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는 놈이 있으니 한 번 볼래요?"
계곡으로 내려가는 도중 길 안내를 맡은 분이 알 듯 모를 듯 묘한 말을 한다. 분명히 무슨 폭포를 보러 간다고 했는데…. 경사가 다소 심해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밑으로 내려가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콸콸콸. 폭포수가 시원한 굉음과 함께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다. 얼마 전 내린 빗물로 인해 평소보다 수량이 많다고 한다. 무더위가 싹 가시는 게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 자락에 위치한 32m 은계폭포가 빚어내는 신비로움이다.
폭포가 대개 그렇듯이 은계폭포 역시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 바위를 미끄러지듯 타고 내리는 물줄기 모양은 여성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영화 속 도인들이 수련하듯 가부좌를 틀고 온몸으로 폭포수를 떠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일상의 모든 잡념과 세속에서 끼인 때들이 모두 지워지지 않을까.
그 때였다.
"이곳으로 와 봐요. 여기 그 놈이 있어요."'대체 그 놈이 뭐라는 거지.'별 기대 없이 자리를 옮기자 눈앞에 작은 못이 드러났다.
"이게 뭐예요? 크기도 별로고, 선녀탕 같은 건가요?""잘 봐 봐요. 그 놈이 안 보여요?"허걱! 영락없이 '놈'이었다. 더욱이 그늘진 부분이 시커먼 것이 남성의 성기를 잘 다듬어 놓은 모양새다.
"남근탕이에요. 잘 생겼죠.""그러게요, 기가 막히네요. 아주 튼실하게 생긴 게 힘 좀 쓰겠는 걸요.""요 놈이 저기 은계폭포에서 내려온 음기를 가득 품고 있어요.""세찬 거품이 이는 걸 보니, 마치 절정에서 용솟음치는 정액을 연상시키는데요.""남근탕에서 목욕을 하면 아들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요. 남자는 은계폭포 밑에서 멱 감고, 여자는 남근탕에서 멱 감고 합방하면 궁합이 딱 맞아요."실은 '남근탕에서 목욕을 하면 아들 낳는다'는 말은 희망사항이란다. 그런 이야기거리라도 하나 있으면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겠느냐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이곳 은계폭포 입구는 파주시청이 울타리로 차단해 놓은 상태다. 관리 인력 문제도 그렇고,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개가 된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건 자명한 일. 그래서 주변 상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주시청을 탓하고 있단다. 하지만 보존과 개방은 언제나 부딪치는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아무튼 은계폭포에서 음기를, 남근탕에서 양기를 받으시고 무더위를 날려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