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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을 짓다보면 많은 목수들을 만난다.

그동안 내가 만난 목수들을 세어보라고 하면 꽤 많을 것이다. 목수들도 천차만별이다. 한옥을 짓는 한옥목수, 목조주택만 짓는 빌더라는 사람, 형틀 폼만 잡는다는 형틀목수, 그리고 실내가 아니면 절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인테리어 목수들까지.

요즘 내가 가까이 하는 목수들은 목조주택 전문 빌더들이다.
  
익산 목수들이 데크공사를 하고 있다.
 익산 목수들이 데크공사를 하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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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에서도 목수들을 만났다. 익산 집을 지은 곳 옆에  황토집에서 일 좀 해달라고 해서 일이 겹치고 바빠 현지 목수들을 불렀다. 그동안 대전, 천안, 공주 등 여러 군데서 목수들을 불렀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괜히 서로 알지 못하니까 일당 단가만 터무니없이 부르고 끝내는 일을 펑크내고 말았다.

특히 용역에서 부르는 목수들은 연장 하나 없이 말만 목수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하는 잡부들 뿐이었다. 그래서 자재를 파는 건재상이나 철물점 등에서 목수들을 구해달라고 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익산에서도 목조주택 자재를 파는 곳에 가서 목수들을 불렀다.

아니라 다를까, 처음 전화 통화 몇번 해본 결과 일을 웬만큼 하는 목수들 같았다. 트럭을 한 대씩 끌고 와 연장을 펼치는데 일을 안 해보고도 연장만 보고도 얼마만큼 일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가 있었다. 그래 일을 해보지도 않고 연장을 풀자 마자,

"저는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인데 온 김에 며칠 더 일해봅시다!"

그러자 익산목수들은 목조주택이라는 말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목조주택을 짓고 다니다 보면 보통 시골쪽으로 다니기 때문에 시골에서 만난 목수들은 목조주택을 처음 경험해 봐서 신기해 하고 재미 있어 했다.

"난 말야 이런 목조주택을 배워야겄어. 한적헌디 싼땅을 구혀 내 손으루 집을 짓는겨. 땅두 농사를 많이 질 필요 읎어. 텃밭만 맹글구. 돈이 안된께 농사는 별루구 목수일이나 허면서 전원생활하는거지 뭐.'

  
50대 초반의 목수 두분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일을 하고 있다.
 50대 초반의 목수 두분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일을 하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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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에서 온 목수들은 50대 초반 아저씨들로 장비를 보니까 일을 꽤 해본 것 같았다. 예전에 목공소를 하다 목공소가 사양길이라 외부로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한지 몇 년이 되었다고 했다.

세상이 변하니까 양복점, 양화점, 목공소 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목공소는 주로 문짝을 짜는데 요즘은 중국산 문짝들이 물밀듯 들어와 목공소가 단가를 못맟춘다고 했다. 하긴 중국에서 그 비싼 홍송문짝이 아주 싼 가격으로 들어오니 타산이 맞을리가 없다. 홍송이란 예전에 궁궐이나 대감님댁 문살을 짜는 나무로 일반 나무의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익산 목수들도 목조주택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하긴 사양길인 문짝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목수일로 그리 매력적인 건 아니다. 집 전체를 지을 수 있고 아름다운 목조주택을 나무만 가지고 짓는 일이 목수들한테는 가장 매력적일 테니까.

그동안 나한테 목수일을 배워간 사람들이 꽤나 된다. 작년에는 진안에서 "장목수 10일만 따라하면 목조주택을 지을 수 있다"라는 타이틀로 목조주택 학교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진안군에서 귀농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함께 기획을 하고 지원까지 해줬는데 그곳에서 정말 10일 동안 목조주택을 배우고 자기 집을 지은 수강생들이 있다.

수강생들이 학교를 끝내고 목조주택을 연구하더니 둘이 집을 지은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내가 약간의 도움을 주었지만 어째튼 내가 단언한 것처럼 "장목수 10일만 따라하면 목조주택을 지을 수 있다"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그동안 나한테 목조주택을 배워 독립해 나가 빌더가 된 후배들도 여러 명이 있다. 지금은 나보다도 더 돈도 잘 벌고 잘나가고 있는데 상주쪽에서 서너 채를 동시에 지을 정도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후배도 있고 논산쪽에서 아름아름 집을 지어가고 있는 후배도 있다

특히 H 부장이라고 내 밑에서 일을 배웠던 친구는 3D 공부와 이론적인 연구를 많이 해 지금은 전문적인 영업이나 이론적인 상식이 나보다도 더 뛰어날 정도다. 요즘은 거꾸로 이 후배한테 목조주택의 새롭게 변화된 내용이나 방식들을 배우고 있는 상태다.
  
두달 전에 대전에 사는 후배들 셋이 목수일을 배우러 왔다. 한 친구는 수학강사로 트럭 끌고 하는 튀김닭장사를 했고, 또 한 친구는 보험회사 영업, 또 한 친구는 서점· 폐기물업 영업 등을 하다 목조주택을 배워보겠다고  왔다.

한 친구는 목조주택 영업을 잘 할 것 같고, 또 한 친구는 목조주택 마스터 빌더로 한창 연구중이고, 또 한 친구는 목조주택 시공 전문으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 목수와 후배들이 목조주택을 한창 짓고 있다
 ▲ 목수와 후배들이 목조주택을 한창 짓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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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말 전에는 인터넷을 보고 어떤 사람이 목조주택을 배워보겠다고 무작정 찾아온 적이 있다. 인터넷에 목조주택을 짓는 글을 쓰다보니까 일년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연락이 온다. 그동안 연락온 사람들 명단만 해도 400여 명이 넘지만 처음 전화가 오면 신상명세서를 보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냥 관심 정도인지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만 목조주택을 지을 수 있지 하루라도 내리쬐는 태양열 밑에 망치 들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만큼 목조주택 짓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목조주택을 배우러 온 후배와 인슐레이션을 넣기 위해 방수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목조주택을 배우러 온 후배와 인슐레이션을 넣기 위해 방수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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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목조주택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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