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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전경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전경 ⓒ 최병렬

지난 1966년 2월 개소해 국내 전파관리 업무와 연구의 산실이던 전파연구소 안양청사가 1995년 원효로 청사로 이전한 후 남아있던 민원실까지 이전함에 따라 43년의 전파연구소 산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우정사업본부 물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입주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며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안양시 또한 전파연구의 산실이던 전파연구소를 전파통신박물관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어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소장 김춘희)는 지난 5일 "방송통신기기 품질인증 민원서비스를 제공해온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민원실을 오는 7일 서울 용산구 소재 원효로 청사로 이전한다"고 밝히면서 "우정사업본부 물류센터가 들어설 에정이다"고 발표했다.

전파연구소와 안양시에 따르면 전파연구소 소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인 반면 부지 소유권은 지식경제부에 속한 우정사업본부가 갖고 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수도권 물류센터를 추진하는 반면 안양시는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는 태도다.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업무 종료를 알리는 안내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업무 종료를 알리는 안내 ⓒ 최병렬

수도권 소포물류센터 vs 전파통신박물관... 활용 방안 갈등

특히 안양시는 도심 한복판에 물류센터가 들어설 경우 교통난 등이 우려된다며 한국 전파연구의 산실인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를 전파통신박물관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방송통신위원회, 경기도 등 관련기관과 전파연구소 보존을 위한 협의를 추진해 왔다.

안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전파통신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전파통신학회 등 전문가와 전파연구소, 우정사업본부 등과 협의를 벌인 결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초의 전파연구소라는 역사적 의미가 크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고 주장했다.

김신택 대림대 교수는 "대학과 개인, 기업들이 전파역사 관련 기기와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안양전파연구소를 박물관으로 활용하면 역사적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되고 통신강국으로 불리우는 저변의 밑바탕인 전파통신 관련 역사적 흔적들의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을 받고 있는 반면, 정작 그 자료와 시설들이 소멸되어 없어지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통신-전파박물관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측은 이곳에 경기도 서부권 소포우편센터를 건립할 계획으로 정부 차원의 승인을 받아 이미 설계 및 건설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까지 진행해 번복하기가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부지 활용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파연구소 도로에 내걸린 물류센터 입주 반대 플랜카드
전파연구소 도로에 내걸린 물류센터 입주 반대 플랜카드 ⓒ 최병렬

전파연구소 소관부처 변경으로 표류 우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양시 또는 경기도가 우정사업본부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타결책 방안의 하나이지만 이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 2일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보존 필요성에 공감하고 안양시의 대체부지 제공방안을 검토했으나, 관련 대책회의를 한 결과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체부지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물류센터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에 전파연구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물류센터 입주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탄원서 서명을 받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물류센터는 다른 곳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연구소 부지의 역사적 가치는 되돌릴 수 없다"며 "기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지는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과 도시기능 및 발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 시장은 "안양전파연구소에 소포우편물류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상습정체구간인 인근 도로의 교통문제는 심각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만약 인허가 요청이 들어올 경우 법적으로 진다 하더라도 내 임기 중 내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해 갈등마저 예상된다.

문제는 전파통신박물관 건립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엔 정부 조직개편으로 전파연구소 소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 부지 소유권은 지식경제부에 속한 우정사업본부가 갖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전파연구소내 파라볼라 안테나 등 시설물
전파연구소내 파라볼라 안테나 등 시설물 ⓒ 최병렬

43년 전 설립된 전파연구의 산실,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전파연구소 안양청사는 43년 전인 1966년 전파의 중요성이 인식돼 전파관리국 산하에 전파연구소 직제를 대통령령(제2397호)으로 만들고 그해 10월 안양청사를 건립하여 한국에서 전파연구 업무를 시작한 곳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

부지면적 1만9296㎡ 규모인 이곳에서는 초창기 전파감시 업무를 시작으로 전파자원 개발연구 및 기초연구, 전파환경보호 및 이용안전기준연구, 국가기술기준제정 및 인증제도개선연구, 무선기기 형식검정 등록 적합확인,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및 ITU-R, WRC, EMC, CISPR 등 국제기구 활동과 연구동향분석 등 전파통신에 대한 업무를 진행해 왔다.

특히 1968년 무선기기 형식검정과 전파예보, 1985년 전기통신기자재 형식승인, 1990년부터는 정보기기 전자파장해검정업무, 1992년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맞아 우주전파 관측 및 전자파표준시험 등 업무를 수행하고 1993년부터는 전파환경 연구를 실시해 왔다.

현재도 전파연구소 안양청사 부지 내에는 태양의 흑점 폭발 등에 대한 정보를 위해 태양을 추적하는 안테나, 한국 중부지방의 최고 사용주파수를 제공하는 전리층 관측기 등 각종 대형 안테나 장비들이 우주와 하늘을 향해 치솟으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되는 무선기기와 통신장비들에 대한 형식승인을 해 왔다는 점에서 전화, 전파통신장비, 무전기, 삐삐, 핸드폰, 무선통신 등의 IT 통신기기 산업 발달사를 박물관 테마로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안양#전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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