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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미플루 약 모습.
 타미플루 약 모습.
ⓒ 로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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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한국에서 약 200만 명밖에 안 된다.

복지부는 17일 먼저 19만4169명 분의 타미플루를 각 지역 보건소와 거점병원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타미플루는 199만 명 분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타미플루 확보량을 331만 명분으로 늘릴 예정이다. 흡입제 형태의 치료제인 리렌자까지 포함하면 531만 명 분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 수준. WHO(세계보건기구)는 인구 20% 이상의 치료제를 확보하도록 권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이 약을 판매할 수 있는 회사는 단 한 곳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다. 오는 2016년까지 로슈는 타미플루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사재기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7년을 기다리지 않고도 타미플루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묘수가 없지는 않다. 특허권 강제실시가 그 방법이다.

복지부 "공급 비상상황 아냐"... 보건단체들 "지금 만들어도 물량 맞출까 말까"

'강제실시'란 95년에 발효된 WTO 'TRIPs(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제31조에 따른 특허권 예외규정으로, 국가적 비상사태 및 공공의 목적의 경우 정부나 특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정부 의지만 있으면 국내 의약업체들을 통해 타미플루 복제약(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태국·브라질 등은 대체 의약품이 없는 난치병이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의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강제실시 카드를 활용해왔다.

지난 2005년 대만 국가위생연구원은 18일간의 작업으로 타미플루가 99% 일치하는 시제품을 생산했다고 발표하고, "로슈로부터의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실시를 시행하기도 했다.

타미플루 국내 생산은 기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05년 조류독감이 유행하자 식약청은 타미플루 복제약 국내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약사들이 타미플루 생산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약협회 차원에서 가능성을 논의했고, 생산설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타미플루 복제약의 정확한 가격과 공급 소요기간은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상 의약품은 특허권이 만료된 뒤 기존의 50~80% 수준으로 가격협상이 이루어진다.

 신종플루 감염 국내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16일, 전병렬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 복지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당국의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신종플루 감염 국내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16일, 전병렬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 복지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당국의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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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 특허법이다. 현행 특허법은 정부의 특허권 수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한정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지금 상황을 '비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국과장 회의에서 강제실시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지만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는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중에서 약을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면 모르지만, 제약사가 정상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데도 특허권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인플루엔자가 퍼진 비상사태에 강제실시를 하면 이미 때가 늦는다"면서 WHO 기준대로 1000만 명 분(20%)은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종플루가 가을에 더 확산될 경우 각 선진국들이 먼저 타미플루 확보에 나설 것이고, 한국의 사태는 충분히 '비상'해진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10년 전부터 예견됐는데 우리 정부는 계속 괜찮다고만 하다가 올해 와서야 인구 5~10% 수준을 확보했다"면서 "지금 당장 타미플루를 국내 생산해도 WHO 기준을 맞출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특허권 때문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특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지난 2007년 9월 "공중의 보건과 환경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정도를 적절하게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강제실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통과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특허권자의 독점적 권리와 상충되고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신종 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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