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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감염' 확산 …"잠복기 때 감지 불가"

정부조차 가을 대유행 예고…"도시축전 비상"

 

정부가 지난 7월 21일 신종인플루엔자 A(H1N1)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한 뒤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천도 신종플루가 상륙한 뒤 확산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뚜렷한 처방책이 없어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열린 걸스카우트 국제야영대회에 참가한 태국 여학생 2명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군부대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에서는 8월7일부터 10월 25일까지 80일간 세계 각 도시가 참여하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열리게 돼 있어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인천시는 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질병관리본부와 협력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는 잠복기 상태에서는 쉽게 발견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명의 태국여학생(13, 14세)도 잠복기 상태로 입국했다가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지난 10일 확인됐다. 두 태국여학생은 도시축전 부대행사로 8월 5일부터 7일간 일정으로 인천대공원에서 열린 걸스카우트 국제야영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을 방문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감염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발열 감지카메라를 설치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잠복기 상태에서는 발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의 잠복기는 보통 7일 이내다. 5일 입국했기 때문에 이미 감염된 상태로 입국한 것. 이로써 태국여학생을 포함한 국내 신종플루 감염환자는 현재 181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추가적인 지역사회 감염이다. 국제야영대회에 참가한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네팔, 피지 등 50개국 1만 2000여명 청소년들이 11일까지 인천대공원에서 단체야영활동을 했다. 게다가 이들은 도시축전 개막식을 관람한 것으로 확인돼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

 

인천시 보건정책 관계자는 "태국 여학생은 잠복기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발견을 못했다. 이후 발열증세를 보여 급히 해당 보건소로 옮겨 신속하게 처리했다. 걸스카우트 행사는 끝났고 출국했다. 태국의 두 학생도 치료 후 오늘(12일)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잠복기 상태에서 발견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시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지역사회 감염 추가확산에 대한 우려'에 대해, "신종플루 감염은 90% 이상 타액을 통해 감염된다. 우리도 그 현장에 있었다"며 "재채기나 기침 등을 통해 나온 타액이 바로 (구강으로) 전해지거나 외부로 튀어나온 타액을 만져 구강으로 전달 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추가 확산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의 보건단체와 시민사회진영은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 참의료실천단 장정화 단장은 "신종플루는 바이러스가 감염된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주로 호흡기(구강 포함)를 통해 감염된다. 감염자의 타액이 바로 타인의 구강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감염 위험이 높다"며 "바이러스는 재채기와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지고 타액 등을 통해 다른 곳에 묻기도 한다. 그걸 손으로 만진 뒤 코나 입을 만지면 감염된다. 그래서 지역사회 감염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감염된 두 학생이 개막전에 참여했는데 발견을 못했다. 추가확산이 우려된다. 문제는 증세를 보이기 전까지 모른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 계획대로라면 학생과 외국인을 비롯한 수백만의 관람객이 도시축전을 찾는다. 정부조차 올 가을 신종플루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는 터라 상황이 점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은 2014년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안상수 인천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사업이다. 인천 시민사회진영은 이를 두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사업이라며 줄곧 강하게 비판했다.

 

도시축전사업의 전시행정 논란에 이어 이번 신종플루 확산으로 안 시장은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신종플루는 지역사회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이를 공개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 될 것이라고 본 인천시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행사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건강권이다. 그런데 행사를 위해 '쉬쉬'하고 있다. 어떻게 시민들의 건강권보다 행사가 더 중요한가? 분노가 치민다"며 "정부조차 걱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행사 홍보와 입장료 강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여전히 '쉬쉬'... "대체 언제까지?"

시, '도시축전 악영향 우려' 공개 꺼려

 

신종플루는 비단 세계도시축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국여학생의 감염 이후 인천 계양구 모 군부대에서도 집단 감염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신종플루가 이렇듯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인천시는 도시축전 악영향을 이유로 여전히 관련 사실을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인천시가 '쉬쉬'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시민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계양구 모 군부대에서 복무 중인 사병들 중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지난 6일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겨 격리 치료를 하고 있고 일부는 해당 부대 내 별도 공간에 격리한 것으로 안다. 감염된 사병들이 해외 출국사실이 없어 국내 감염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병이 몇 명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인천시의 신종플루 감염 또는 의심환자, 주된 발생지역 등에 대한 공개 자료는 없는 상태다. 인천시 보건정책 관계자는 12일 <부평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 (도시축전) 행사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는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며 "또한 오히려 공개하는 것이 시민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의 '공개하는 게 시민들이 스스로 자기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과 가을 대유행 위험 지적에 대해서 관계자는 "인천시는 타 시도에 비해 발생환자가 적다. 그리고 시는 질병관리본부와 협력으로 올 가을 치료백신을 가져와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열 증세를 보이기 전까지 감지가 어려워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터라 잠복기 상태에 있는 감염자가 도시축전을 관람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인천에서만 무려 22만5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관람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세계 각국 도시의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관람객이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해외 감염이 주된 문제이기 때문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발열검사를 실시해 신종플루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학생들 경우 단체 관람이 많아 분산배치를 할 계획이며 일선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통해 증세가 의심되거나 해외 출입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가급적 관람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의료실천단 장정화 단장은 "인천시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제 해외 감염보다 지역사회 감염이다. 대체 언제까지 쉬쉬할 것인가? 도시축전행사보다 시민들의 건강권이 우선"이라며 "게다가 신종플루는 예방 백신이 없다. 다행히 아직 사망사고는 없지만 앞날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보건의료단체에 종사하는 우리도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 역시 "그래서 인천시가 나서 떳떳이 공개하고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만 수십만이 모여들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시가 치료에 중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의학은 예방이 우선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예방할 수 있게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 뒤 이번 태국여학생 발병사태처럼 허점이 있는 부분은 보완을 하고 부족한 인력은 충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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