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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A씨는 자신의 이모가 사망할 경우 상조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1995년 12월 상조회원으로 가입하고, 2003년 10월까지 총 120만 원의 납입금을 지급했다. 2006년 11월 이모가 사망했지만, 이모는 천주교 신자였던 관계로 성당측이 장례를 치러 주어 A씨는 상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상조업체 측에 계약을 해지하고 납입금 환급을 요구했지만, 상조업체는 납입금 환급을 거부했다.

[사례2] 대구에 거주하는 B씨는 2001년 6월부터 월 3만 원씩 60개월간 총 180만 원을 납입해야 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하고, 이후 납입을 완료했다. 최근에 B씨는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상조업체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나중에 상조업체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례3] 지난 7월 1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해 수십억 원을 챙긴 뒤 상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부도를 낸 혐의로 46살 김아무개씨 등 4개 상조업체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무등록 상조업체를 차린 뒤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용해 회원 1만6000여 명으로부터 75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상조업 관련 소비자원피해상담접수
상조업 관련 소비자원피해상담접수 ⓒ 공정위

디에이치상조, 보람상조 등 7개 업체 경찰수사 의뢰

상조업체에 가입했다가 계약 내용과 서비스가 다르거나 상조업체의 폐업 등으로 아예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상조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상조시장이 1조 원 규모로 커졌지만, 그 만큼 소비자 피해도 급증한 것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상조업체와 관련한 소비자원의 피해상담 건수는 925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79.6% 증가했다. 연간 피해 상담 건수는 2004년 91건에서 2005년 219건, 2006년 509건, 2007년 833건, 지난해 1374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234건을 유형별로 보면 계약해지 거절 및 과다한 위약금 청구가 159건(68%)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한 계약체결(38건), 상조서비스 불만족(23건), 도산에 따른 서비스 불이행(8건) 순이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상조업체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이상없이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상태가 건전한지", "실제 서비스 제공 실적은 어떠한지" 등 상조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 지난 24일 조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공정위는 상조회사 38개 업체에 대해 방문판매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따른 시정 조치를 취했다. 시정 조치 내용과 해당 업체 명단은 다음과 같다.

▲ 시정권고 및 과태료 : 10개업체
* 결풍상조(주), (주)다음사랑, (주)다음세계, (주)다음세계상조, 디에이치상조(주), 선경상조(주), (주)조은이웃, (주)천궁실버라이프, (주)천영의전클럽, 효원라이프상조(주) <가나다순>

▲ 시정권고 : 9개업체
* (주)금호상조, (주)노블리아상조, (주)다음사랑, (주)동해상조, 미래연합상조(주), 삼성라인(주), (주)스카이뱅크상조, 온누리복지상조(주), (주)제이케이상조 <가나다순>

▲ 경고 및 과태료 : 6개업체
* (주)두레세상상조, (주)렌탈클럽이지스상조, 모던종합상조(주), (주)스카이뱅크상조, (주)조흥, 한강라이프(주) <가나다순>

▲ 경고 : 15개업체
* 고려상조(주), (주)노블리아상조, (주)다음사랑, (주)달구벌상조, (주)동남상조, 미래연합상조(주), 보람상조프라임(주), 삼성드림이벤트(주), 삼성라인(주), 삼성상조(주), 선경문화산업(주), 아가페상조(주), (주)태화상조, 한빛상조(주), 현대종합상조(주) <가나다순>

▲ 경찰 수사 의뢰 : 7개업체
* 디에이치상조(주), (주)렌탈클럽이지스상조, 보람상조개발(주), 보람상조라이프(주), 보람상조리더스(주), 보람상조프라임(주), 부모사랑(주)

특히 디에이치상조(주), 보람상조(주) 등 7개 업체는 상조회원을 다단계방식을 통해 모집하고, 상조상품을 판매하면서 다단계판매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관할 시·도에 등록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공제조합을 통한 소비자 피해 보상이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광범위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정위는 설립년도, 고객만족도 1위, 90개 지사 운영 등 팜플렛에 허위 사실을 광고하거나, 상조이행보증, 보험회사 등 상조회사의 안전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광고한 8개 업체에 대해서도 시정권고 조치했다. 공정위는 또 허위·과장 광고 행위 등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혐의가 있는 11개 업체에 대해 위원회 심사 절차 중이며,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상조업체 현황
상조업체 현황 ⓒ 공정위

8개 대형 상조업체 중 6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

이번 공정위의 서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81개 상조회사의 총가입 회원수는 약 265만명, 고객불입금 잔고는 약 9000억 원으로, 전반적으로 소규모 영세 사업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이 1억 원도 안되는 업체가 무려 176개사(62%)에 달했고, 자산이 3억원 미만인 업체도 절반(149개사.53%)를 넘었다. 131개사(46.6%)는 회원수가 1000명 미만이었다.

가장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부산상조(871억원)이고, 이어 보람상조(계열사 포함 793억원), 대구상조(460억원), 현대종합상조(439억원), 새부산상조(221억원) 순이다. 이들 5개 업체가 상조시장의 자산총액, 고객불입금 총액, 상조회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기준)

또한 상조업체의 고객불입금 지급여력 평균 비율은 47.5%로 나타났다. 지급여력 비율이란 상조업체가 파산시 상조회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고객불입금 지급여력 비율이 50% 미만인 사업자는 모두 139개(49.4%)로, 이들 업체에 가입한 회원은 164만 명(61.7%)이다. 특히 상조업체 6개 중 1개 업체(47개,16.7%)는 파산시 고객불입금을 전혀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에 가입한 회원은 21만 명(7.8%)이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8개 대형 상조업체(자산총액 100억 원 이상) 중 6곳은 작년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 중 5개 업체는 계속되는 적자로 말미암아 결손금 규모가 모두 합해 13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에게 상조업체 가입시 계약서(회원증서) 내용 확인, 판매사원의 허위·과장 광고 행위, 상조회사의 재무 건전성 확인 등의 주의를 당부했다. 공정위는 또 소비자들이 건실한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상조업체가 2분 미만의 TV 광고를 할 때에도 고객납부금 대비 자산현황 등 재무상태를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성구 소비자정책국장은 "금번 시정조치를 통해 상조업 시장에서 건전업체가 소비자에게 선택되고, 부실·불법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고객들로부터 납입금만 받고 부도를 내는 '먹튀' 상조업체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상조업체의 자본금을 3억 원 이상으로 정하고, 고객 납입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 국장은 "국회에 계류중인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다 체계적인 상조업에 대한 법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조업체#자본잠식#먹튀 상조#다단계판매#할부거래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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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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