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오후 7시.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일행 80명은 바쁜 일과를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일행 중에는 천경송 전 대법관을 포함한 법조계, 학계, 의료, 기업계 등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인간다운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문화를 접해보자는 의도다. 회원들이 관람한 특별 프로그램은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이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봉안된 경천사 10층 석탑은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대리석을 재료로 세운 10층 석탑이다. 기단부는 사면이 튀어나온 아(亞)자 형과 사자, 서유기, 나한 등의 조각이 있다.
난간과 탑신 그리고 지붕으로 이루어진 탑신부는 목조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1층에서 4층까지는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같이 불교에서 중요시되는 여러 장면을 묘사한 16회상이 조각돼 있다.
이 탑은 1907년에 일본의 궁내대신 다나까가 일본으로 밀반출했으나 영국 언론인 E.베델과 미국 언론인 H. 헐버트 등의 노력으로 1918년 반환됐다. 1960년 경복궁에 복원됐으나 풍화작용과 산성비 등의 보존상 문제점이 드러나 해체했다가 2005년에 복원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탑들은 화강암으로 조각돼 섬세한 선과 면들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탑은 로마 바티칸 궁전의 대리석 조각에 못지않은 섬세함과 균형미를 갖췄다. 탑 곳곳에는 당시 티베트불교가 유행했던 원나라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이집트 사람들의 삶
이집트 사람들의 삶은 5천년 이상 나일강의 비옥한 땅을 따라 이어져 왔다. 사람들은 농업과 수공업에 종사했고 성직자와 관료 등 소수의 계층만 호화로운 특권을 누리고 살았다. 현존하는 유물외에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덤에 그려진 벽화와 부조, 부장품이다.
특히 귀족들의 무덤에는 공방에서 일하는 모습, 고기잡이, 작물의 수확,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추는 여인, 빵을 굽고 만드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이 '카(근원적인 생명력), 바(인격을 가진 영혼)', 육체, 이름, 그림자 등 5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사람이 죽으면 생명력과 영혼이 육체에서 이탈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생명력과 영혼이 머물 장소를 만들고, 사후세계도 현세와 같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내세에서도 영원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묘주의 조각상을 무덤 안에 조성하는 것도 카와 바의 거처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었다.
전시장에는 이집트에서 직접 공수돼온 여러 구의 미라와 고양이 매 등의 동물 미라도 볼 수 있다. 발굴이나 운반 중 깨진 것으로 보이는 반인반수의 여신 세크메트는 '힘이 있는'이란 뜻을 가진 '세켐(sachem)에서 유래했다. 이 여신은 이름에 걸맞게 사납고 위협적인 속성을 지닌 사자의 머리로 표현됐다. 호전적인 세크메트는 왕이 전투에 나갈 때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돕는다.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
차마고도에 대한 해설을 맡은 민병훈 소장은 "윈난성과 사천성은 현격한 고도차이로 인해 생산물의 차이를 교역으로 해결했어요. 하지만 교역이 금지되면 비평화적 방법 즉, 침략의 방법으로 물물교환이 이뤄지기도 했죠.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운남 지역의 차는 우리가 마시는 찻잎보다 크고 쓴맛이 강하다. 현지 주민들은 큰 찻잎을 건조시킨 후 다시 쪄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키며 자루에 넣어 비빈 다음 부드럽게 된 찻잎을 일정한 틀에 넣어 압축 성형한다.
직경 약 25센티 정도의 원반 형태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보이차는, 하나씩 종이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후 일곱 개를 포개어 대나무 끈으로 묶은 다음 대바구니에 넣어 수송한다. 이로부터 칠자차(七子茶)라는 명칭이 생겼다. 윈난지역에서 산출된 보이차는 길상의 숫자 6에 맞추어 일 년에 6666근이 청왕조의 황실에 공납했다.
차마고도의 주역은 마방이다. '마방'이란 말을 끌고 장사를 떠나는 상인행렬을 뜻하며 이러한 마방의 우두머리를 '마궈토'라고 한다. 이들은 길을 떠나기 전 경험 많고 온순한 성격의 암컷말로 선두를 정하여 화려하게 치장한다.
법회 의식이나 경전을 올려놓고 읽는 독서대는 대나무를 쪼개 형태를 만든 다음 그 위에 비단천을 씌워 휴대하기 쉽게 제작됐다. 안쪽을 화려한 오방색으로 길상 문양을 넣었는데 이는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서 끝없는 인연의 고리가 우주 끝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오방색은 동양문화권에서 우주인식과 사상체계의 중심이 되어온 원리다. 우주의 본원에는 음양의 두 기가 생산한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의 오행이 운행하며 서로 상생상극한다고 한다.
사람의 대퇴골로 만든 법기 피리는 밀교의식에 사용되며 악령을 물리치기 위한 도구이다. 다마루 옆에 놓이며 극락으로 가기 위하여 '번뇌를 끊어버리는 음악'을 연주하는데 사용된다. 인간의 육신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티베트인의 장례의식인 천장을 행할 때 이 피리로 새를 부르기도 한다.
세 걸음 혹은 다섯 걸음 만에 한 번씩 몸을 낮추고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이마를 땅에 대며 가는 오체투지는 장장 2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 얼음 땅이든 가파른 경사든 단 한 치의 땅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체투지로 가면서 다른 사람의 평화와 안녕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것은 가장 낮고도 가장 높은 길이다.
20세기까지는 산업이 문화를 견인했지만 21세기는 문화가 산업을 견인하는 시기다. 문화의 세기에서는 문화가 경제적 투자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삶의 질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회원들은 두 문명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우리문화에서 희망을 찾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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