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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 양은냄비에 담으니 더욱 맛이 났다
▶ 노란색 양은냄비에담으니 더욱 맛이 났다 ⓒ 홍경석

 

라면을 처음으로 맛본 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다.

국수만 먹다가 처음으로 맛본 라면은 정말로 기가 막히는 음식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의 국수도 다 있구나...!

라면의 맛에 반하여 '라면땅'이란 걸 사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도 다반사였다.

 

라면처럼 친근한 음식이 또 있을까?

우선 라면은 가격이 저렴하다.

 

고로 불과 1천 원만 있어도 라면을 쉬 구입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겨우 1천 원만으로도

배를 넉넉히 채울 수 있다는 건 분명 어떤 행복이다.

 

라면은 또한 누구라도 끓여서 금세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끓인 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이도 봤는데

하지만 이는 피해야 한다고 보는 터이다.

왜냐면 소주는 모름지기 기름진 육류랑 먹어야 속을 안 버리는 때문이다.

 

이같은 얘길 왜 하느냐면 나도 과거

젊었을 때는 일정 기간 속칭 '노가다'라는 걸 했었다.

그런데 노동의 특성상 너무 힘이 들기에

짬짬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재간이 없는 법이다.

 

공사 감독(일본어로 '오야지')을 하는 분이 씀씀이가 큰 경우엔

이른바 '참'이라고 하여 돼지고기 찌개와 함께 막걸리 내지는

소주를 주었는데 인색한 사람의 경우엔 고작 빵과 조그만 우유 하나뿐이었다.

 

그런 경우에 우리는 돈을 모아 가게로 달려가 소주와 라면을 샀다.

그리곤 그걸 얼른 끓인 뒤에 안주 삼아서 소주를 마치 물처럼 마시곤 했던 것이다.

허나 그처럼 먹는 술은 건강엔 참 안 좋았다.

 

하여간 오늘도 나는 저녁에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그런데 라면을 그냥 끓이면 맛이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를 우선 아끼지 말아야 한다.

먼저 냉장고를 뒤져 당근과 호박을 찾아 적당량을 썰었다.

 

▶ ‘아빠표 정성 라면’의  재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아빠표 정성 라면’의 재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홍경석

이어서 파와 다시마, 그리고 달걀과 풋고추에 이어 고춧가루까지 대령시켰다.

그리곤 냄비에 물을 담아 다시마와 함께 끓이기 시작했다.

 

이게 다 끓으면 다시마를 빼내야 한다.

그렇지 아니 하면 다시마가 물컹물컹하여 식감이 안 좋은 때문이다.

 

▶ 갖은 양념이 다 들어가니  끓는 모습조차 푸짐하다
▶ 갖은 양념이 다 들어가니 끓는 모습조차 푸짐하다 ⓒ 홍경석

다음으로 라면과 스프에 이어 손질한 당근과 호박, 파와 풋고추를 가미했다.

끝으로 고춧가루를 뿌리고 달걀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끓인 이른바 '아빠표 정성 라면'은 정말이지

그 맛이 해장국이 안 부러울 정도의 깊고 오묘한 맛을 자랑한다!

 

▶ 라면엔 역시  김치가 있어야 제격이다
▶ 라면엔 역시 김치가 있어야 제격이다 ⓒ 홍경석

물론 여기엔 반드시(!) 김치가 곁들여야만 비로소 환상의 궁합이랄 수 있다.

그것도 신토불이 채소로 만든 김치라야만이

더욱 맛난 라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만든 라면은 평범한 그릇에 담기보다는

노란색의 양은냄비 따위에 담아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느낌과 같다.

요즘엔 물가가 많이 올라서 해장국을

한 그릇 사 먹으려 해도 얼추 5천 원 가까이 든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만든 '아빠표 정성 라면'은

재료비까지를 모두 포함해봤자 겨우 1천원도 안 들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아끼며 살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집 대표음식' 응모 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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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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