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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포천 장애인 직업시설을 방문했다.
 4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포천 장애인 직업시설을 방문했다.
ⓒ 청와대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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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필 것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에게는 내년 7월부터 기초장애연금을 지급하고 2011년부터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7일 오전 7시 30분, 이명박 대통령)

"2월부터 만 65세가 되어 갑자기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겼습니다. 2월 동안 저는 시장도 못 가고 집안에 갇혀 살았습니다.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으니 말 한마디 못했고, 반찬이 없어 소금에 밥을 먹었습니다. 3월부터 간병서비스를 받지만 한 달에 26시간밖에 안 되니 병원도 못 갑니다. 보건복지부님,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하루에 열 번도 더 생각합니다." (같은 날 오후 2시, 1급 시각장애인 전순득씨)

이명박 대통령이 제23차 라디오연설을 통해 장애인의 행복을 강조했던 7일 오후 2시, 중증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활동보조권리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중증장애인들에 대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용기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가 책임지고 우리를 보호하겠다는데, 이렇게 장애인 생존권을 외면하는 정부에 어떻게 기대하겠냐"면서 "이 대통령 발언은 립서비스"라고 주장했다.

김정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역시 "정권 출범 뒤 장애인의 인권상황은 훨씬 열악해졌다"면서 "서울시나 보건복지부는 '경제가 어려워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4대강정책예산으로 국민 복지서비스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 집회하면 활동보조 끊을 거면서..."

 7일 오후 2시, 장애인들은 활동보조권리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7일 오후 2시, 장애인들은 활동보조권리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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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라디오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방문한 포천 장애인 작업장 사례를 강조하면서 "(장애인들이) 보호와 수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위로와 격려도 드리고 고충도 듣고자 현장을 찾았는데 오히려 큰 힘을 얻고 돌아왔다"면서 장애인 일자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혜를 기다리지 않고" 농성을 벌이던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몰려 국가인권위를 찾았다. 65세 이상 장애노인들도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장애인은 "국가가 뭘 보장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냉소했고, 또 다른 장애인은 "활동보조서비스를 동냥하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장애인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생명이 질겨서 살고 있다"면서 연신 "제발 부탁이다. 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불법시위 참가를 이유로 활동보조를 제한한 보건복지부 조치.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만 활동보조를 지원한다"는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발단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를 상대로 '탈시설 5개년계획 수립' 등을 요구한 장애인들의 장기농성. 이들 중 장애인 3명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추가 신청하자 서울시는 복지부에 질의 공문을 보냈고, 복지부는 이같은 답변을 보냈다.

장애인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14일 서울시는 이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지만, 복지부는 지난달 21일 전주시와 청주시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번에 활동보조시간이 제한될 뻔했던 방상연씨는 "지금도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거나 배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보조를 끊는다. 이 국가가 뭘 보장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최용기 대표는 보건복지부 방침에 대해 "활동보조 받으려면 집회 나가지 말고 정부정책 반대하지 말란 소리다"면서 "당연한 권리를 무기인 양 휘두르면서 우리에게 '말 잘 들어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2국장은 "정부가 장애인복지 잘 하고 있으면 우리가 왜 집회하고 농성하냐"면서 "보건복지부 방침대로라면 촛불집회만 가도 활동보조서비스 못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아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루에도 10번씩 생각한다"

'불법시위 장애인'뿐 아니라 만 65세 이상 장애노인의 경우도 상황이 심각하다. 장애인들은 이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에 구제를 진정했다.

현행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는 만 6세부터 64세까지만을 대상으로 한다. 만 65세가 되면 노인요양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는 장애인활동보조에 비해 더 적은 서비스를 더 많은 자부담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단체들의 지적이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광성(1급 지체장애인)씨는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2시간마다 체위를 바꾸고 관장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긴 뒤 구청의 긴급복지지원과 복지단체 자원활동으로 3개월을 버텨왔다.

김씨는 "나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동냥하고 있다"면서 "(현 제도는) 억울하면 장애인 되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손에 힘이 없어 발언 도중 몇 차례 마이크를 떨어뜨렸고, 호흡이 가빠 쉬엄쉬엄 숨을 가다듬기도 했다.


#활동보조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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