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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또 한 번 사랑의 꽃씨를 뿌렸다. 여수 지구촌 사랑 나눔회 (회장 강병석)는 지난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탄자니아에서 의료 봉사 활동에 나섰다. 2007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봉사단은 지구촌 사랑나눔회 회장 강병석(제일병원 원장)을 단장으로 의료 팀 임창환(성형외과), 김걸(내과), 오창주(치과), 심병수(신경외과), 박기주(가정의학과), 김환(비뇨기과), 이원석(이비인후과), 이동용(소아과), 서현기(사무국장, 약품총괄) 등 10명, 지원 팀 유우준(시의원), 김덕수(시의원), 이상율(세계박람회 여수 준비위 집행위원장) 등 3명, 행정지원 팀 김송태(시총무과장), 박용욱(행정계장), 조인천(시 총무과), 김동일(시 공보) 등 4명, 자원봉사 팀 박경학(대학생), 심진무(학생) 등 2명 모두 19명으로 결성했다.

봉사단은 22일 10시 여수시청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장도에 올랐다. 24일 탄자니아 다르에살렘에 도착, 키감보니의 비즈브웨니 병원을 방문, 다음 날부터의 진료를 위해 자윤바 병원장과 진료 절차, 약품 진열, 진료 팀 배치 등에 관한 협의를 했다. 현지 교민으로 구성된 통역 도우미와도 만나 원만한 추진을 위한 역할분담에 대한 논의도 했다. 정오에는 주탄자니아 한국 대사관 김영준 대사의 초청 오찬에 참석했다. 김 대사는 두 번째 만남이다. 2007년 여수 지구촌 사람 나눔회의 탄자니아 봉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대사관과 교민의 활동에 많은 이바지를 하고 있다"라면서 노고를 위로했다.

본격적인 의료 봉사 활동은 25일 아침 9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4월 11일 의약품 39종,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 컴퓨터 95대, 노트 2000권, 의류 1300점 등 봉사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선편으로 보냈으나 매끄럽지 못한 행정 절차 때문에 아직 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화물은 다르에살렘 항구에 도착했으나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장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러나 다행히 2007년 9월 1차 의료봉사 때도 일부 약품을 인수 못 했던 전례가 있어 이에 대비하여 의료진에게 해당과목별 예비 약품을 휴대하도록 조치한 것이 주효해 진료에는 차질이 없도록 했으나 다양한 봉사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소아과 진료 이동영원장이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았다
▲ 소아과 진료 이동영원장이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호흡기 질환 환자가 많았다
ⓒ 이상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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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계획대로 치과와 성형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가정의학과는 본관에 소아과와 이비인후과는 뒤편 병동에 산부인과는 별도의 병동에 배치했다. 약국은 신경외과와 가정의학과 1개소로 박경학군을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1개소엔 박용욱계장과 조인천 실무 지원 팀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병원 약국에서 관리토록 했다.

