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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밖은 어둠컴컴하지만 느낌으로 맑은 날씨는 아닌 것 같다. 뜨거운 물과 찬물을 번갈아 가며 몸을 담금질하고 이제는 제주도를 떠날 차비로 배낭을 싼다. 스쿠터에 올라타니 어제 새벽처럼 불안한 느낌은 없어지고 이제야 탈만 하다. 몸을 기울여 회전하니 마치 등받이가 있는 커다란 오토바이를 탄 느낌이다.

왼쪽 위부터 산지천 루미나리에, 여명이 밝아오는 서부두, 셀카, 이호해수욕장 석방렴.
▲ 새벽풍경 왼쪽 위부터 산지천 루미나리에, 여명이 밝아오는 서부두, 셀카, 이호해수욕장 석방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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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두에는 밤새 잡아온 생선을 파느라 좌판을 펼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반짝이는 은갈치, 고등어, 붉은 색을 띄는 한치를 좌판에 깔기 시작한다. 산지천엔 루미나리에 조명이 어둠이 깔려있는 천변산책로를 밝히고, 새벽 안개을 헤치며 방파제 위에는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 스쿠터를 세워놓고 셀카질도 해본다.

새벽부터 나와 낚시하는 여행객.
▲ 이호항 새벽부터 나와 낚시하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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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구에는 레저를 위한 모터보트, 요트들이 많이 정박해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이호항 요트 이 포구에는 레저를 위한 모터보트, 요트들이 많이 정박해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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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본 이호해수욕장의 녹색바다가 다시 보고 싶어 협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어제는 보이지 않던 광경들이 보이니 내가 보기에도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호항에는 몇 척의 요트와 모터보트가 정박하고 있어 흐린 날씨에도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호 해수욕장 한켠에는 커다란 독살을 만들어 놓았다. 돌로 쌓았다 하여 석방렴으로 불리는 전통어로 방식인데 규모가 커서 물이 빠지면 꽤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위부터 아침 일찍 작은 난장이 벌어져 갖 잡은 생선을 흥정하고 있다, 선도가 아주 좋지는 않으나 7천원이라는 가격으로 나홀로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는 갈치백반.
▲ 다시 서부두 왼쪽 위부터 아침 일찍 작은 난장이 벌어져 갖 잡은 생선을 흥정하고 있다, 선도가 아주 좋지는 않으나 7천원이라는 가격으로 나홀로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는 갈치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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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부두로 돌아왔는데도 아직 7시. 지금은 새벽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흥정을 하고 식당도 붐빈다. 물항식당에는 하이킹하는 사람들의 자전거가 나란히 포개놓아 음식 맛을 보증해주는 것 같다. 어제 먹으려던 갈치백반을 시킨다. 비교적 커다란 갈치 한 토막이 올라온다. 반찬은 그저 그렇지만 백반에 올라오는 갈치라도 물이 좋으니 부드러운 질감이 입맛이 깔끄러운 아침인데도 밥맛을 더 한다. 옆집에는 같은 상호로 수산물을 도소매하고 있어 제대로 된 옥돔을 사려하니 배낭에 가지고 다니다가는 상한다며 전화를 하면 택배로 보내주겠다 한다.

이제 스쿠터를 반납하고...
▲ 반납하기 전에 다시 한번 셀카 이제 스쿠터를 반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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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들어간다
▲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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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모자이크 담장
▲ 제주시내 길거리 모자이크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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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던 중 수원 화성 닮은 낯익은 풍경을 만나는데 이곳이 제주읍성이고 제주에 유배되어 온 다섯분의 기념비를 모셨다.
▲ 제주읍성 사우나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던 중 수원 화성 닮은 낯익은 풍경을 만나는데 이곳이 제주읍성이고 제주에 유배되어 온 다섯분의 기념비를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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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한 시간 일찍 반납하고 제주시내 제주읍성과 시내를 둘러보고 공항가는 길에 있는 해수사우나에 들른다. 그렇게 감쌌는데도 불구하고 노출됐던 콧잔등과 발등은 발개지고 따끔거린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은 사우나에서 한 시간쯤 빈둥거리다 나와 곁에 무슨 해녀의 집이라 쓰인 음식점에 들어 간다. 제주도에서 마지막 식사로 전복죽을 시키니 소주도 한잔 하시겠느냐 묻는다. 안주 될만한 게 있느냐 물으니 간단히 만원짜리 회 한접시 하란다. 달뜬 여행자의 가슴에 불을 지르다니...

제주에서 마지막 식사
▲ 전복죽 제주에서 마지막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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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라산물로 불을 끄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남해바다는 항상 나를 유혹한다.
▲ 다도해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남해바다는 항상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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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집에서는 아직도 자전거로 제주를 끄적거렸을 것으로 알고 있을 게다. 체력이 있으니 지가 일주는 못했을 것이고 잘해봐야 제주시내나 돌아다니다 '쏘주'나 몇 병 까고 왔겠지 하며...

바이크를 타는 사람에게 그까짓 스쿠터가 무슨 대수이겠냐만 그 듣기 싫은 '어르신'이라는 말을 가끔 들을 나이가 되면 그 나이될 때까지 겪었던 모든 경우의 수가 생각나 스쿠터 타는 간단한 일조차도 주저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변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제주 해안도로는 교통량이 적고 줌머라는 물건은 거의 속도를 낼 수 없어 그저 모터달린 자전거 수준이라 갓길 흙바닥에 급정거를 한다든가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 도색한 곳에서 브레이크만 밟지 않는다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짧은 일정에 맑은 날, 비오는 날, 새벽주행에 벨트 끊어지는 것까지 경험을 하였으니 거의 모든 경험을 한 셈인데, 아쉬운 것은 성수기에 떠나게 되어 경비가 많이 들고 여름이라 일기가 불순했다는 것인데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 아들과 함께 봄이나 가을쯤 그야말로 들르고 싶으면 들르고, 쉬고 싶으면 쉬고, 저녁때 한 잔하며 얘기를 나누는 그런 느긋한 여행을 한번 해봤으면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닥.다.리.즈.포.토.갤.러.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도 스쿠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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