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주는 평평한 대륙이우. 해변가로는 산이 좀 있지만서두, 내륙 오지인 아웃백으로 들어가면, 끝없는 지평선이 이어지고 있소이다. 보실라우? 
 
호주 아웃백의 풍경 하늘과 땅이 수평으로 두쪽난 것 처럼 보입디다.
▲ 호주 아웃백의 풍경 하늘과 땅이 수평으로 두쪽난 것 처럼 보입디다.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이런 말은 들어보셨겠지만,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요런 말은 잘 들어보시지 못하셨을기라. 호주의 아웃백이 그러하우. 모든 것이 완전히 평평하여 작은 동산 하나 안보이더이다. 정말로, 인상적이었수. 이렇게 광활하고 평평한 곳이 어디 또 있겠남?  

흔히들 바다에 가면 가슴이 탁 트인다고 합니다. 아마도 바다의 광활함이 주는 효과이겠지요. 그런데, 아웃백에는 바다가 없어도 그런 느낌이 오더이다.  땅덩어리가 확 트여 버렸으니깐두루.

아웃백 도로와 어떤 괴물 사실은, 도로 한복판에서 내 그림자를 찍은 사진이우다. 그림자 모양이 사막에 사는 괴물 같이 생겼지 않았수?
▲ 아웃백 도로와 어떤 괴물 사실은, 도로 한복판에서 내 그림자를 찍은 사진이우다. 그림자 모양이 사막에 사는 괴물 같이 생겼지 않았수?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땅이 확 트이다 보니, 도로 또한 확 둟렸습디다. 끝이 안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끝없이 직선 도로가 이어지더이다. 어떤 곳은 200킬로 정도를 핸들 전혀 꺽지 않고도 운전이 가능합디다.

일직선의 아웃백 도로 땅이 넓고 평평하니, 곡선 도로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 일직선의 아웃백 도로 땅이 넓고 평평하니, 곡선 도로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복잡한 도로가 지겨운 분들은 아웃백에 가보시라우요. 시원하게 드라이빙할 수 있어라. 차는 한 시간에 한 대 다닐까 말까 그럽디다. 속도 제한은 110km/h. 마을과 마을 사이가 보통 100km 이상 떨어져 있고, 멀리 떨어진 곳은 400km나 된다우. 그래서 기름을 항상 만땅 채우고 다녀야 하지요. 기름 떨여졌다 하믄, "내가 시방, 저승 문턱 가까이 왔남?", 그런 걱정을 해야할 판이지라.

도로가 직선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으니까, 시원하기는 한데, 운전 중 슬슬 졸음이 옵디다. 곡선이 있어야  핸들을 꺾을 터인데, 완전히 직선이니 졸음이 솔솔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그래서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가끔 일어나나 봅디다. 이런 도로표지판이 보이니까요.  
 
살벌한 문구의 도로 표시판 장의사 냄새가 나지 않소이까?
▲ 살벌한 문구의 도로 표시판 장의사 냄새가 나지 않소이까?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요게 무언지 아는 분 있수? 외국에서 오래 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문구이지라. 외국 오래 살았어도 도시에만 살았으면 이런 간판 보지 못하우.

"쉬었다 가시겠소? 영면하시겠소?"

그런 말이오. R.I P. 는  Rest in Peace의 준말로서, "영면한다", 즉 "죽는다" 라는 말이외다.  장의사 용어이지요. 도로 사인의 배경 그림은 잠잘 때 쓰는 베개라오. 아니지요. 관 속에 집어 넣는 베개, 그러니까 시체를 위한 베개인 셈이우. 그러니깐두루, 저 도로표지판 문구를 풀어서 해석하면,

"운전을 멈추고 좀 쉬었다 가는 것이 어떻소? 그렇지 않으면, 시체가 되어 영원히 쉬게 될 수도 있으니까. " 

완전히 협박이 아니겠씀메? 차를 멈추지 않으면, 장의사들이 차에 빼롱빼롱 불 키고 달려와서는 나를 억지로 눕혀 잠재울 것 같습디다. 아니면, 아웃백 도로 경찰들은 그 유니폼이 장의사 옷인감?

