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지고 있던 아침, 비실이의 짝 비순이가 죽었다. 베란다의 물청소를 하던 아내가 소리를 지른다. 물에 푹 젖은 조그마한 주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꽃삽 어디다 치웠어?"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고함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창고 안에 둔 꽃삽을 찾고 있는 내 목소리에 노여움이 묻어 있다. 만난 지 보름도 채 안된 인연인데, 이렇게 가슴에 찬바람이 쏴-하게 꽂히는 느낌은 왜 들까.
하얀 종이에 그 조그마한 주검을 감싸고, 꽃삽 위에 얹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죄지은 심정이다. 아파트 앞 화단 한 귀퉁이를 판다. 그리고 하얀 주검을 내려놓는다. 꽃삽으로 흙을 덮는다. 빗물이 함께 들어간다.
금화조 3쌍 중 항상 붙어 다니던 금슬 좋은 짝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변이 생겼는가. 비실이가 나무 가지에 홀로 앉아 있다. 꼼짝도 않는다. 비순이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주검이 이렇게 말한다. 세상만사가 회자정리(會者定離)임을-
덧붙이는 글 | 조그마한 새의 주검 앞에도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