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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20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타 시도에서 왔다는 40여 명의 자전거 동호회원이 낙안읍성 공터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버스를 대절해 자전거를 싣고 순천 낙안읍성까지 와서 읍성을 구경한 후에 다시 이곳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순천만까지 갈 계획이란다.

 

환영할 만한 관광 형태다. 만약 이곳에 모인 40여 명이 모두 차를 몰고 낙안읍성에 왔다가 또다시 순천만으로 향했다면 기름 낭비는 물론이고 환경이 훼손됐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비용도 절약하고 환경훼손도 없고 건강에도 좋은 일석 삼조의 자전거 관광문화는 백번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하나는 하나같이 화려한 자전거용 복장을 입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활자전거가 한 대도 없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적지가 순천만이라는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대한 언론보도 방향 바뀌어야

 

수년전부터 자전거에 관한 보도가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고 또 높아졌다. 그런데 보도 행태를 보면 자전거용 복장을 갖추고 고급자전거나 산악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나 한가롭게 공원을 산책하듯 달리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고유가 시대에 자전거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상(생활)복장으로 흔히 말하는 일반용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사용할 때는 자전거 사고라든지 교통위반, 자전거 도난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 자전거 이용의 근본적 취지와 목적이 왜곡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일반용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자꾸 몰아내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일반인들이 자전거라고 하면 복장을 멋지게 갖추고 취미나 레저, 운동으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생활복장에 일반 자전거를 타면 촌스럽거나 어색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이 자전거에 대한 본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 꼴이다.

 

자전거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의할 필요 있어

 

자전거의 탄생 이유는 분명 놀이기구나 운동기구가 아닌 운송수단, 교통수단이었다. 그 정의가 변치 말아야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를 살리고 또 올바른 자전거 정책을 세워 실생활 속에서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초기 목적과 달리 대체수단이 나와 운동이나 레저로 자전거가 더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몰아가는 지금의 행태는 결국 환경보전을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궁극적인 취지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어놓은 놀이시설(관광지)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형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분명 자전거에 대한 곁다리 시각이다. 또한, 앞으로 자전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도 아니다. 지금껏 언론 등에서 자전거 이용과 관련해 레저와 취미와 건강만을 강조한 나머지 행정당국마저도 초점을 그쪽에 맞춰 변형된 형태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과 업체도 '생활 속 자전거 이용'에 신경쓰고 정책 펴야

 

자전거가 교통수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편리하고 빠른 운송수단이 나옴으로써 본래 의미는 급속히 사라지고 레저와 운동 쪽으로 선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러한 변화를 떠나 일상생활 속에서의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행정당국은 자전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운동이나 레저보다는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가를 제1의 목표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공무원이 직접 생활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부터 직장으로, 직장에서 현장을 찾아보며 문제점을 개선하고 주민들에게도 장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업체도 마찬가지다. 운송수단과 교통수단으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자전거 개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는 레저용 자전거 생산에 주력하고 지자체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자전거 정책을 추진해 특정구역에 놀이시설 같은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데 열을 올린다면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는 근본취지에서 벗어난 일이다.

 

농어촌, 지방소도시부터 우선 지원 사업을 펼쳐야

 

세상의 모든 정책은 대도시에 맞춰져 있다. 인구가 많아 투자 대비 효과가 높다는 측면도 있지만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선출직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전거 정책만큼은 농어촌이나 지방소도시에서부터 우선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다. 그것은 현재도 농어촌에서는 자전거를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농어촌의 생활 형태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 도심에 비해 적어 비교적 느린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이 생활화돼 있다. 차량이 많지 않다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가까이 움직이고 골목길 등을 다닐 때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토바이나 스쿠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전거 이용률은 꽤 높다.

 

가까운 예로, 농촌 지역인 이곳만 하더라도 대부분 평지로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대형 관광지인 순천 낙안읍성과 보성 태백산맥문학관이 7킬로미터 정도로 가깝게 위치해 생활 특성상 자전거 이용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자전거 길은 남 얘기다. 어찌 보면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곳에 정책지원이 집중하는 듯하다. 

 

결론적으로 레저나 운동이 자전거 본래의 목적처럼 변형된 현대적 자전거 이미지를 언론이나 업체, 행정당국에서는 확대 과장하지 말고 최소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순위와 초점을 '자전거는 운송수단'이라는 것에 좀 더 맞춰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40] 낙안군의 입구 진석포구를 찾아서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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