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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적어도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면 보통 국민이 당연히 지키는 법질서는 최소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간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사유화했고, 그 결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골몰하는 경향들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경향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와 측근들이 퇴임 후 비리혐의로 연루되었고, 전직 대통령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나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각종 비리나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은밀하게 이뤄지거나, 재직 중이라도 범죄행위가 밝혀지면 자리를 보전할 수가 없었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는 필수과목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그 역시 위장전입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그 역시 위장전입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유성호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직을 받아 지도자가 되겠다는 상당수의 인사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 그로 말미암아 결국에는 망신만 당하고 낙마하는 인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사과성의 발언 한마디만 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닌,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질러야 하는 통과의례적인 절차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들에게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 세금탈루는 필수과목으로 취급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들을 해왔지만, 그동안 그들에게는 이런 범법행위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임명되는 고위직 인사마다 위의 열거된 항목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거의 없다.


위장전입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논문 표절할 학력도 없고, 세금탈루할 돈도 없는 사람, 나라의 부르심을 받아 인생의 황금기에 국방의무를 다하고 나왔으며 또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이들은 이 사회 밑바닥 인생들인가? 윗물이 이렇게 구정물이다 보니 땀 흘리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도래한 듯하다. 

 

그런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저렇게 떵떵거리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데 도대체 나는 뭔가 싶어 준법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의 범죄행위는 범죄도 아니라는 인식들이 팽배해지다 보니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범죄공화국이 된 듯하다.

 

고위공직자들의 타락이 무섭다


아이들이 "아빠는 높은 사람 되긴 틀렸네?"할까 부끄럽다. 왜 아빠는 위장전입도 못 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면서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군대까지 대물림으로 가게 하느냐며 항의라도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상상이긴 하지만, 도대체 이런 상상을 하게 하는 현실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관한 의원질의를 들으며 목을 축이고 있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관한 의원질의를 들으며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고위공직자 혹은 지도자들의 타락은 이래서 무섭다. 전사회적으로 그들의 비도덕성이 감염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구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제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는 아이들 말로 좋은 나라가 아니다.  '로또 대박'을 통해서나 신분이동이 가능한 사회가 아닌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라며 그들은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털어서 위장전입, 세금탈루, 학력위조, 징집면제, 논문표절이 술술 떨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현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털면 그렇게 굵직굵직한 비리들이 줄줄이 쏟아지는가?

 

그대들은 이 나라의 고위공직자,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부끄러움을 상실한 이들이여, 당신들은 지도자이면 안 된다. 그 정도의 상식이 있었다면 제의가 들어왔을때 정중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비정규직 해고대란설을 유포한 노동부 장관이나 정치권, 그리고 일부 언론들은 자신들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변변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들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바심에 떨었을지 그들은 모른다. 대신 자신들의 거짓말을 국민이 잊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고위공직자를 비롯하여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평균점 이하이기 때문이다.


준법국민으로 살아가는 나는 너무 억울하다.


#공직자 윤리#위장전입#징집면제#논문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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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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