오싹한 느낌이 드는 이런 간판을 지나서 이제 맘 좀 푸근해지려니까, 다른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디다.
 
'로드 트레인 주의 요망' 도로표지판 아웃백에서만 볼 수 있는 도로표지판이라오. 로드 트레인은 일반 도로를 달리지 않으니까요.
▲ '로드 트레인 주의 요망' 도로표지판 아웃백에서만 볼 수 있는 도로표지판이라오. 로드 트레인은 일반 도로를 달리지 않으니까요.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요것이 무엇이냐?  영어로 쓰인 문구를 한국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도로는 로드 트레인이 다니는 길인데, 맞은 편에서 로드 트레인이 오거나, 로드 트레인을 추월할 때에는 극히 조심해야 되느니라."

그러면 '로드 트레인' 이란 무엇이냐?

아웃백 도로를 달리는 로드 트레인 사진에 있는 로드 트레인은 트레일러 세개를 달았습니다만, 필요에 따라 더 많은 트레일러를 달기도 하지요. 기차가 그러지 않던가요?
▲ 아웃백 도로를 달리는 로드 트레인 사진에 있는 로드 트레인은 트레일러 세개를 달았습니다만, 필요에 따라 더 많은 트레일러를 달기도 하지요. 기차가 그러지 않던가요?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로드 트레인(road train)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도로를 달리는 기차"라는 말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꼭 열차처럼 생겼지요? 그래서 로드 트레인이라고 하나 봅네다. 어떤 것은 길이가 50미터 넘어가기도 한답니다. 대형 트레일러 트럭이지라. 저 위의 로드 트레인은 소를 싣고 가는 모양인데, 소만 싣고 다니는 것은 아니구, 아웃백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라오. 아웃백 마을들이 바닷가 큰 도시로 부터 수천km 떨어져 있으니깐, 이러한 로드 트레인이 한번 움직이면서 왕창 실어 나르는 것이지요.

로드 트레인은 무시무시합니다. 그 옆을 지나가려면, 로드 트레인이 몰고 가는 바람 때문에 내 차가 흔들흔들하지요. 더군다나, 아웃백 도로는 차 하나가 다닐 정도로 좁습니다. 앞에서 로드 트레인이 오면, 길 옆에 얌전히 정차해 있다가 지나간 다음에 움직여야 합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니가 쎄나 내가 쎄나 해보자,  트럭만 차냐? 내 차도 튼튼하단다. 니가 비켜라!"

요러코럼 마음 먹고, 길 비키지 않으면 우떻케 되겠수? 황천길이우. 아웃백에는 까마귀들이 많소이다. 그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지라.  다음 사진은 길 가를 나르고 있는 까마귀들이구만유.

 
아웃백 하늘을 날고 있는 까마귀들 아웃백 까마귀들은 로드킬되어 죽은 캥거루 사체를 주로 뜯어 먹고 사는데, 사람 고기라고 해서 아니 먹지는 않겠지라?
▲ 아웃백 하늘을 날고 있는 까마귀들 아웃백 까마귀들은 로드킬되어 죽은 캥거루 사체를 주로 뜯어 먹고 사는데, 사람 고기라고 해서 아니 먹지는 않겠지라?
ⓒ 김종호

관련사진보기


그러니깐 두루, 앞에서 보여드린 아웃백 도로 표지판 문구들을 종합하여 우리 식으로 한마디하면 다음과 같소.

"까마귀밥 안 되려면 조심들 혀!" 

덧붙이는 글 | 호주 아웃백 여행담 2편이우다. 3편도 쓰려구 하니, 많이들 기대하소.



#호주#아웃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