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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해피엔딩으로 종영되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국민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해피엔딩으로 종영되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 SBS

착한 드라마, 국민드라마가 끝이 났다. 바로 <찬란한 유산>이다. 시청률 43%를 기록하며 국민드라마로 자리 잡은 <찬란한 유산>.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 인기 비결은 단연 '선(善)'이다. 막장드라마 홍수 속에 이토록 착한 드라마는 없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 실현

<찬란한 유산>은 착한 드라마다. 착한 드라마는 막장드라마 홍수 속에 간간이 방영돼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은 다른 착한 드라마와는 다르다. 사실상 내용면에서는 정확하게 선악구도가 맞아 떨어지며 별반 색다른 내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찬란한 유산>의 전작 <가문의 영광>이 종가의 고정관념을 타파해 인기를 끌었다면 <찬란한 유산>에서는 현대사회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 돈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대비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야기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모두가 알 듯이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잘못 전달되었는지 소위 돈이 있는 계층에 국한되어 쓰인다. 물론 현대사회에선 돈이 신분계층을 나타내주는 기준이라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러한 계층이 사실상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에서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장숙자(반효정)라는 인물을 통해 '돈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번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은성(한효주)이란 인물이 아버지를 잃고 동생을 잃어버리고 새엄마에게 빈털터리로 쫓겨났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장숙자와의 만남을 이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장숙자는 은성이의 후견인이 되어 그녀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펼쳤다. 여기서 드라마는 천민자본주의, 소위 돈을 벌면 '장땡'이라는 우리의 잘못된 가치를 바로 잡아준다.

 드라마는 장숙자라는 인물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노동의 가치 등을 이야기해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드라마는 장숙자라는 인물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노동의 가치 등을 이야기해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 SBS

노동의 가치와 기업의 진정성

더 나아가 드라마는 노동의 가치와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논했다. 자신의 핏줄이라는 생각에 돈을 벌지 않아도 퍼주었던 장숙자. 하지만 은성과 만난 이후 자신의 가족들에게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며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려 노력한다.

특히 자신의 손자 선우환(이승기)에게 장숙자는 노동의 가치를 은성이를 통해서 일깨워주려 했고 결국 극 후반에 이르러 선우환이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다. 사실상 선우환은 자신의 할머니에게 상속을 받은 뒤 설렁탕 회사를 팔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또한 어릴 적 아버지 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적 방황을 하며, 자신의 손으로 돈이라는 것을 벌어본 경험이 없던 인물이다.

하지만 은성과 티격태격하며 진성설렁탕 2호점에 근무하면서부터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은성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일의 소중함, 땀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장숙자는 기업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은성이를 상속자로 지정하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기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직원이 주인이 되는 기업, 크지는 않지만 탄탄한 기업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성실한 은성이가 자신의 뜻을 이어줄 것이라 생각했고, 진성설렁탕의 CEO로 만들고자 했다. 물론 그것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장숙자의 기업철학은 극 후반부에 여실이 드러난다.

백성희(김미숙)의 계략으로 장숙자의 해임요구안이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선우환과 고은성은 직원들에게 해임반대 서명운동을 펼쳤고, 직원들은 기꺼이 장숙자 사장에게 신뢰를 보이며 위임장과 반대서명서를 제출했다.

현실에서 우리는 삼성하면 이건희, 현대하면 정몽구를 떠올린다. 그만큼 기업이 사회적인 공헌활동을 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업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한 홍보전략 냄새가 강했다. 그래서 삼성과 현대를 떠올리면 결국 CEO를 먼저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장숙자는 평소 지론인 직원들이 주인인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 철학정신이 직원들에게 전달되었기에 반대서명서에 동의를 한 것이다. 또한 마지막 방송에서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양도하며 자신의 평생 철학의 뜻을 관철시킨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기존 착한 드라마와 <찬란한 유산>이 차별화된 지점이다. 또한 결국 제목에서 이야기한 찬란한 유산은 바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악녀 백성희를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이야기하며,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악녀 백성희를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이야기하며,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 SBS

엄마의 양면성과 가족의 의미

이 외에도 <찬란한 유산>은 엄마라는 존재의 양면성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다. 사실상 드라마 주인공이 선우환과 고은성의 사랑이야기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오히려 부수적인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백성희는 드라마의 갈등을 유발하는 악녀로 등장한다. 고은성의 아버지 고평중(전인택)이 사고로 죽음을 위장한 채 보험금을 가족들에게 남기고 잠적한다. 이 사실을 안 백성희는 자신의 딸 승미(문채원)을 지키기 위해 은성과 은우(연준석)을 내보내고 보험금을 가로 챈다.

