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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민과 '소통' 문제로 광역자치단체장으론 건국 이후 처음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있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소통 대장정'을 하겠다며 투어를 하고 있지만 비판이 만만치 않다. 11일 오후 함덕해수욕장으로 소통 대장정을 나온 김 소환대상자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민과 '소통' 문제로 광역자치단체장으론 건국 이후 처음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있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소통 대장정'을 하겠다며 투어를 하고 있지만 비판이 만만치 않다. 11일 오후 함덕해수욕장으로 소통 대장정을 나온 김 소환대상자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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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문제 불통으로 소환 당한 김태환, 소통 대장정에서도 현안문제 언급 없어

광역단체장으론 처음으로 주민소환 심판대에 오른 김태환 제주지사 소환대상자의 이른바 '소통실천 대장정'이 11일 5일째를 맞았다. 그런데 민생현장에서 제주주민들과 직접 소통을 실천한다는 김 소환대상자의 소통방식과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1일 오후 2시 김 소환대상자가 제주도 조천읍에 있는 함덕해수욕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애인들의 하계 사회적응훈련장을 찾아 '현장소통'을 하겠다는 취지다. 김 소환대상자는 적응훈련에 참가한 장애인들과 이들의 훈련을 돕는 자원봉사를 나온 제주도 의용소방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인  "지사님, 아들이 변호사죠? 저랑 군대 근무 같이 했습니다."
김 소환대상자 "맞수다게(맞다는 뜻의 제주도 말). 다 알고 있네."

자원봉사자  "지사님, 힘내세요."
김 소환대상자  "여러분 고생이 많으십니다. 잘될 겁니다."

김 소환대상자가 현장에 머문 시간은 30여 분. 그는 소통을 위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현장에 있는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이른바 '김태환식 소통'을 실천했다. 물론 장애인들을 위해 짧은 인사말도 했으며, 주부 의용봉사대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30분 남짓 머문 소통의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소환을 당한 배경이 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견해는 단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

김 소환대상자는 '제주도의 여러 가지 현안 때문에 주민으로부터 소환을 당해 투표를 앞두고 있는데 이후로도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침묵의 잠행에 대해서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그는 "어떻게 하면 갈등을 최소화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초점"이라고 말한 후 "이해해달라"며 서둘러 차에 올랐다. 그의 소통실천 대장정은 오후 2시 30분 "오늘(11일) 공식일정은 모두 끝났다"는 말과 함께 끝났다.

 김 소환대상자는 주민들에게 현안에 대해서 함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의 질문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1일 오후 2시 30분 무렵 "오늘 공식일정은 끝났다"며 차에 오르는 김 소환대상자.
 김 소환대상자는 주민들에게 현안에 대해서 함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의 질문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1일 오후 2시 30분 무렵 "오늘 공식일정은 끝났다"며 차에 오르는 김 소환대상자.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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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의 소통 대장정은 내년 지방선거 사전 리허설"

그의 이 같은 '소통 대장정'에 대해 고유기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소환투표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일축하며 "주민들에게 자신은 잘하려고 했는데 억울하게 주민소환을 당했다는 식의 동정론 확산을 노리는 염치없는 '동정 투어'"라고 잘라 말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도정이 그렇게 정당했다면 당당하게 소환이 부당하다고 반박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소통에 자신있고, 도정을 잘 운영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왜 모든 토론회에는 응하지 않느냐"고 토론을 기피하는 김 소환대상자를 비꼬았다.

함덕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조천읍 주민(38)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저 꼴(주민소환)을 당한 것이지 괜히 그랬겠느냐"면서 "자신이 잘한 것은 뭐고, 또 실수하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밝히고 떳떳하게 도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김 소환대상자가 벌이는 침묵의 소통 대장정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주민소환운동본의 한 관계자는 "말은 주민과 소통 대장정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조직을 점검하고 있는 것"이라며 몇몇 근거를 댔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사전에 준비된 의혹이 있는 보육원생들의 공연과 김 소환대상자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일정 외에  ▲시 산하기관 행사에 사전약속 핑계로 참석 ▲도내 주요 동호단체 모임에 참석 하는 것 등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소환대상자의 소통 대장정은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리허설"이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조직을 점검하고, 또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공무원들의 충성도를 점검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공무원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김 소환대상자 측에서 '읍면동 주민투표율에 따라 해당 공무원을 조치하겠다'는 말이 거침없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우려했다.

그의 우려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출범하면서 지방자치선거로 선출되던 기존 4개 시장․군수가 2개 임명제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는 도지사가 인사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민과 지역 현안에 대해서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광역단체장으로선 처음으로 소환투표를 받게 된 김태환 주민소환대상자. 그는 여전히 도민과 자신이 불통(不通)했던 현안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소통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침묵과 외면의 장정'을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그 결과는 오는 26일 주민소환 투표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김태환#주민소환#제주도#지방선거#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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