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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닌(Inin, 여)은 인도네시아에서 독한 마음 먹고 한국으로 온 지 이제 막 1년이 된 이주노동자입니다. 그런 그녀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외국인 근로자 한국말 잘하기 대회'에 나간다고 글을 써 왔습니다. A4 용지에 절반가량 문단나누기 없이 빼곡하게 쓴 글들을 보고 있자니, 말이 아직까지 어눌하다고 여겼었는데, 그간 우리말 실력이 상당히 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중간 중간 틀린 철자와 표현이 있긴 했지만, 짧은 글 속에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잘 썼습니다. 일 년 동안 일하던 회사가 어떠했는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등등을 이닌은 자기보다 먼저 한국에 왔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적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글은 "안녕하세요?"하는 인사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글 속에는 먼저 그녀가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이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남편과 같은 회사에 근무했었는데, 갑자기 그 회사가 부도가 난 모양입니다. 부부가 동시에 일을 잃게 되자,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 딸을 뒤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닌이 한국에 와서 1년 동안 일한 회사는 김치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문제가 많았습니다. 마땅히 가입해야 할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잔업수당도 계산해 주지 않는 등 임금체계가 엉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닌이 쉼터를 처음 찾아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그녀는 같이 일하던 중국 국적 아주머니와 함께 쉼터를 찾아왔었습니다. 중국 아주머니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위생상태가 어떤지, 사장이 평소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에 대해 한참을 쏟아 붓고 나서는 임금지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회사를 그만두든지 해야겠다"고 했었습니다. 반면 말없이 다소곳이 앉아 있던 이닌은 "최소한 일 년은 일하고 그만두겠지만, 회사에서 급여를 제대로 계산해 주었으면 한다"고 해서 노동부 진정 후, 문제를 해결했었습니다.

 

처음 일하게 되었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일을 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던 이닌은 지난달 말, 일 년을 채우고 그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썩 맘에 들지 않는 회사였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독거리며 일 년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고향에 있는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이 보고 싶을 때는 매일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 통화가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이랑 떨어져 사니까 힘들고, 외로워요. 매일 전화해도 약이 안돼요. 그래도 보고 싶어요. 저, 회사에 혼자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왔어요."

 

그녀의 외로움을 더하게 한 것은 직장 동료 중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어서 "일을 시켜도 못 알아들으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소리를 질렀어요"라는 표현을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 외에도 그녀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힘들어 한 부분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밝습니다. 앞으로 한국어를 많이 배우고, 적응해서 돈도 많이 벌고, 고향에 가서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말로 끝맺고 있는 그녀의 글은 솔직담백했습니다.

 


태그:#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말 대회,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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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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