여기서부터 <찬란한 유산>의 갈등이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은폐하기 위해서 은성이에게 하나씩 거짓말이 늘어간다. 은우를 버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살아 있는 아버지의 존재를 숨긴다.

그리고 승미를 선우환과 이어주기 위해서 거짓말과 악행을 서슴없이 계속한다. 결국 극 후반부에 모든 악행이 밝혀지면서 백성희는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다.

그리고 자살을 택하지만 결국 승미의 절규로 자살마저 실패한 채 자신의 딸 승미에게 죗값을 치르기 위해 삶을 선택한다. 여기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엄마라는 존재의 양면성이다. 사실상 백성희가 악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엄마란 존재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영화 <마더>에서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자라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엄마의 이런 노력 때문에 아들은 석방이 되고, 엄마는 아들을 위해서 진실을 숨긴다. 엄마는 괴로워하면서도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에 침을 놓는다.

그게 엄마라는 존재다. 자신을 버려도 늘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들이다. 적어도 자신의 두 번째 남편이 부도를 내고 사고를 위장해 죽음을 택하지만 않았어도 은성과 은우를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죽은 남편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처럼 키워냈다면 백성희는 성인군자였을지도 모른다. 백성희는 자신의 자식 승미만을 바라본 것이다. 엄마였기 때문에. 친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온 승미를 위해서 자신이 벌이는 일이 악행임에도 두 눈을 찔끔 감고 앞만 바라보고 내달렸다.

하지만 백성희는 은우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찾아온 은성과 은우, 고평중에 놀란 백성희. 그리고 그 백성희를 고평중이 때리려 하자 아들 은우는 "안돼. 엄마. 엄마야. 때리면 아퍼"라고 아버지의 손을 막는다.

그 말에 백성희는 다시금 모성애를 느끼고 자신의 죄를 실토한다. 이전까지 자신의 친자식 승미만을 위해 모든 악행을 저질렀다면, 초콜릿 우유를 주며 버리고 온 또 다른 자식이 자신을 잊지 않고 불러준 '엄마'라는 한 마디에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이처럼 백성희라는 인물은 악녀였지만 자기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이야기해 사실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장숙자라는 인물과 그의 가족들, 은성이의 가족들의 해체와 화합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다. 장숙자의 가족은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모든 것을 장숙자에 의지했다. 은성 또한 자신의 아버지와 은우와 결합하면서 다시금 화목한 가정이 얼마나 인생에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고, 자상한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던 승미와 백성희의 결합도 우리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울타리가 역시 가족임을 보여주었다.

이 시대의 웃어른의 역할과 배우들의 호연

이와 함께 <찬란한 유산>은 이 시대의 어른과 배우들의 연기가 다시금 빛을 내주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드라마에서 노인이 등장하지만 누구누구의 할아버지, 할머니 정도로 등장했다. 하지만 <찬란한 유산>은 장숙자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극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가족의 수장으로서 가족의 생계와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람의 도리와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심축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인의 역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사회에 웃어른으로서 존경을 받아야 할 위치에 있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웃어른에게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일깨워주었다고 해도 과언이다.

더불어 장숙자를 연기한 반효정,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김미숙, 이미지 변신을 한 한효주와 이승기, 자폐아 연기를 훌륭히 해낸 연준석 등 출연진 모두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서로 찰떡궁합 호흡을 맞춰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그들과 함께 웃고 아파하며 안타까워하게 만들었다. <찬란한 유산>이 비록 종영되었지만 당분간 시청자들로부터 오랫동안 회자될 것 같다.


#찬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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