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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게 있었지'

 

걸레로 청소를 하고 있던 난 지난 주에 사위한테 선물로 받은 작은 청소기를 꺼내어 거실의 먼지 청소를 했다. 아직 걸레질이 익숙한 나에게는 작은 청소기가 있다는 것을 자꾸만 잊어버린다.  하지만 청소기로 청소를 하고 나면  허리나 무릎이 아프지 않다. 그렇다고 간단한 청소를 하는데 일일이 커다란 진공청소기로 청소 하는 것은 너무나 번접스럽고 불편하다.

 

하여 그동안은 차라리 비질이나 걸레질를 했었다. 비질이나 걸레질을 한동안 하고 나면 무릎관절도 아파오고 허리도 아프다. 그런데 지난 주, 사위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택배 도착했지요?" "응 안 왔는데 무슨 택배인데?" "여기는 배송완료로 나왔는데 아직 안 왔나보네요. 작은 청소기 하나 보냈어요." "요즘 많이 힘들 텐데 그런 것은 왜 보냈어. 아무튼 고맙게 잘 쓸게"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의 작은 청소기(전자제품은 산뜻한 맛에 흰색을 좋아한다)였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청소기 하나 사려고 했는데 사위와  텔레파시라도 통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사위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청소기 도착했네. 고맙게 잘 쓸게. 탱큐"하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을까? 그 점이 정말 궁금했다. 마침 딸아이한테 다른 일로 전화가 왔다.

 

난 "얘 우진이 아빠가 청소기 보냈더라. 어찌 된 일이니?" "어머 그래? 나도 몰랐네. 지난번에 엄마네 갔을 때 우진이가 과자부스러기를 떨어트린 것을 엄마가 휴지로 닦아내는 것을 보더니 어머니네 작은 청소기 없냐고 묻더라고. 그러더니 나도 모르게 배달시켰나 봐" 한다.

 

"그러게 나도 너희 집에 가서 애들이 떨어뜨린 과자부스러기를 작은 청소기로 청소하면서 편하고 좋기에 하나 사야지 했었는데. 어쨌든 고맙다" 했다. 그런데 사위한테 그런 선물을 받으면 사돈댁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난 딸아이에게 "너네 시댁에는 작은 청소기 있니?" "그럼 우리시어머니는 그런 것은 아주 재빠르게 사니깐 엄만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써. 또 전기료 아낀다고  비질, 걸레질 하지 말고 "한다. "그래 걱정 마. 나도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살 거야"했다.

 

만약 사위가 집안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위가 집안 일을 잘 하니깐 청소에 필요한 도구들을 딸아이보다 더 잘 알고 더 잘 산다. 집안 일 중에서 청소는 사위 담당이니깐 아무래도 정보가 많은 듯했다, 또 청소를 하면 대충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웬만한 여자보다 더 깨끗하게 해놓으니깐 딸아이가 다시 손을 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쨌든 내 나이가 이젠 노년으로 들어섰는지라 이젠 여기저기 다 아파 오고 구부리고 청소를 하고 나면 특히 관절이나 허리가 많이 아프다. 그런 세심한 배려와 자상함에 사위에게 다시 한 번 감동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위는 작은 청소기뿐 아니라 서서 밀고 다니는 대걸레도 지들 것을 사면서 우리 것도 사서 보내 그것도 아주 잘 쓰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관절이 갑자기 아파와서 계단을 내려갈 때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병원에 가려던 참이었다.

 

그러면서 엎드려서 비질, 걸레질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 남편은 그전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집안 일 중에서 특히 청소는 전혀 도와주지 않고 있다. 거실 걸레질을 하면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아주 귀찮아할 정도이다. 그러니 그렇게 작은 청소기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작은 청소기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 보던 남편도 쓱쓱 밀어보더니 "이게 작아도 아주 잘 빨아드리네" "그러게 우리 사위와 내가 무슨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 작은 것이 나하고도 딱 맞아. 그런 청소기를 사위가 사줬으니 가끔씩이라도 청소 좀 도와 주려나?"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더니 "사위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 살겠나?"한다.  청소를 마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를 잡아 놓았다. 잊지 않고 자주 사용하려고. 충전을 해서 사용하는 작은 청소기가 유난히 앙징맞고 정겹게 보인다. 아마 내가 사려고 마음 먹은 것이라  더 그런가보다.

 

"사위! 그렇지 않아도 요즘 관절이 아프기 시작해서 걱정을 했는데  정말 고맙네, 잘 쓸게."


#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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