진료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이중 통역이 있어야 한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탄자니아 원어인 스와힐리어를 봉사단원은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를 아는 환자가 오면 의사들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모르는 환자에게는 의사가 문진을 하면 통역 도우미가 환자에게 스와힐리어로 전하고 환자의 말은 의사에게 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일단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은 약국으로 넘어오고 지은 약은 통역 도우미가 용법 용량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하루 세 번씩 나누어 복용하라 해도 한꺼번에 복용하는 환자도 있어 정확하게 복용법을 이해시켜야 한다. 통역 도우미로 현지교민 이진섭 목사를 비롯하여 부인 김지연, 조양호, 인시환, 유재영, 홍순영, 이보연, 유진수님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지에서 모두 선교활동을 하는 교민들이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기실은 벌써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병원 직원들은 번호표를 배부하여 차례로 진료토록 도왔으며 유우준, 김덕수 시의원은 대기환자들과 동반자에게 막대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막대 사탕을 깨물어 먹는 사람은 없다. 모두 빨아먹는 데 30분 정도가 걸려 무료함을 달래는 데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수술장면 심병수 원장과 김환원장은 함께 간단한 낭종 수술도 했다.
▲ 수술장면 심병수 원장과 김환원장은 함께 간단한 낭종 수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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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사탕을 막대 사탕은 인기가 높았다.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지원팀
▲ 막대사탕을 막대 사탕은 인기가 높았다.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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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광경 임창환 원장과 김환 원장이 수술을 하고 있다.
▲ 수술광경 임창환 원장과 김환 원장이 수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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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순조롭게 운영돼 진료는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성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에서는 간단한 수술도 해주었다. 20대 남자 이사카의 지방샘 낭종 제거 수술에는 심병수, 김환, 임창환 등 세 명의 의사가 합동으로 집도했고 이 병원 의사도 참관하며 능숙한 솜씨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산부인과는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기가 인기를 끌었다. 임산부들은 초음파기 화면을 통해 자신의 태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로워했다.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주의해야 할 것을 설명하면 진지해진다. 오후 진료 때는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입추의 여지도 없이 몰려든 환자로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병석 원장은 밖으로 나와 환자들에게 모두 초음파 검사를 하도록 하고 이상이 없는 환자는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아도 좋겠는가를 물어 동의를 받고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약국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앞의 약국에는 진료를 끝낸 환자들이 약을 타기 위해 몰려있다.
▲ 약국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앞의 약국에는 진료를 끝낸 환자들이 약을 타기 위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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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새통은 여전해 진료 종료 시각을 한 시각이나 넘겨야 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곁에 앉아 기계운영 기술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는 통해 더욱 더딜 수밖에 없었다. 치과를 찾는 환자들은 모두 물병을 들고 온다. 치료 도중 입안을 헹구는 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생소한 광경이다. 탄자니아의 의료 체계는 국립병원은 무료다. 그러나 환자가 수술을 하려면 붕대와 주사약 등 관련 약품과 소모품을 자신이 지참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국립병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 모습은 탄자니아의 현 의료체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소아과에서도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동용 원장이 7세가량의 여아를 진찰하게 됐다.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려 하자 이 어린이는 스와힐리어로 "많은 사람이 있는데 낯선 사람이 자기 몸을 만지려 한다"면서 구해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이 원장은 당황했고 함께 자리한 원주민들은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이유를 몰라 머쓱했던 이 원장은 뒤늦게 도우미로부터 설명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점심식사 점심 때가 되면 야외에 앉아 배달된 현지식으로 식사를 한다. 컴비지에서의 야외에서
▲ 점심식사 점심 때가 되면 야외에 앉아 배달된 현지식으로 식사를 한다. 컴비지에서의 야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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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의사를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점심때 병원 잔디밭에 둘러 앉아 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있으면 어김없이 병원 철조망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진료 차례인데 한국인 의료진이 쉬고 있기 때문에 자칫 한국인 의사에게 진료를 못받게 될까봐 차례를 미룬 것이다. 다시 번호표를 받아 접수하는 모습도 보인다. 환자들은 우리 의료진의 자세한 설명에 감격하고 친절에 정겨운 눈길을 주었다. 이날 하루 약 900여 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봉사단에 가운데는 학생 참여자가 둘 있었다. 중학생인 심진무군과 대학생 박경학군이다. 이들은 의료진으로 참여하는 심병섭 원장과 박기주 원장의 아들이다. 세상을 배우고 봉사에 대한 경험을 갖게 하려고 여행비 전액을 부담하여 참여를 시킨 것이다. 박군은 캐나다에 유학 중 방학으로 귀국, 합류했고 심군은 기간 중에 시험이 있는데도 동행한 것이다. 박군은 유창한 영어 때문에 쓸모가 많았다. 통역으로도 약 조제 담당으로도 활동했고 틈틈이 이들의 생활을 살피는데도 열성이다. 심군은 약 조제 보조를 하고 또래 친구들에게 막대 사탕도 나누어 주면서 곧장 어울려 놀기도 했다. 잔심부름도 열심히 해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봉사 기간 중 내내 청량제였다.

