 사흘째인 3일 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공기업, 국회 등에서 '비정규직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어 야당과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 1일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한국주택공사(31명), 한국토지공사(148명), 보훈복지공단(383명)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국책연구소 비정규직 연구원들도 적게는 수명, 많게는 수십명씩 계약해지 통보서를 받았다.

 

비정규직법을 다루는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사무처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틀 뒤인 2일 근속기간이 2년을 초과한 19명의 비정규직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한국일보>는 "법에 따라 이들은 1일부터 사실상 무기계약 근로자가 됐다고 할 수 있어 이번 해고통보는 부당해고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썼다.

 

또 국회사무처는 원래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2일 갑자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회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무더기 계약해지에 보조를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사무처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해명자료를 내고 "계약해지된 19명은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대상이 아니고,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30일 계약 만료가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법에 따라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착실히 시행하고 있는 일반 기업과도 다른 모습이다. 신세계, LG그룹 등은 비정규직을 자르는 대신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바꾸고 있다. 우리은행도 무기계약직군을 따뤄 둬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사기업이 '모범'을 보이는데도, 정부-여당은 막무가내로 비정규직을 쳐내고 있는 셈이다.  

 

야당-노동계 "자꾸 국민 해고시키면, MB가 해고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서두르자 야당과 노동계는 "기획해고", "해고 자작극"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100만 실업대란설'을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의 근거로 삼아 왔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지 않는다면 7월 1일 이후 10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막상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 "매월 2~3만 명씩 실업자가 쏟아진다"(한승수 국무총리)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잇따른 비정규직 해고통보는 '100만 실업대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벌이는 '참극'이라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 실업자 100만 명'을 꿰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해고를 멈추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또 "공기업에 이어 국회마저 비정규직을 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국회를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더해 국회까지 기획해고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국회가 법을 만들면 법에 따라 행정부가 집행하는 것이 법치행정과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아무런 준비도 않고 있다가 오히려 해고를 종용하고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들을 감시하는 탈법, 불법을 선동하는 이 장관은 즉각 해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 유연성 제고' 요청도 적극 반박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노동유연성은 해고 유연성일 뿐"이라고 꼬집었고, 송 최고위원은 "자꾸 국민들을 해고시키면 MB가 해고될 수 있다"고 열을 올렸다.

 

정세균-한승수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 설전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미 비정규직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시행 유예를 전제로 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미 비정규직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시행 유예를 전제로 하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정 대표는 또 이날 비정규직법 처리를 부탁하기 위해 예방한 한승수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11시 국회에서 만난 한 총리를 만난 정 대표는 "민간 부문도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돌리고 고용유지 노력을 하는데 정부가 나서 공기업,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공공기관도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맞받으며 '기획해고설'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뜻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공기업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정부와 국회의 비정규직 해고를 소리높여 비난하고 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국회가 19명 직원을 느닷없이 해고한 것은 정부여당의 해고대란설에 힘을 실어주려 한 것 아니냐"며 "계약기간 2년을 넘어 해고한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성토했다.

 

그는 "국회의 비정규직 해고는 공공기관이 앞다투어 비정규직을 해고함으로써 해고대란설, 실업대란설을 부추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국회가 스스로 정부의 지시를 받는 정부 산하기관으로 위상을 낮춘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영희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 장관은 해고를 부추겨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발언을 즉각 중지하고 2년 이상 사용한 비정규직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변명이나 책임 회피 대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차별시정 강화 등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책무를 다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조속히 용퇴를 결단하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3각 동맹'으로 민주당을 압박해 온 한나라당은 이날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직무유기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비정규직법#기획해고설#100만 실업 대란#민주당#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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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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