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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농민약국을 이끌고 있는 김선영(31. 사진우측), 정형민(26) 약사. 농민들이 활짝 웃는 모습 계속 보고 싶은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음성농민약국을 이끌고 있는 김선영(31. 사진우측), 정형민(26) 약사. 농민들이 활짝 웃는 모습 계속 보고 싶은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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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회, 건강한 농민'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충북 음성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음성농민약국이 개국 1주년을 맞았다.

김선영(31), 정형민(26) 약사가 운영하는 음성농민약국은 지난 1년 동안 농민들의 건강한 삶과 노동을 위해 마을을 순회하며 마을건강교육, 주민건강교실을 운영하는 등 농민들의 든든한 건강 지킴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약국의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으로 무료투약 활동을 펼쳐 농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절염 예방체조, 농약중독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역농민의 건강을 직접 살피고 농민건강권 확보에 힘써왔다.

또한 농민들의 고질병인 농부증, 농약중독, 하우스병 등에 대한 연구와 조사사업을 진행해 농촌의 직업병을 여론화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농민약국과 함께 농민이 직업성 질환과 재해를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농업노동재해보험법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상담 농민 353명 중 61.2%가 요통, 무릎통증 앓아

음성농민약국의 1년 활동 모습
 음성농민약국의 1년 활동 모습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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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근골격계질환이나 농약중독, 호흡기질환 등 각종 농부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때 검진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농촌 인구 감소로 대체 인력이 없다보니 농사일에 쫓겨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농업 관련 질환들이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가볍게 나타나는 데다 농민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에 상당수 농민들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60~70세 이상 노인들로 병원비와 교통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들은 의료비 때문에 중증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않을 뿐더러 가더라도 의료비가 생활비의 80~90%를 차지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음성농민약국이 마을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상담 농민 353명 중 가장 많은 61.2%가 근골격계 질환인 요통, 무릎통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도한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농업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약국은 진단했다.

이어 고혈압과 야간빈뇨가 43.6%, 속쓰림 41.7%, 어지러움 4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약국은 이밖에 농약중독 5.4%, 농기계사고 3.4%로 조사된 결과를 발표하고 농약과 농기계 등 농사를 짓는 필수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약국은 특히 농약이 몸에 축적될 경우 만성농약중독으로 신경계를 자극해 손발저림과 치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근무력증과 암 발생, 면역력 저하 등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조기 검진과 치료가 필수라고 충고했다.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는 "농작업 재해 농민에 대한 정기 건강검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농민들이 건강한 농촌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받고 있어요"

농촌마을을 방문한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가 퇴행성관절염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농촌마을을 방문한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가 퇴행성관절염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 음성농민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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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에서 1호인 음성농민약국이 1년을 맞았다. 소감을 밝힌다면.
"벌써 1년인가 싶기도 하고 음성의 한 친구의 말처럼 이제 1년밖에? 싶기도 하다. 그만큼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도 많이 들었다. 낯설고 생소한 곳에서 진심은 통한다는 말만 믿고 지역농민회와 활동가분들만 믿고 왔는데 그 마음을 나보다 더 깊이 먼저 헤아려주시는 것 같다.

조르고 매달리는 심정으로 왔던 첫 느낌이 이제는 한 식구가 되고 가족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신경 써주시고 애써주셔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감사드린다"

- 개국한지 1년 됐다. 손익은 어느 정도인가?
"'손익이 어느 정도다'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약국 안에서 약사로서 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시장경쟁 상황이고, 다른 약국과 차별성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고, 우리가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하는 만큼 더 좋아해주실 거라 믿는다."

- 그동안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나?
"처음 와서 약국 환자분들과 적응하고 지역 사람들과 적응하고 뭐 그런 것들이다.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 처음 발 딛는 누구라도 다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약국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시고 맞아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 행복하다."

음성군 금왕읍의 한 식당에서 지역의 농민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음성농민약국 개국 1주년을 축하해 주고 있다.
 음성군 금왕읍의 한 식당에서 지역의 농민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음성농민약국 개국 1주년을 축하해 주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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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을 다니다 보면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분들이 있었을 텐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돈이지만 농촌은 특히 농민은 정말 시간적인 어려움도 크다. 하루 농사일을 빼고 병원을 나와야 하는데 수입개방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제때 치료받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떤 분은 초기치료가 굉장히 중요한 디스크 환자인데 물리치료도 못 받고 소염진통제가 포함된 처방약만 겨우 받아 가는 경우도 있다."

- 약국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보람이 있다면?
"그야 물론 다시 찾아와주시는 환자분들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주시고, 약 먹고 좋아졌다고 격려해주시는 말들이 큰 보람이다. 무엇보다 농민약국 약사로서 농촌을 다니면서 농민들을 접하고 그들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이 보람 중에 보람이다."

- 농민약국을 대하는 농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마디로 표현하면 '좋다'다. 처음에는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궁금한 눈빛으로 보시기도 하고, 안마해드리는 손길을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다들 정말 좋아하신다. 우리기 농촌을 찾아다니면서 농민들을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직 1년밖에 안 지나서 우선은 더 많은 마을을 찾아다니고 싶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현실이지만 농민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나누고 싶고, 농민들의 활짝 웃는 모습도 계속 보고 싶다.

사실 이런 활동을 다니면 농민들이 무엇인가 받는 입장이라고만 생각하는데 다니는 우리가 받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농민약국은 처음부터 농민들이 성금으로 자신들의 건강을 지켜주라고 만든 약국이다.

그 속에 들어와서 활동만 하는 우리가 오히려 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을에서, 약국에서 느끼는 보람, 즐거움, 기쁨은 농민약국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 농민들에게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의 끝말이다.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
 김선영 음성농민약국 책임약사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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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한 국가의 식량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국가 기간산업이며, 21세기는 식량자급이 무기가 되는 식량안보산업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농업은 그 특성상 기계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을 보호하고 육성하지 않으면 지켜나갈 수 없으며, 이러한 농민의 건강권이야말로 농업을 지켜나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농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합니다.

개방농정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촌경제를 악화시켜 육체적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농업의 특성상 적당한 시간 일하고 노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적당한 휴식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의료기관 접근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농촌의료의 현실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민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농촌보건의료체계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산업재해보험법처럼 농민들이 농사를 짓다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국가에서 책임져주는 농업노동재해보험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농민의 건강은 농촌경제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노동 강도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 병의원을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경제 능력 등이 가능할 수 있도록 농업에 대한 가지 존중과 농촌경제문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년전 음성농민약국 개국 당시 농민들이 개국을 축하고 있다.
 1년전 음성농민약국 개국 당시 농민들이 개국을 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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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농민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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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음성농민약국, #김선영,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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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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