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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5자회담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국내 언론에 그렇게 나갔다."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5자 회담이란 용어를 사용하다 5자협의로 슬그머니 바뀌었다"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3일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5자회담'을 언급했다면서 "5자회담은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제안인데, 이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외교부가 사전에 조정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유 장관이 언론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MB, 연이은 '5자회담' 발언.. 외교부 "회담 아닌 협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 권우성

청와대가 제공한 이 대통령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번역본에는 '5자회담'이라는 명시적 표현은 없다.

 

그러나 같은 날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6자회담 대체 복안'이라는 소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현재 정체되고 있는 6자회담을 대체할 복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과거 방식대로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러가지 조치를 5개국이 모여 함께 의논해야 한다. 이 점을 오바마 대통령과 이번 회담에서 제안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5자회담'을 '6자회담'을 대체하는 수준의 틀로 보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이와 달랐다. 문태영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5자회담'에 대한 질문에 '5자협의'로 답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협상틀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아닌 '협의'라는 것이다.

 

'6자회담 틀 안에서의 5자협의'는 이미 수석대표들 사이의 접촉이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안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새롭게 강조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다시 '5자회담'이라는 용어를 썼다.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인 6월 20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만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5자회담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사가 있고 당분간은 북한의 핵실험과 6자회담 파기에 대한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한 것이다. "5자회담을 하겠다는 뜻과 그 내용에 대해서는 방미 직전에 중국에도 통보했다"고도 했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19일에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번 방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50분 동안 단독회동을 하셨고 그런 과정에서 이른바 '5자회담' 구상도 제안을 하셨다. 중국을 어떻게 공조의 대열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것도 아주 깊이 있게 상의를 했다"고 브리핑을 했다.

 

외교부는 '5자협의'... 이 대통령은 '5자회담'

 

중국의 '5자회담' 반대 입장이 분명해진 뒤인 6월 24일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일부 언론에서 '5자회담'이라고 하는데 '5자협의'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혼란이 결국 국회 외통위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이날 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5자회담'에 대해 정부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구상찬 의원은 자신이  지난달 23일에 주최한 토론회에 나온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대사들이 모두 6자회담을 강조한 것을 거론한 뒤 "미중일이 모두 6자회담 고수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5자회담은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명확한 합의 없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잘못"이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 품격 있는 외교정책에 흠을 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즉흥적이고 덜 익은 것이 아니었느냐, 스타일을 구겼다는 비판도 있다"고 꼬집었다.

 

유 장관의 '언론탓'은 이날 오후 외교부 언론 브리핑에서도 문제가 됐다. 한 기자는 "사실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할 때 대통령이 쓴 한국어 워딩, 그것을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영어표현, 그 직후에 보도된 국내 언론의 표현, 일본과 중국 언론에 보도된 표현들을 정리해서 5자 회담이라는 말이 어디서 처음 나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확인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5자회담#이명박#유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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