26일 의료진은 이틀째 진료에 들어갔다. 의료팀이 예정대로 진료하는 동안, 아침 일찍 실무팀과 지원팀은 이곳 담당 테메케 구청을 방문했다. 제롬 부와나우시 의장과 콩와 부청장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이들은 비즈브웨니 병원에서의 의료 봉사 활동에 대해서 주민을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양 도시 간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했다. 일행은 "토요일 오후면 우리의 공식 일정이 끝난다. 우리가 가기 전 병원의 전깃불을 보았으면 좋겠다"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병원 전기가설은 2007년 1차 방문 때 전기가 없는 병원을 위해 발전기 1대를 설치해 주고 전기 가설에 드는 비용 3만 불도 맡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그동안 가설비용이 인상됐고 뒤늦게 차액을 구청이 부담하고 가설을 신청했으나 한국의 한전 같은 공기업 타네스코가 공사를 미루고 있어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공사 재촉을 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날 오후 긴급 가설 차량이 출동 야자수 나무 전주 2주는 세웠다. 그러나 전기 공급은 되지 않았다. 29일 월요일에 전기가 공급될 것이라는 다짐만 받았을 뿐이다.

벽지 진료 오지벽지인 컴비지의 보건진료소에서 김걸원장과 이진섭 목사가 환자를 맞고 있다. 의사는 없고 직원만 세명뿐인 진료소다.
▲ 벽지 진료 오지벽지인 컴비지의 보건진료소에서 김걸원장과 이진섭 목사가 환자를 맞고 있다. 의사는 없고 직원만 세명뿐인 진료소다.
ⓒ 이상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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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료 팀을 두 팀으로 나누었다. 한 팀은 비즈브웨니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한 팀은 병원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는 오지 벽지 마을 컴비지의 보건진료소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가는 길은 사리 도(道)였다. 움푹 팬 곳이 많아 차체가 심히 흔들리는 바람에 힘들었다. 가는 도중 띄엄띄엄 움푹 팬 곳을 흙으로 메우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차량이 다가가면 어김없이 차를 세우고 손을 벌린다. 팬 곳을 메웠으니 대가를 달라는 손짓이다. 처연한 모습에 10실링 정도를 안겨 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모습이 순진하다. 가는 길엔 자전거에 물통을 주렁주렁 달고 가는 어린이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자전거에 매달고 끌고 가는 어린이들 힘겨워 보였다.

벽지 진료소는 책임자와 두 명의 간호사만 있고 의사도 없다. 우리가 도착하자 벌써 100여  명의 환자가 진을 치고 있다. 진료소 주변에는 네모난 돌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이 돌은 지지대가 없는 자전거를 세워두는 데 쓰였다. 페달을 이 돌 위에 받혀 세우면 넘어지지 않아 지지대가 없는 자전거를 세우는 데 매우 편리했다.

김걸, 임창환 원장이 진료를 하고 김덕수, 유우준 의원과 이상율, 박경하, 심진무군이 지원팀으로 이진섭 목사는 통역도우미로 역할 분담을 했다. 김걸 원장은 이진섭 목사의 통역에 문진을 하고 처방을 넘기면 박경하, 심진무군이 약을 짓고 교민 조양호님이 용법, 용량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약을 건넨다. 마지막으로 김덕수 의원이 별도 챙겨온 어린이 의상 한 벌씩을 나누어 주면 된다. 약을 받아들고 나오는 환자에게 옷가지 한 벌을 건네주노라면 따뜻한 손길을 내밀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모습이 마치 60년대 우리를 연상하게 한다.

이곳에서도 막대 사탕은 여전히 인기다. 슬그머니 찾아와 하나 더 달라고 조르는 아이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진료 결과 대부분 감기, 피부병, 기관지염, 중이염 환자가 많았다. 열악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날 저녁 TV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시시각각 중요 뉴스로 전해지고 있었다.

25일과 26일 이틀간 약 2천5백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3일째인 27일 토요일 오전 진료가 문제가 됐다. 준비해간 약품이 얼마 남지 않아 정상 진료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틀간 진료는 아쉬운 대로 마쳤지만 그 이상은 버겁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병원 측이 27일 오전부터 봉사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환영대회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행은 긴급회의를 열고 이를 대체하려고 병원 인근 5개 부락 400여 세대에 이들의 주식인 옥수수가루 10kg들이 1포씩을 기증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네 식구 기준으로 옥수수 가루 1포는 10일간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다. 늦은 밤까지 현지 교민들의 협조로 극빈 세대에 나누어 줄 물량 확보는 무사히 마쳤다.

