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주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도로
 호주 중심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도로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킹스 케니언(Kings Canyon)을 떠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 태양이 작열하는 곳,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는 건조한 삭막함을 떠나 남쪽을 향해 떠나는 날이다.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를 볼 수 있는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의 포트 오거스타(Port Augusta)까지 먼 거리를 하루만 자고 가기로 하였다.

광야의 도로에 다시 올라섰다. 앞만 보고 달린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지평선만이 온종일 계속된다.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지루한 운전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운전이기도 하다.

여행객을 위해서인지 돈벌이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호주에는 오지를 가도 캐러밴 파크가 있어 여행객은 텐트를 치든가 방을 빌려 하루를 지낼 수 있다. 동네는 없고 캐러밴 파크 하나 뎅그러니 있는 곳에 들러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해결한다.

유난히 이곳에 새들이 많은 곳일까? 하늘을 꽉 메운 새들이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재잘거린다. 잠을 자기가 어려울 정도로 새소리가 시끄럽다. 밤에 우는 새는 임이 그리워 운다는 유행가가 있기는 하지만 임을 찾는 소리치고는 너무 시끄럽다.

다음날 아침 평시보다 일찍 떠난다. 도로에 새가 너무 많아 앞에 있는 차는 가지를 못하고 주춤한 상태로 서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새를 도로에서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새에 막혀 자동차가 가지 못하는 경험을 해본다.

 새떼가 도로를 막는다.
 새떼가 도로를 막는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지금까지 호주 내륙을 운전하면서 눈이 시도록 보아온 광야, 지루하도록 곧바로 뚫린 도로,  양희은 씨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광야다. 한국에서 광야라고 부를 만한 곳을 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물이 없어 크게 자라지 못한 조그마한 풀 포기들만 널려 있는 곳이다. 광야를 실감한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를……'

'저 거친 광야'를 한참 더 내려가니 멀리 땅을 헤쳐 놓은 곳이 보인다. 한 두 군데가 아닌 수십 아니 수백 군데가 개미가 땅을 파헤쳐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오팔(Opal) 광산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을 더 가니 오팔 광산에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쿠버 페디(Coober Pedy)라는 도시에 들어선다. 중국 식당도 있다. 대단한 중국인들이다.

온 동네가 오팔을 찾느라 파헤쳐 놓은 흙으로 둘러싸여 있고, 오팔(Opal) 파는 가계가 즐비하다. 호주 오팔이 유명하다는 말만 들었지 내 눈으로 오팔 광산을 보기는 처음이다. 동네 한 곳에 흙더미가 쌓여 있다. 오팔이 있을 수도 있으니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곳이다.

오팔의 아름다운 색을 띤 자디잔 돌멩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길거리에서 흔히 나뒹구는 돌멩이도 우리가 흔히 보는 돌멩이와 다르다. 더 단단하고 무겁다. 어렸을 때 놀던 공기놀이가 생각난다. 공깃돌로 쓰기에 좋은 돌멩이가 곳곳에 널려 있다. 

오팔 박물관에 들렀다. 지하에 있는 박물관이다. 수많은 종류의 오팔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오팔을 팔기도 한다. 조명 속에 전시된 오팔이 참 아름답다. 보석도 사람의 손길에 비례해서 아름다움을 더 하는가 보다. 그래도 나는 인위적으로 가공된 보석보다 자연이 가꾸어 놓은 돌멩이에 더 호감을 느끼고 있다.

 오팔(Opal) 보석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쿠버 페디(Coober Pedy)
 오팔(Opal) 보석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쿠버 페디(Coober Pedy)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오팔을 찾아내는 기계,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무기를 연상시킨다.
 오팔을 찾아내는 기계,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무기를 연상시킨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