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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에 다시금 컴백한 90년대 최고의 혼성그룹
2009년에 다시금 컴백한 90년대 최고의 혼성그룹 ⓒ 마당드림컨텐츠

90년대 가요계는 그야말로 최고의 르네상스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선한 충격 이후 댄스음악 장르는 르네상스의 주역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다양한 음악 장르가 도입되었고 빅뱅, 동방신기와 같은 아이돌 가수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금.

 

그런데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외모는 역시나 참으로 흐뭇한데, 어쩐지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지금의 음악은 좀처럼 정이 가지 않는다. 정이 안가다기보다는 자꾸만 90년대 추억 속의 스타들이 머릿속에 맴맴 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듀스, 현진영, 노이즈, 룰라, REF, 솔리드, 쿨 등.

 

그런데 90년대를 살아온 우리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추억의 그룹이 된 노이즈와 쿨, 룰라가 컴백했다. 먼저 쿨은 10.5집으로 컴백했고, 이제 드디어 노이즈와 룰라가 컴백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원년멤버가 모두 뭉친 룰라가 중심에 서 있다. 사실상 노이즈의 경우 그룹에 중요한 부분을 차치하는 이들이 등장하지 않아 조금 의미가 퇴색했다.

 

하지만 룰라는 원년멤버 모두가 음반에 참여하며, 2여 년 동안 준비한 음반을 내놓았으니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닐 수밖에 없을 터. 룰라는 95, 96년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룹이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대로 우여곡절도 많은 팀이었고, 해체를 두 번이나 해야만 했던 그룹이었다. 그래서 룰라라는 그룹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은연중에 그들의 컴백을 기대하는 팬이 많았다.

 

세월이 흘러 쌓인 추억의 힘을 가진 룰라

 

물론 이들은 컴백하기 전 다양한 쇼프로에 출연해 자신들의 추억을 팔며 조금씩 대중에게 모습을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룰라는 솔로로 전향한 뒤 소위 돈이 떨어져 다시 뭉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었다. 또한 <상상플러스>와 <라디오스타>에서 중복된 추억이야기를 꺼내 한 차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물론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 다시금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을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추억을 쇼프로에서 소재로 활용한다는 자체가 이미 그들은 그만큼 과거를 풍미했던 스타였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상 룰라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한 번쯤 그들의 역사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룰라는 1994년 1집 앨범 [Roots of Reggae] 로 데뷔해 '백일 째 만남'으로 얼굴을 알렸다. 물론 당시 상대 그룹 '투투'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당시 김지현, 이상민, 고영욱, 신정환이 주축이 되어 활동을 한 후 후속곡 '비밀은 없어'에서 전기춤을 유행시키며 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정환의 갑작스러운 입대로 채리나가 들어왔고 이후 2집 [날개잃은 천사] 앨범으로 엉덩이 춤 하나로 국민가수가 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그 이후 승승장구하던 룰라는 3집 [Reincamatio of the Legend]의 '천상유애' 표절로 일약 국민스타에서 표절가수가 되었고 4집 [All System Go!]에서 '3!4!'로 재기했다. 이후 김지현 탈퇴 후 5집으로 다시금 스타의 자리를 이어갔지만 해체를 선택했다. 그 후 1999년 6집으로 [Six N` Six]로 완벽한 재기를 했고 2001년 8집에서 고영욱의 입영으로 다시 해체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은 그들의 컴백이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8년 정도라는 것이다. 매체에서 12년, 10년을 운운하는데 그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8집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12년은 너무 긴 시간으로 룰라를 추억 속의 그룹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러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15년 동안 서로에게 끈끈한 우정을 나눴고, 그 사이 쌓인 수많은 추억이 함께 했다. 그리고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이어갔던 룰라에게 팬들은 자연스럽게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쇼프로에서 추억을 팔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한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혼으로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던 이상민은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하며 <라디오스타>에서 이애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또한 김지현은 섹시스타에 머물렀던 것에서 '야! 고앵욱 양아치니?'라는 다소 엉뚱한 말투로 시청자들과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기가요에 컴백한 룰라의 무대는 예나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인기가요에 컴백한 룰라의 무대는 예나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 SBS

거장의 귀환, 그리고 성공적인 컴백

 

그리고 드디어 컴백했다. 26일 <인기가요>에서 컴백무대를 가졌는데, 일단 1회 방송만으로도 그들의 컴백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사실상 그것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예전 룰라의 무대를 다시금 보는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10년이란 세월을 무색케 하는 무대였다.