기증증서 강병석 봉사단장과 테메케 제롬부와나우시 의장과 의약품, 옥수수가루 등을 기증하는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 기증증서 강병석 봉사단장과 테메케 제롬부와나우시 의장과 의약품, 옥수수가루 등을 기증하는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 이상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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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환영 대회는 성대했다. 구청장을 비롯한 많은 유지와 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다. 병원 앞 야외에는 4개의 천막이 설치되고 녹색 바탕의 넓은 천과 노란 풍선으로 장식했다. 우리가 나누어 줄 하얀 포대의 옥수수 가루가 가지런히 쌓여 있다. 시작과 동시 주민 남녀 합창단 10여 명이 나와 봉사단의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함을 표시하는 내용의 노랫말 합창이 시작됐다. 노랫말은 봉사단과 여수시에 대해 감사함과 찬사로 일관됐다. 이어 초빙 연예인들의 힙합, 블랙댄스, 뱀 춤, 불 춤 공연이 이어졌다. 중간 중간 의약품과 컴퓨터, 옥수수 가루 전달이 이루어지고 김덕수 의원이 현지에서 사재를 털어 구입한 세탁기(13kg) 2대도 병원에 기증했다. 마지막을 우리의 제기차기로 장식했다. 제기차기는 3개 이상을 차올리는 사람에게 색안경 1점씩을 수여하는 것으로 정했다. 다투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나와 도전했지만 우리처럼 발 옆으로 차지는 못하고 앞으로만 차는 바람에 세 번을 넘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환영대회의뱀춤 환영대회에서 원주민이 뱀춤을 추고 있다. 입에 넣을 것 같은 익살스런 모습이 정겹다.
▲ 환영대회의뱀춤 환영대회에서 원주민이 뱀춤을 추고 있다. 입에 넣을 것 같은 익살스런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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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환영대회에 나온 여인들, 화려한 옷차림이 눈에 띈다
▲ 여인들 환영대회에 나온 여인들, 화려한 옷차림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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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차기 마지막을 장식한 재기차기다. 3개이상울 차면 선글라스를 상품으로 받는다. 앞발로만 차 3개를 차는 사람이 드물다
▲ 재기차기 마지막을 장식한 재기차기다. 3개이상울 차면 선글라스를 상품으로 받는다. 앞발로만 차 3개를 차는 사람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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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마사이족들도 우리를 환영 했다. 고유의 민속음악과 춤은 사냥 가기전에 하는 것이라고 한다.
▲ 마사이 마사이족들도 우리를 환영 했다. 고유의 민속음악과 춤은 사냥 가기전에 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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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대회가 끝나자 제롬 부와나우시 의장은 우리 일행을 오찬에 초대했다. 오찬장인 사우스 비치 리조트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탁 트인 인도양 하얀 모래밭에는 비키니스타일의 백인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마치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오찬에는 시, 구청 간부들도 대거 참여했다. 우리 일행에게 모두 화려한 여름용 민속 의상 한 벌씩을 선물하기도 했다. 융숭한 접대였다. 이 자리에서 임창환 원장은 미모의 병원 수간호사 쥬디를 여수에 초청 6개월간의 의료 연수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했고 병원장은 이를 수락하고 의장은 고맙다는 인사를 곁들였다. 의료진은 즉석에서 공동으로 연수 후원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탄자니아에서 10년을 활동한 이진섭 목사도 처음 보는 일이라면서 2007년 앰뷸런스 1대, 발전기 1대, 전기가설비 3만 불, 의료봉사 활동, 문화공연 등 파격적인 지원에도 별 반응이 없었던 이들이 이토록 열렬한 환영을 보이는 것은 여수 지구촌 사랑나눔회의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당시 오현섭 시장이 기증식에서 "어린이의 코 묻은 돈에서부터 노인의 쌈짓돈까지 온 시민의 성금으로 이 같은 봉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던 의미를 두 번째 봉사활동에서 확인하고 감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바리 자아수부하"(안녕하세요), "하바라이 지오니"(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스와힐리어가 익숙해질 즈음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여수 지구촌 사랑 나눔회의 봉사활동은 비즈브웨니 병원과 인근 부락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앰뷸런스는 벽촌까지 달려가 응급환자를 수송, 생명을 살리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다. 오늘도 Donated By Yeosu Global Charity Association S. Korea라는 마크가 선명한 앰뷸런스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다르에살렘의 시가지를 누비고 있다. 병원의 환경도 더욱 개선됐고 환자 대기실에는 TV가 설치됐다. 텅 비었던 약국은 뒤늦게 받은 약품으로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당시 의사들이 기증했던 의료기구들도 잘 보관하고 있었다. 필요한 의료 기구를 주문하면 즉시 찾아 건넬 정도로 관리가 능숙하다.

