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이다. 푹푹 찌는 한낮, 땀을 뻘뻘 흘리다보면 불현듯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이 있다. 바로 머리끝이 저리도록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 바야흐로 휴가철과 함께 맥주의 계절이 시작됐다.
오비, 카스, 하이트, 맥스… 국내에서 제조되는 맥주들이다. 모두들 각기 다른 맛을 자랑하지만, 전통으로 말하자면 당연히 오비맥주가 최고다. 나 역시 20여 년간 오비맥주를 애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초순부터는 하이트만을 고집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품질에 하자가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부터다.
YTN의 지난 7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맥주 품질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즉각 알리지 않고 숨기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오비맥주는 심지어 직원들을 동원해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없는 젖산균이 검출된 오비블루 제품을 마트 등에서 사재기를 했다. 소비자 건강과 바로 연결되는 문제를 덮으려 했던 것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인체에 해롭지 않기에 공개 리콜(제품 회수)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했다. 오랫동안 오비맥주를 애용한 소비자로서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오비맥주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선에서 머물렀다. 7월 31일 오후 2시에 다시 들어가 보니 이제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요 며칠 사이 오비맥주를 다룬 보도는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소비자 중심의 맥주품질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단체, 식품전문가, 의학전문의, 미디어 전문가, 지역사회 관계자 등 총 8명의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지난 젖산균 검출 맥주 문제가 터진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를 다룬 보도 봇물은 그뿐이 아니다. 오비맥주가 최근 기업이미지(CI, Corporate Identity)를 변경했다는 보도는 여러 언론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해졌다. 이번 CI 변경은 지난 25일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가 오비맥주 인수 작업을 완료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쓰레기 만두 파동이나 기타 식품 안전 문제 등과는 달리 오비맥주의 이번 제품 문제는 여러 유력 언론사들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소비자 건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CI 변경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오비맥주를 다룬 일련의 보도를 접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품질 문제는 대충 덮으면서 기업이미지와 옴부즈맨을 크게 부각시킨 점 때문이다. 얼굴에 화장을 잘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속내를 깔끔하게 단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비맥주를 오랫동안 애용한 소비자로서 오비맥주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한다는 진정성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여름이 다 지나도록 오비맥주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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