 

춤과 음악 트렌디를 정확하게 짚어낸 스타일과 무대매너, 여유까지 그들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그들은 그저 추억을 파는 수준에서 벗어나 90년대를 주름잡던 그룹이었음을 어느 정도 입증해주었다. 그들을 모르는 세대에까지도 '룰라가 이런 그룹이었구나'라는 알게 할 정도로.

 

우선 음악 면에서 그들은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룰라만의 색깔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우선 '고잉고잉'이라는 타이틀은 요즘 유행하는 하우스리듬에 후크송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들의 '고잉고잉'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면서 처음 들었을 땐 좋은 줄 모르지만 중독되는 현상 덕분에 일단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같이 놀자'의 경우는 '3!4!'를 연상케하는 룰라 특유의 색깔이 더해지면서 '고잉고잉'과 타이틀롤을 겨뤘을 만큼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같이 놀자'라는 곡이 유행하고 있다.

 

이 노래는 유건형 작곡에 이상민 작사로 이번 9집 앨범 [A9ain - Again]에는 유명한 작곡,작사가들이 대거 참여해 이미 음악적인 면에서 완성도를 이끌어냈다. 힙합 듀오 듀스출신의 이현도, 현진영, 아이돌 듀오 언타이틀 출신 유건형, 리쌍의 길 룰라 멤버인 이상민, 김도훈 등이 작곡가로 참여 여러 장르의 곡들을 룰라 9집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사실상 이들의 앨범은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싱글이 대세인 현상에서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이들의 도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9집 앨범으로 컴백하면서 잠시잠깐의 돈벌이가 아닌 완전한 재기를 노리고자 한 것이며, 음악적으로 대중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컴백무대 자체만 보더라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으로 돌아왔다. 우선 '고잉고잉'이라는 노래에 맞춰 의상에서부터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로 멋을 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요즘 트렌드를 선도하는 2NE1과 비교해도 무색할 만큼 트렌드에 딱 맞는 스타일로 변화했다.

 

또한 춤에서는 여전히 룰라표 안무를 선보여 남녀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를 만들었다. 아이돌 그룹의 댄스가 고난도여서 따라하기 어려웠다면 룰라의 댄스는 충분히 마음만 먹는다면 따라할 수 있는 안무로 다시 한 번 옛 영광을 재현할 조짐이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영리한 룰라

 

어느 평론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동시대 모든 혼성 그룹의 기반은 90년대 쿨과 룰라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평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쏟아져 나왔던 혼성그룹들 -스페이스A, 샾, 코요태 등- 이 모두 쿨과 룰라의 전략적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사료해 볼 때 이 정도 평가는 적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룰라는 트렌드 중심 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최대한 활용하며 성장해왔다. 멤버의 탈퇴, 두 번의 해체에도 사실상 룰라는 인기가수였고 대중가수로서의 모든 영광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부침 속에서 굳건히 자신의 이름값을 한 것은 그들의 탁월한 트렌드를 읽는 눈을 가진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상 앞서 컴백하기 전에도 룰라는 미디어의 이용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우선 <상상더하기>, <라디오스타> 단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룰라의 새로운 모습을 알려주었고,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사람들의 입에 회자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주었다.

 

고영욱의 연애사 이야기와 룰라시절의 추억이야기 등을 풀어내며 이슈를 만들어냈고, 그 이슈가 좋은 소식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컴백무대를 가지며 막연하게 90년대 스타의 귀환이 한때 트렌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물론 완전한 컴백성공에 대해서 추측하기는 이르다. 음원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28일 정식발매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 비해 컴백하면 무조건 1위를 하던 시절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반응은 일단 합격점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난 이들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은 바이다. 90년대를 지나 2000년도까지 룰라라는 그룹이 존재하는 일은 반갑다. 더욱이 서태지, 김건모도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금, 룰라의 성공으로 다양한 세대의 음악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지난 시절처럼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해도 그들과 함께 성장한 팬들과 호흡하며 오래도록 장수하는 모습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故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나이가 50임에도 춤을 추며 멋지게 노래를 부르며 아직도 팝의 황제와 디바로 군림한다. 이외에도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팬들과 호흡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이 꼭 보기 좋게 성공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신세대 음악에 밀려 추억의 스타를 찾아가며 노래를 듣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세대들에게 아이돌 그룹이 있다면 우리에게 90년대 스타가 있어주기 바란다.


#룰라 #90년대 스타 #날개잃은 천사 #고잉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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