후진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도난, 분실의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됐다. 직원들의 환자 관리도 질서를 지키게 하는 등 한층 개량화 되었다. 특히 병원에 대한 신뢰도 높아 찾는 환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덩달아 인근 마을의 모습도 활력이 넘친다. 주변에 집들이 들어서고 벽돌 공장도 있다. 키간보니 포구와 병원 사이에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병원 앞에는 과일과 음료수, 식사를 파는 노점상도 자리 잡고 있다. 있다. 이 일대가 국가 계획으로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이 완료되면 비즈브웨니 병원은 그 중심에 있게 돼 앞으로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탄자니아도 변하고 있었다. 1961년 독립한 탄자니아는 북한과의 수교를 통해 쌀 재배법을 배웠고 5호, 10호 제를 운영했으며 지금도 그대로다. 한때 북한 주민 2000여 명까지 살았지만 1995년 다당제도를 도입하고 대통령 5년제의 정치제도와 더불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영향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경제 성장률 2005년 6.8%, 2006년 6% 등 평균 5%대로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나라다. 그러나 올해 공직자 봉급 100% 인상으로 물가도 두 배로 뛰어 2년 전보다 서민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봉급 뒷날 대형 마트에는 쇼핑객으로 붐볐다. 최근 도입된 바자지 삼륜차가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바자지는 인도의 삼륜차 회사 이름으로 이곳에서는 삼륜차의 고유 명사로 쓰이고 있다. 후진기어까지 있어 자동차와 다를 바 없지만 차체가 가벼워 사고가 빈발하고 교통체증도 유발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탄자니아는 한국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인 편이다. 키칸보니 포구의 검표원이 "반기문, 반기문" 하면서 웃음을 짓는다. 화답을 하자 코리아라면서 엄지손을 치켜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무부총장에 탄자니아 여성 외무장관인 아샤-로스 미기로를 지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다루살렘에는 이곳저곳에서 한국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이곳의 교민은 약 200여 명, 대부분이 선교 활동에 종사하고 있지만 일부는 현지에서 사진관, 식당, 약품도매, 무역업에 활동하고 있다. 최근 시중에 한국의 이월 상품인 옷과 모자, 가방 등을 시중에 깔아 도로변의 옷가게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 OO 산악회의 모자, OO유치원의 가방, OO 조기축구회의 셔츠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중 2002 한일 월드컵 때 우리 응원단 붉은 악마가 입었던 빨간 셔츠가 단연 인기가 높았다. 여수시 봉산동 모 유치원의 이름이 새겨진 가방을 보고 한국과 탄자니아의 가까워진 거리를 느끼게 했다.

최근 교민 사회는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윤모 교민이 자택에서 살해됐기 때문이다. 손이 묶여 있고 둔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탄자니아에서 한국인 살해는 처음이어서 교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르에살렘 공항에서 심병수 원장은 환송 나온 이진섭 목사에게 조용히 100불을 건넸다. 탄자니아 봉사 활동에 나서기 전 근우회 여수 지부 회원이 찾아와 좋은 일에 써달라고 맡긴 돈이다. 진료중 안과 환자 가운데 이 돈이면 개안수술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미처 그 환자를 찾지 못해 이 목사에게 대신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로써 4일간의 봉사 활동은 모두 마친 것이다. 11일간의 일정이지만 가고 오고 4일을 제외하고 짧은 봉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아루사공과대학 전산실 30대, 다르에살렘 공무원 교육원 50대, 비즈브웨니 병원 15대의 컴퓨터 설치를 현지에서 활동하는 코이카(KOICA)에 위탁하고, 의약품은 비즈브웨니 병원에 전달토록 조치했다. 병원으로서는 의료진들이 휴대 약으로 진료하였고 얼마 후 약품 전량을 수령할 수 있음으로 의약품을 즉시 찾지 못한 것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 신문에도 게재합니다



#이상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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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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