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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정호의 붕어섬 너머 산등성이에 걸려 있는 운해가 장관이디.
옥정호의 붕어섬 너머 산등성이에 걸려 있는 운해가 장관이디. ⓒ 조정숙

사진을 취미 생활로 하는 나는 고향 부모님 댁을 찾을 때마다 희망과 축복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항상 부푼 가슴을 안고 짐을 챙긴다. 8일 주말을 이용하여 고향을 찾기로 했다.

태풍 '모라꼿' 때문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자연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빗속을 부지런히 달려 전북 정읍 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옥정호를 근사하게 담아보는 것이다.

 위치가 다른 곳에서 붕어섬을 바라본 경치가 매혹적이다.
위치가 다른 곳에서 붕어섬을 바라본 경치가 매혹적이다. ⓒ 조정숙

옥정호는 운암저수지, 섬진저수지, 산내저수지라고도 한다. 유역면적 768㎢, 만수면적이 26.5㎢, 하천길이 212km, 총 조수량이 4억 3천만 톤에 이르며 산새와 호수가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정읍, 완주, 임실에 걸쳐 있는 옥정호에 있는 붕어섬의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터라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떠난 것이다. 그동안 가뭄으로 바닥 났던 옥정호가 가득 찼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이번에는 꼭 멋진 그림을 만나야지 하고 찾은 것이다.

 운해가 점점 붕어섬 근처로 이동하고 있다.
운해가 점점 붕어섬 근처로 이동하고 있다. ⓒ 조정숙

비가 온 뒤나 온도차가 날 때 구름이 아름답게 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진가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힘든 고행의 길이지만 마다하지 않고 밤을 새워 찾아간다. 

산자락을 휘감고 쉬어가는 산등성이의 운해를 담을 상상을 하면 가슴까지 설렌다. 붕어섬의 멋진 광경을 꼭 한번 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동안 고향을 찾을 때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흡족한 풍경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 한 편에 항상 갈망이 있었다.

 붕어섬과 산등성이의 멋진 운해를 담으려 사진찍기에 열중하는 사진가들
붕어섬과 산등성이의 멋진 운해를 담으려 사진찍기에 열중하는 사진가들 ⓒ 조정숙

이른 새벽 일어나 부모님 댁에서 국사봉까지 40여 분을 달려 도착했다. 오르는 길이 만만찮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르기 시작한다. 거리는 짧지만 워낙 가파르고 초입에서부터 시멘트로 만든 계단이 높아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헉헉 대며 올라가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벌써 20여 명의 사진가들이 장비를 펼치고 한마디씩 한다.

처음 만났지만 공감대가 형성돼 오래 전 만난 사람들처럼 친숙해진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먼 곳에서부터 구름이 옥정호 주변 근처 산자락에 머물며 반갑게 인사한다. '잠시 쉬어가도 되느냐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이 붕어 모양을 닮았다 하여 일명 붕어섬이다.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이 붕어 모양을 닮았다 하여 일명 붕어섬이다. ⓒ 조정숙

사진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하! 정말 아름답네요.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 앞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몇 번을 올랐지만 이런 풍광은 처음이다. 쉬었다 떠나는 구름과 인사하고 나면 다음 구름이 빵긋 웃으며 지나간다. 녹조가 심해 짙은 녹색의 호수라는 게 좀 아쉬울 따름이다. 산등성이 넘어 운해 사이로 보이는 아득한 산들의 능선이 아름답다. 구름을 타고 멀리 날아가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옥정호의 비경을 담기위해 전주에서 자주 찾아 온다는 사진가와 옥정호 지킴이가 만났다. 반갑게 인사한다.
옥정호의 비경을 담기위해 전주에서 자주 찾아 온다는 사진가와 옥정호 지킴이가 만났다. 반갑게 인사한다. ⓒ 조정숙

시간이 흐르자 옥정호 지킴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가 순찰을 나왔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만났다는 전주에서 온 사진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사진가가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 이른 새벽 작품을 담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산행을 했던 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면서 잠시 피곤함을 달랜다.

뿌듯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오래 전 퇴촌에서 고니를 촬영했다는, 80세 되셨다는 임옥화 어르신을 만났다.

"이렇게 험한 곳에 어떻게 올라오셨어요?"
"내년이면 그나마 올라오지 못할 것 같아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올라 왔다우. 그림 좋습디까?"
"네, 조심해서 올라가시고 멋진 작품 담아 오세요."

몸이 불편하여 제대로 일어서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는 어르신이 두 손과 발로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옥정호#붕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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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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