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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 학원 표지 좋은 엄마 학원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린 밤톨이. 물감으로 색칠하고 정성스럽게 핑킹 가위로 잘랐다.
좋은 엄마 학원 표지좋은 엄마 학원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린 밤톨이. 물감으로 색칠하고 정성스럽게 핑킹 가위로 잘랐다. ⓒ 정민숙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 엄마 노릇을 잘 못하면 아이들이 <좋은 엄마 학원>에 전화를 한다. 그 학원은 비용도 받지 않는다. 학원에 다녀 온 엄마는 아이들을 위하는 좋은 엄마로 변했어도, 어딘가 부작용이 있으면 애프터서비스도 해 준다. 참 좋은 학원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좋은 엄마 학원>은 생각이 기발하다. 이 책은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림도 아주 재미있다. 아이들 책 그림이 너무 성의 없거나, 이상하게 그려 놓은 책들은 읽고 싶은 마음을 반으로 줄어들게 한다. 5학년 필독도서로 권장하는 이 책은 만화 그림 같지만, 유치하지 않다. 이 책에는 네 가지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1. 눈사람카드 : 미나와 명숙이의 관계가 달라지는 우정이야긴데,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 같다.
2. 좋은 엄마 학원 : 다정이가 중학교 선생님인 엄마를 학원에 보내버린다는 이야기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만약에 있다면'이라고 할 때, 아이들의 마음을 제일 많이 어루만져 주는 독서치료효과가 있는 이야기다.
3. 미미가 치마를 입게 된 사연 : 아들 없는 집에 태어난 미미가 아들처럼 행동하려고 남자처럼 옷도 입고 행동을 한다. 그래서 별명이 '성전환자'다. 어느 날 학원에서 만난 뜨개질 하는 남자애 별명도 '성전환자'였다. 그런데 그 남자애는 그런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 안 쓰고 자신의 뜨개질만 하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남자애네 집 가훈이 '여러분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였다.
4. 뻐꾸기엄마 : 일 하는 엄마 때문에 이모 집에서 신세를 지는 미돌이 이야기다. 아이들보다 내가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었다. 조카를 잠시 봐 준 적이 있는데, 아마 조카도 그런 소외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이 네 가지 이야기를, 8월 5일 2시간에 걸쳐 4학년 밤톨이와 5학년 근0이가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 <좋은 엄마 학원> 부분을 했다.

밤톨이 : 나는 좋은 엄마 학원을 이야기 하고 싶어, 왜냐하면 엄마가 야단칠 때마다, 오빠가 속상하게 할 때마다 그런 학원에 보내고 싶기 때문이야.
근0 : 나는 좋은 엄마 학원에서 나오는 다정이와 엄마처럼 가면을 써 보고 싶다. 그 가면을 쓴 느낌이 궁금하다.(두 개의 가면이 나온다. 입 달린 가면을 쓰면 마음 속 이야기까지 모두 말 하게 되고, 귀 달린 가면을 쓰면 말은 못하고, 상대가 말 하는 것을 잘 듣게 된다.)

밤톨이 : 오빠랑 내가 싸울 때면, 나는 기가 막히는데, 엄마는 내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같이 혼을 내. 그럴 때마다 억울해서 울고 싶은데, 엄마가 운다고 놀려서 울지도 못해.
근0 : 나는 형을 보내고 싶다. 형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할 때 그런 학원에 보내고 싶다. 형이 내 말이나 부탁을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가끔씩이라도...

밤톨이 : 내가 귀 달린 가면을 쓰고, 엄마가 입 달린 가면을 쓰면 엄마가 잔소리를 뿌릴 것 같다. 오빠는 장난스럽게 말해서 싸울 것 같고. 하지만 사이는 좋아질 것 같다. 내가 입 달린 가면을 쓰고, 엄마랑 오빠가 귀 달린 가면을 쓰면, 내 말을 잘 들어줄 것 같다. 그런 나랑 싸우지 않고 잘 해주면 기분이 좋아서 싸울 일이 없을 것 같다.
근0 : 내가 귀 달린 가면을 쓰고, 엄마가 입 달린 가면을 썼으면 좋겠다. 엄마는 내가 말 할 때 대답을 잘 안 하신다. 엄마 말을 들으면 답답함이 풀리겠다. 또 내가 입 달린 가면을 쓰고 형이 귀 달린 가면을 쓰면, 내 말을 잘 새겨들을 것 같아 좋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좋은 엄마 학원이 없으니, 지금 이야기한 그런 상황이 다시 생기면 어떻게 해결 하는 것이 좋겠는지 물어보았다.

밤톨이 : 엄마랑 오빠가 같이 있고, 아빠랑 내가 같이 있는 거야. 하루나 일주일 정도.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만나는 거야.
근0 : 참는다.

밤톨이의 해결책은 실현 가능성이 있지만, 근0이에게 "참으면 홧병 생기는데?"라고 했더니 걱정스런 얼굴이다. "엄마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본 후 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에 물어보면 대답을 잘 해 주지 않으실까?" 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쩌다 보니 둘째들의 성토장이 돼 버렸다. 이런 저런 억울했던 사연들을 이야기 하니 속이 좀 시원해 보인다. 밤톨이의 소원은 8월 9일 일요일 오후에, 아빠랑 둘이서만 뮤지컬 보러간 후 저녁은 소곱창집에 가서 먹는 것으로 성취를 했다. 근0이도 엄마에게 말 할 시기를 잘 찾아서 이야기 했을까?

<좋은 엄마 학원> 진짜로 그런 학원이 있다면 보내고 싶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대화 단절증'에 걸린 모든 사람을 보내야 하니까.


좋은 엄마 학원

김녹두 지음, 김용연 그림, 문학동네어린이(2004)


#좋은 엄마 학원#김녹두#김용연#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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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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