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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19혁명 뒤 세워졌던 '울산보도연맹 원사자(怨死者) 위령탑'이 1961년 5․16쿠데타 이후 해체되었는데, 48년만에 비문이 발견되어 관심을 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8일부터 9일간 부산 민주공원에서 '사진으로 보는 역사의 진실'이란 제목의 사진전을 여는데, 진실화해위가 울산보도연맹 사건 조사 과정에서 울산유족회로부터 받은 자료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진실화해위는 울산유족회 관계자로부터 사진 2장을 받았다. "1960년 10월 1일 울산유족회 간부 33명이 함월산 백양사 옆 합동묘와 비석 앞에서 합동제사를 마친 후 함께 찍은 사진"과 "1960년 울산유족회 합동묘 비문. 5․16 쿠데타 이후 합동묘가 해체되고 추모비는 훼손되었으나 한 유족이 수기로 작성하여 남긴 비문"이 그것. 비문의 뒷면에는 각 면별 희생자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유족회 활동과 관련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데, 울산유족회 회원 중 한 명이 비문 내용을 직접 손으로 기록한 것을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비문은 지은이가 '최현배'로 되어 있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6․25 사변 당시 원사자 합동묘비. 여기 죄 없이 학살 당한 700여명 혼백이 영원한 잠에 들어 있다. 6․25사변 당시 이 분네들이 하루아침에 경찰에 불리어 나간 뒤로 종적이 일향 모연하여 부모형제 자매 부처자녀 친척을 잃은 유족들은 구곡간장에 맺힌 원한을 풀길이 바이없어 십년의 세월을 보내었더니 금년 사월혁명으로 무폐무법의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짐을 보고 그 유족 일동이 기를 쓰고 다투어서 드디어 대운산 및 반점골짝에서 그 무참하게도 구댕이 죽임을 당한 곳을 찾아내었다. 수천의 유족들은 다시금 새로와 진통의 정을 품 안고 누루 퇴적한 백골들을 파내어 담아 여기 대합동장을 지내고 이 비를 세워 그 연유를 적고 그 명복을 비는 바이다."

 

진실화해위, '사진으로 보는 역사의 진실' 전시

 

진실화해위원회는 8일 오전 11시 민주공원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간 사진전시회를 개최한다. '사진으로 보는 역사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된 수집 자료들과 사진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날 개막식은 안병욱 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송기인 신부와 김광호 부산경남유족회 회장의 축사, 전시내용 소개, 테이프 커팅, 전시회 관람 순으로 진행된다.

 

김외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 김영택 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 이규정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이광호 부산민주공원 관장과 지역 유족회원, 영남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부산 사진전시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진실화해위원회 3주년 기념 사진전시회'에서 선보인 사진들과 부산·영남지역의 주요 진실규명 결정사건과 관련한 각종 사진, 자료 등이 함께 전시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 12월 설립 이후, 항일독립운동과 해외동포사,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권위주의시기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사건 등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부산·영남지역 신청사건 중 '하동 의신마을 의병운동의 건' 등 항일독립운동 3건과 '울산·김해지역 국민보도연맹사건' 등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19건, '동명목재 사건' 등 권위주의시기에 발생한 인권침해사건 7건을 포함 총 29개 사건의 진실규명을 완료하였다.

 

부산·영남지역 사건은 '내 지역 아픈 과거의 진실' 구역을 구성해 울산·김해 국민보도연맹사건과 부일장학회 재산 등 강제 헌납 의혹 사건, 동명목재 사건 등에 대한 수집 자료와 사진을 비롯해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과 마산 여양리에서 발굴된 유해의 사진과 일부 유품이 전시된다.

 

부산·경남지역 형무소재소자 희생사건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군법회의 조작 문서, 국민보도연맹원들의 희생사실을 보여준 '보도연맹원명부'와 함께 부일장학회 재산 등의 강제헌납 정황을 보여준 당시의 기부증서와 소유권 등기이전 보고문서 사진도 전시된다.

 

이외에도 일제하 항일독립운동의 흔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경남 하동 의신마을 의병운동과 1944년 통영수산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용규의 항일독립운동을 확인한 자료사진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진실화해위원회#민간인학살#울산유족회#민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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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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