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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이 낙안읍성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한 주민이 낙안읍성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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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 분명 순천시는 순천시다. 하지만 보성군 벌교읍에서 오는 것이 훨씬 가깝다. 순천역이나 순천버스터미널에서 오면 25킬로미터가 넘는데 보성군 벌교역이나 벌교버스터미널에서는 7킬로미터 남짓하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은 순천시지만 거리상으로는 보성군인 셈이다.

그래도 같은 순천시인데 순천에서 가는 게...

낙안읍성은 매년 200만 명의 외지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단체로 올 때는 대부분 관광버스를, 개인으로 올 때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지만 경제적인 것을 고려하거나 낭만적인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철도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데 낙안읍성이 순천시이기 때문에 순천역이나 순천버스터미널로 내려서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낙안읍성을 가려 한다면 글쎄요다.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이런 푸념을 남기게 돼 있다. 그 첫마디는 "여기가 순천시 맞아요?" 두 번째는 "왜 이렇게 길이 멀고 험해요?"다.

몇 개의 산을 돌아오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은 관광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이니 별로 특별할 것은 없지만 "여기가 순천시 맞아요?"라고 하는 얘기는 대중교통, 특히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순천역과 순천버스터미널에서 낙안읍성까지 오는 택시들은 모두가 시외요금 버튼을 누른다. 왜냐고 물으면 택시기사들은 "원래 그런다"거나 "그곳은 시내가 아니라"고 답한다. 한마디로 같은 순천권이라고 말한다는 자체가 좀 우스운 일이다.

한 관광객은 엉뚱하게 필자에게 "엄연히 낙안읍성이 순천시인데 시외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하면서 "처음엔 시내요금을 적용하고 경계선에서부터 시외요금을 적용하면 되지 않냐"고 따지지만 필자는 그저 속으로만 '경계선이 있어야 경계선이지 그냥 여기는 순천시일 뿐인데'라고 되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깝다는 보성군 벌교읍에서부터?

그에 반해 보성군 벌교역이나 벌교버스터미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낙안읍성에 오는 사람들에게서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보성군과 순천시인데 생각보다 가깝네요?"라거나 "길이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7킬로미터 남짓해 10여분밖에 걸리지 않고 더구나 길 자체가 평지나 다름없어 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너무 가까운 거리인데 시외요금을 받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저 행정구역이 다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특별한 시빗거리 없이 넘어간다.

이런 상황이기에 현지 교통편만 따진다면 당연히 벌교역이나 벌교버스터미널로 오라고 권하고 싶고 더구나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까지 덤으로 보고 오라고까지 할 수 있지만 외지에서 벌교로 오는 열차와 버스가 흔치 않아 '순천역이 편합니다 벌교역이 편합니다'를 가늠하기 힘들다.

관광객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주민, 이곳은 섬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평생 한두 번 정도 낙안읍성에 오게 될지도 모를 관광객들에게 이 정도의 불편과 불익은 여행지에서의 추억(?)으로 접어두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약 4천여 명에 이르는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불이익이다. 낙안면 교촌리 P씨는 "낙안은 교통편에서 섬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표현한다.

더구나 낙안지역은 사적지인 낙안읍성이 위치하고 있어 각종 규제에 묶인 곳으로 주민 생활 편의시설과는 거리감이 있다. 하다못해 시곗줄이 떨어져도 인근 보성군 벌교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같은 순천시로 가야 정상이겠지만 거리상 멀고 예로부터 벌교와는 왕래가 잦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매일같이 다녀야 하는 주민에게 순천시내에서도 보성군 벌교읍에서도 시외요금이라는 굴레는 결국 고립이며 이방인을 의미한다. 순천시에서는 '멀기 때문에 시외요금이다', 벌교읍에서는 '아무리 가까워도 행정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외요금이다'는 주장.

오죽하면 좀 우스운 얘기지만 순천시 장천동에서 순천시 낙안으로 전화를 걸면서 "여기 장천동인데요라고 하지 않고 여기 순천인데요"라고 한다고 할까. 게다가 주민들은 집을 나설 때 "나 순천에 좀 다녀올게"라고 한다는 것이다.

순천과는 거리도 멀고 마음의 거리도 멀고, 보성군 벌교와는 거리는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순천시 낙안면, 한마디로 이곳은 섬마을이나 마찬가지다. 한 때는 같은 낙안군에 속했던 낙안과 벌교. 101년 전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군된 낙안군 역사가 오늘에 사는 지역주민들에게까지 고통을 주고 있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41] 벌교에는 두 곳에 항구가 있다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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