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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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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님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오 시장이 나타나자 주민들이 외친다. 시장은 힐끗 보고는 황급히 들어간다.  

7월 9일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시의회 앞에 마포구 주민들이 10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성미산 일부에 학교를 건설하고 일부는 공원화하는 안'을 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주민 발언대에서 한 주민은 마이크를 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휴... 산을 파괴하고 그곳에 학교를 짓는 일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상식이 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홍익대학교의 속셈은 뻔히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옆에 있는 학교를 싼값의 성미산에 옮겨다 놓고, 그 부지에다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건물지어서 '장사'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성미산은 도심 속 작은 산으로 운명의 바로미터입니다. 성미산이 파괴된다면 다른 작은 산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미산에 다시 포클레인이 올라온다면 주민들은 2003년 처럼 포클레인에 맨몸으로 맞설 것입니다."

두레생협마포의 구교선 상무는 "6년 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탈을 쓰고 서울시 앞에서 시위를 했고, 오늘은 오세훈 시장의 탈을 쓰고 여기에 서 있습니다. 주민들이 언제까지 남의 얼굴 탈을 쓰고 빗속에서 외쳐야 합니까? 서울시의원들은 주민들을 대변해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마포구 시의원 윤정용 의원은 홍익학원의 직원처럼 성미산파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윤정용 의원은 지금 주민들 앞에 나와서 사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윤 의원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홍익대학교 재단의 전방위 로비

2003년 3년간의 성미산지키기 운동의 승리후 다시 성미산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06년말 홍익학원이 성미산을 구입하면서 부터다. 홍익학원은 성미산을 파괴하고 대학구내에 있던 홍익여중고와 초등학교를 성미산으로 이전 신축하는 '기발한' 발상을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성미산 남사면을 학교부지로 용도변경하는 수순을 밟는다. 성미산의 남사면은 현재 체육시설부지이지만 서울시가 이미 생태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알고 도시공원으로 편입할 계획을 수립했었던 땅이었다.

성미산의 개발계획을 알게 된 마포주민들은 2008년 1월 29일, 성미산생태보존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미산 생태보존과 학교건축 반대를 위한 2만명 주민 서명'을 받는 한편 '성미산 전체의 생태공원 지정을 요청하는 주민 청원' 서울시의회에 제출한다.

한편 마포구는 홍익대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안을 내놓았다. 바로 '홍익학원 학교이전을 전제로 한 성미산 일부의 생태공원화' 안이다. 홍익대학교는 원하는 대로 성미산에 7000평 규모의 학교를 짓고, 나머지 홍익대학교 소유의 1만1000평을 성미산을 서울시에 공시지가로 팔면, 서울시와 마포구는 여기를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안이다.

결국, 6월 30일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는 '홍익학원 학교이전을 전제로 한 성미산 일부의 생태공원화'건을 통과시킨다.

6월30일 이 날을 위해 홍익학원이 의원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한다.

서울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홍익대학교 직원들은 서울시 의원회관에 상주하면서 로비를 펼쳤다"고 한다. 또한 '홍익학원이 학교이전을 찬성하는 집단 서명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가 하면 서명용지를 채워오도록 숙제를 내주는 등의 비교육적이며 강압적인 행태를 벌이다가 지난 2008년 7월 교육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의원 말따로, 표결따로

"성미산은 거의 전체가 비오톱(Biotop) 1등급지역이다. 비오톱 1등급지역은 생태적으로 무척 가치가 있으며 보호되야 한다."

"인식이나 정보의 차이가 존재한다. 교육권, 환경권 등 일반론적 이야기로 의원들에게 결정을 강요하는 것 문제다. 나는 환경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 공동체, 문화 등에 대해서 마포구청에 자료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

"학교는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산은 한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가 없다."

성미산 관련한 두 번의 도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그런데 이날의 결정은 성미산 파괴를 승인하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홍익학원이 원하는 대로 '홍익학원 학교이전을 전제로 한 성미산 일부의 생태공원화' 안을 상임위원회에 제출하고 시의원들은 의회 속기록에 남길 적당히 좋은 말들을 한 다음 홍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시의원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들이다.

"교육은 최대가치이고, 환경은 최소가치이다."

"학교가 들어서면 마치 성미산이 많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는데 대상지의 절반 정도만 학교부지가 들어선다. 주민들이 심은 나무는 이전하자."

가관이다. 또 있다. 아예 홍익대학교 재단직원이 아닌지 의심되는 의원의 발언들도 나왔다.

"대부분 산을 중심으로 학교가 들어온다. 학교를 지어서 주변 경관도 정비하자. 사진 보니까 성미산 주변 건물들 산보다 높은 것 많다. 산 훼손 되어도 된다. 성미산 지킴이들 님비현상이다."

마포구 출신 시의원 윤정용 의원은 "여중은 화장실이 없어서 대학교로 볼일을 보러 간다, 또한 홍대주변의 퇴폐향락문화에 학생들이 노출되어 있다. 학교이전 지연으로 경제적 손실을 본다. 지난 6년간 합법적 행정절차에 따라 이전을 추진하였는데 극소수의 반대로 교육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주민들의 성미산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극소수로 폄하하고 있다.

공은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갔다
 
 성미산에서 나무를 심는 아이들의 모습
 성미산에서 나무를 심는 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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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섭 성미산생태보존을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주민들은 2003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1000여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어 훼손한 숲을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가꿔 복원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다시 성미산을 파괴하는 '일부공원화'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홍익학원이 학교부지로 정하려고 하는 7000평은 주민들이 베어진 나무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심어 복원한 지역이 포함되어 있으며, 성미산에서 가장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7월 9일 시정답변을 통해 '성미산에 관한 공청회 등 공론의장 마련, 홍익학원과 주민들의 의견조율, 이것이 어려울 경우 대체부지마련'에 대해 약속을 했습니다.

늦었지만 오세훈 시장의 답변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그리고 주민들도 성미산에 관한 가장 올바른 해법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성미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학교를 이전 할 수 있도록 마포구와 서울시가 진지하게 대체부지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빗속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7월 10일 본회의에서 '홍익학원 학교이전을 전제로 한 성미산 일부의 생태공원화'건이 반대 5, 기권 6, 찬성 53으로 통과되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과 서울시장의 도시계획시설 결정 및 고시만을 남겨두고 있다.

도심속 자연숲의 상징 성미산을 파괴하고 다른 한편으로 '환경'을 외친다면 시민들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오세훈시장의 '저탄소녹색도시'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덧붙이는 글 | 설현정 기자는 마포희망나눔 희망팀장입니다.


#성미산#오세훈#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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