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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법석하게 놀아볼까! MBC FM4U 여름음악페스티벌, 올해의 주제는 색깔 '빨강'과 '파랑'이다.
난리법석하게 놀아볼까!MBC FM4U 여름음악페스티벌, 올해의 주제는 색깔 '빨강'과 '파랑'이다. ⓒ 조재환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여 년간 명성을 이어온 MBC FM4U 여름음악페스티벌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공연은 인터넷으로 신청자를 접수받아 추첨하는 방식, 당첨된 사람은 공짜로 볼 수 있는 공연이다. 특히 대학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특별한 휴가지를 선정못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사실 난, 이 공연에 3번째로 당첨됐다. 하지만 지난 2007년과 2008년에는 특별한 사정이 겹쳤다. 가장 보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다음해를 위해 참았다. 그 인내의 결과가 2009년에는 관람이라는 행운을 얻었다. 내게는 이 공연이 일반 TV음악방송과 차별된 점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공연시작 한시간 반 전에도 꽉차는 한양대 노천극장

인산인해 한양대 노천극장 앞. 이곳에서 여름음악페스티벌이 열렸다. 수많은 티켓 당첨자가 입장대기중이다.
인산인해한양대 노천극장 앞. 이곳에서 여름음악페스티벌이 열렸다. 수많은 티켓 당첨자가 입장대기중이다. ⓒ 조재환

MBC 여름음악페스티벌의 티켓 당첨자는 거의 수천 명에 이른다. 보다 더 다양한 청취자들과 함께하려는 의도가 크다. 매해 열리는 이 공연은 거의 콘서트 형식에 육박할 정도로 큰 공연이다.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큰 공연 중 하나다.

대중적인 공연을 두 번이나 미뤄야 했던 나, 이번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가게되는 영광을 누렸다. 여자친구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라디오 방송에서 주최하는 공연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공연은 일찍 도착해야 좋다. 그만큼 많이 기다려도 앞자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공연 시작시각인 6일 7시반보다 조금 일찍인 6시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대기인원은 수천 명이었다. 벌써부터 맨 앞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기인원 줄은 두 번의 언덕을 넘고 다시 올라가며, 계단을 거쳐 형성됐다. 거의 700m에 이를 정도. 20여 년간 명성을 유지한 여름음악페스티벌의 백미중 하나였다.

세삼 느낀 우비의 소중함

꽉 찬 노천극장 거의 수천명의 관객이 몰린 한양대 노천극장
꽉 찬 노천극장거의 수천명의 관객이 몰린 한양대 노천극장 ⓒ 조재환

6일 날씨는 어땠을까? 이날 태풍 모라꼿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대비해 노천극장 잡상인들은 하나둘씩 우비를 준비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공연 도중에 우산을 쓸 수 없으니 우비 사세요!"라고 했다.

사전에 MBC는 "공연 도중에는 비가 안 올 가능성이 크나 우비를 준비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MBC도 나름 비로 인한 걱정이 컸나 보다. 공연 시작 전에 나와 여자친구는 우비가 필요하지 고민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것을 느끼자 바로 우비를 구입했다.

공연 시작 20분,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졌다.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당황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리고 미리 우비를 사지 않은 사람들은 후회하며, 지갑을 들고 행사장 밖으로 빠졌다. 우비를 사기 위해서다.

우비천국 '여름음악페스티벌' MBC 여름음악페스티벌 시작 전 모습
우비천국 '여름음악페스티벌'MBC 여름음악페스티벌 시작 전 모습 ⓒ 조재환

공연 조연출을 맞은 MBC 라디오 국 강성아 PD는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후 8시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한다"며 "우리 모두 재미있게 공연을 구경하자"고 했다. 하지만 관객은 믿지 못한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 적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주최측도 단순히 기상청의 예보만 전달했을 뿐, 그리 믿지 않은 눈치였다.

점점 굵어지는 비, 가수들에게는 '천국'

빗속 박수 '은초딩' 은지원의 공연. 비가 굵어지는 시간에 나온 그는, 우비를 쓴 관객들과 함께 힙합에 동화됐다.
빗속 박수 '은초딩'은지원의 공연. 비가 굵어지는 시간에 나온 그는, 우비를 쓴 관객들과 함께 힙합에 동화됐다. ⓒ 조재환

비는 기상청의 예상과 달리 더욱 굵어졌다. 관객들은 이 순간만큼은 즐겁다. 무더운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선한 기운이 공연장의 열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은 에픽하이,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윤미래, 타이거JK, 은지원, 김장훈이 출연했다. '난리법석 ; 빨강'이라는 주제와 걸맞는 사람들이다.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지는 시간에 나온 타이거JK와 윤미래 그리고 은지원은, 보다 가까이 관객들과 동화됐다. 이들은 오히려 빗줄기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은지원은 예능에서 보여준 '초딩'의 이미지를 잠시 잊었다. 비와 함께하는 그의 박수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윤미래와 타이거JK의 퍼포먼스도 놀라웠다. 타이거JK는 공연 도중 상반신 근육을 노출시켰다. 굵어지는 비와 함께하려는 의도가 컸다. 그의 아내인 윤미래는 타이거JK를 향해 물을 뿌려주며 공연의 열기를 높였다.

여보! "물맞을 시간!" 윤미래가 타이거JK를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여보! "물맞을 시간!"윤미래가 타이거JK를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 조재환

이렇게 비와 물이 함께한 난리법석한 시간은 3시간, 우비소년과 소녀로 변신한 관객들은 예상 밖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큰 성원을 보냈다. 군 입대를 불과 4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나. 여자친구와의 공연관람은 내 열정을 쏟아붇기에 충분했다. 돈을 주고도 못보는 기이하고 멋진 광경에 놀라기도 했다.

크라잉넛의 한 멤버는 "여러분 피서 못 가신 분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아니요라는 관객의 목소리를 관심있게 들었다. 그러면서 "여러분 여기가 대한민국의 최고의 피서지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진정한 피서를 함께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여름음악페스티벌은 공짜로 느낄 수 있는 피서지라는 셈.

공연값이 비싸 집에만 잊지 말자. 세상에는 돈이 필요하지 않는 피서지가 많다. 또 얼마든지 돈이 없이도 최고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SBS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 동시송고합니다.



#여름음악페스티벌#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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