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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두 발 자전거 탈 줄 알아요!"

"뭐 네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그래요, 할머니 집에서 배웠어요."

 

지난 주 목요일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막둥이 목소리를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둥이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안다니' 이런 일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뿐만 아니라 형과 누나, 조카들 모두 막둥이가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부터 할머니 집에서 있었으면서 자전거를 배웠던 것입니다. 그래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27일) 일주일 만에 집에 온 막둥이는 자전거 타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인라인스케이트장에 갔습니다. 자전거는 두 대, 지난 해 울산 사는 사촌 형이 더 이상 타지 않는다면서 준 접이식 자전거와 막둥이가 6살 때 유치원에서 준 작은 자전거였습니다. 접이식 자전거는 크고 무겁고, 유치원 때 받은 자전거는 작고, 가볍습니다. 먼저 접이식 자전거를 탔습니다. 하지만 오르자마자 무섭다면서 타지 않겠다고 합니다.

 

 큰 자전거는 무섭다면서 타지 않겠다고 하는 막둥이
큰 자전거는 무섭다면서 타지 않겠다고 하는 막둥이 ⓒ 김동수

"엄마 무서워, 무섭단 말이예요."

"막둥이 너 자전거 타지 못하면서 거짓말 한거지?"
"아니예요, 이 자전거는 크고, 무겁잖아요. 내가 선교원 다닐 때 받았던 꼬마 자전거 타고 싶어요."

"그 자전거는 이제 타면 안 되지. 6살 때 받은 자전거를 초등학교 2학년이 탈 수 있어."
"엄마 그래도 무서워요. 할머니 집에서 배운 두 발 자전거도 꼬마 자전거잖아요."

 

생각해보니 막둥이 말이 맞습니다. 접이식 자전거가 정말 무겁습니다. 막둥이는 키고 작고, 몸무게도 얼마나 나가지 않습니다. 한 두 번 넘어지자 어쩔 수 없이 6살 때 받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멋지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자전거 주인은 바로 '나'다고 공포하는 모습입니다.

 

 큰 두 발 저전기를 포기하고 꼬마 두 발 자전거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막둥이
큰 두 발 저전기를 포기하고 꼬마 두 발 자전거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막둥이 ⓒ 김동수

 

꼬마 자전거에 오르자 방금 접이식 자전거를 타면서 보였던 두려운은 온데간데 없고, 당당하고 재미있게 탔습니다. 엄마가 손을 놓자마자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막둥이를 너무 어리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잘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도 조금 연습만 하고 타더니 자전거도 쉽게 탔습니다.

 

 엄마가 손을 놓자 신나게 앞으로 내달렸습니다.
엄마가 손을 놓자 신나게 앞으로 내달렸습니다. ⓒ 김동수

 

 꼬마 자전거를 타자 막둥이는 재미있다고 합니다.
꼬마 자전거를 타자 막둥이는 재미있다고 합니다. ⓒ 김동수

 

"아빠 나 잘 타지, 할머니 집에서 자전거 배웠단 말이예요."

"우리 막둥이 정말 잘 탄다. 목요일 막둥이가 전화했을 때 아빠는 안 믿었는데 오늘 보니 잘 타네."

"할머니 집에서 하경이 누가 배워주었요."

"이제는 꼬마 자전거가 아니라 접이식 자전거도 탈 수 있어야지."

"그런데 접이식 자전거는 무서워요. 무겁고."

"김막둥이 지금은 당장 힘들어도 접이식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조금씩 배울게요."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지만 막둥이는 이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막둥이를 조금 늦다고 걱정하지만 막둥이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막둥이가 자신을 존중하고, 동무들을 존중하면서 삶을 떳떳하게 살아가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 막둥이 두 발 자전거 타기 막둥이가 큰 두 발 자전거는 타지 않겠다고 하지만 꼬마 두 발 자전거는 당당하게 타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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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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