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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루 티티카카 호수를 따라 늦어도 저녁 휴식은 볼리비아에서 취할 것 같습니다.

작년 8월경에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본인도 얼이 많이 빠져 있었고-가짜 경찰단(가짜 멕시칸 사칭 여행자, 가짜 경찰, 가짜 택시기사 등)을 만나 2100달러나 뺏긴 아픈 경험이 있었는데 그후에도 비슷한 시도들이 볼리비아 수도 La Paz(라 파스)에서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미 곳곳을 다닌 이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가 아닌 안내자로 움직이는 입장에서는 나름의 장단점들을 비교할 기회가 되는 여정이라 여깁니다.

에콰돌에서 만난 한 베테랑 교민이 초보 남미 여행중에 볼리비아에서 겪은 경험담을 새로운 입국자들에게 주의 차원에서 적어봅니다.

제목처럼 가짜 경찰단은 라 파스 전역에서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듭 주의를 주자면 사복 입은 경찰관은 아예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여행자나 지역주민을 자처하면서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인간이 인간을 못 믿게 하는 불신풍조를 조장할지는 몰라도 무조건 상대를 마시기 바랍니다.

자, 이들이 이제는 도심에서만 아니라 어떻게 국경까지 진출을 하여 사냥감을 모색하는지 주의해 살펴볼까요.
   페루와 볼리비아를 사이에 둔 티티카카 호수, 검은 점선이 국경이고 볼리비아로 들어가는 두 개의 국경사무소가 표시되어있다.
페루와 볼리비아를 사이에 둔 티티카카 호수, 검은 점선이 국경이고 볼리비아로 들어가는 두 개의 국경사무소가 표시되어있다. ⓒ 박우물

페루 뿌노에서 볼리비아로 육로 입국을 하는 공식 경로는 두 군데가 있다. 호수를 끼고 중간에 융구요 쪽으로 들어가는 코스는 볼리비아의 또 다른 명소 Copacabana(꼬빠까바나)로 연결되지만 지금 언급하는 지역 (Desaygurode)데사구로데보다 시간이 배나 걸린다는 단점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여행자들이 별반 이용치 않는 것 같다. 데사구로데 국경은 Puno(뿌노)에서 3-4시간 걸리고 오르메뇨 같은 국제버스들도 이 길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 국경 출입국관리소는 공권력의 부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로 봐도 무방하다. 다리를 넘기 전 볼리비아 경찰들이 반입품목을 검사한다면서 따로 별실로 데려가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한다. 어느 경찰관은 말할 줄 아는 영어 단어가 오로지 'Money'뿐이다.

다리를 통과하면 얼굴도 이제 완연히 기억되는 늙수그레한 경찰이 여권을 요구하며 트집을 잡는다. 물론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잡아서 돌려주지 않는 수법이다. 가급적 도로를 걸어 왼쪽편에 보이는 사무실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돌아서서 다시 들어갈 것을 권유한다. 본인은 이 늙수그레한 경찰에 붙잡혀 여권을 압수당하자 서랍 속 여권을 용감하게(?) 재탈취하는 촌극을 연출한 적도 있다.

이 국경은 국제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엄청 저렴하게 통과할 수 있으나 혼자 여행객이 통과하기에는 걸림돌이 참 많다.

이 교민분은 속한 국가간의 연합신분증 안디나 카드를 보여주고 무사히 통과했다. 거기에서 볼리비아 라파스까지는 2시간이면 진입이 가능한 마이크로 버스나 일반버스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이 아미고, 저 Micro버스 타고 가려면 시간도 걸리고 당신처럼 짐도 많은 사람은 불편하니 택시를 이용하는 건 어때?"

순박하게 생긴-이쪽 사람들 얼굴이 대부분 그렇다-남자가 접근을 하자 그 교민이 봐도 그럴싸한 것 같아 순순히 따랐단다.

본인도 여러 유형의 교통수단을 이용해봐서 알지만 그런 제안이 사실 이상한 것은 아니다.
보통 택시는 일본제 차를 개조한 것으로 뒤에 짐 실을 공간이 여유롭고 이 공간이 빌 때는 이곳마저 값싸게 승객을 태우기도 하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승객이 꽉 차야만 움직이는 구조라 이 한인교민과 그 제안자까지 해서 자리가 차자 택시는 바로 출발을 했다. '무슨 나이든 사람이 휴대폰을 가지고 저리 장난을 좋아하나?' 처음 그를 이끈 볼리비아노는 직접 전화가 아닌 부지런히 문자 같은 것을 보내는 데 나중 생각해보니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는 아마 우리 출발하고 있으니 대기하라고 하는 신호로 해석이 되었단다.

라파스까지 도착하는 동안 부지런히 손을 놀려 휴대폰 음향으로만 문자를 보내더니 라파스에 도착할 때쯤 엉뚱한 소리를 한다.

"계속 타고 가다 보면 차도 막히고 돈도 더 드니까 나랑 여기에서 내려 네가 가려는 시내 모처로 가는 건 어때?"

라파스에는 처음 와본 교민은 그런가 하면서 사실은 본인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다 이른 것인데 멋모르고 내렸단다. 그때 동승한 사람들에게 내리면서 물어보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목적지까지 거의 다 온 거라고 하였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별반 의심을 안 하고 말이다. 다만 사업을 크게 해 돈이 많다는 녀석이 친절을 베풀면서 택시비 몇 푼이나 된다고 반반 하는 것은 좀 못미더웠지만.

어렵잖게 택시를 그 녀석과 같이 타고 코너를 돌았다든가, 아님 타자마자 그랬다든가 정해진 각본대로 한 사복남자가 택시에 다가오더니 불쑥 신분증 같은 것을 쓱 보여주며 경찰이라며 신분증을 요구한다.

그러자 택시기사랑 이 녀석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기다렸다는 듯 신분증을 꺼내 경찰에게 건네주고 이제 마지막 차례로 에콰돌 한인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가짜 경찰에 대해 익히 듣고 있었던 이 한인, 한국말로 슬슬 웃으며 말했다.

"야, 자식아. 너 경찰 아니지. 무슨 경찰이 정복도 안 입고 검문한다는 거야. 신분증 못줘 짜슥아."

예상하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고 엉뚱하게 알다듣지도 못할 한국어로 말을 해대자 경찰사칭자는 뻥한 표정을 짓더니 교민을 쳐다보며 다시 요구를 하더란다. 이때쯤 해서 교민은 에스빠뇰로 택시기사에게 이 친구 가짜 경찰이니 상대하지 말고 저쪽 코너에서 세워달라고 하니 기사는 겁에 질린 척 그래도 되느냐며 마지못해 몇 발자국 앞까지 차를 운전하였다.

"저 사람 경찰인데. 그렇게 대해도 돼?"

동승자는 무슨 불만반 걱정반 하는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무슨 놈의 경찰은 경찰이야. 진짜 그렇다면 왜 쫓아오지도 못해. 그냥 당신도 내려."
"......"

교민은 짐을 챙겨서 내리고 국경에서부터 동행하였던 이에게 내리라고 종용하자 그 녀석은 그런다고 하면서 고개만 끄덕이더니 교민이 짐을 챙겨 내려 주춤하는 사이에 재빨리 택시에 탄 채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아하, 저 녀석이 바람잡이였고 가짜 경찰은 물론 저 택시기사까지 다 똑같은 일당이었구나.'

그때서야 교민은 국경에서부터 녀석이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에스빠뇰에 능한 교민이라 직접 전화는 못하고 소리신호로 먹잇감이 가고 있으니 준비하라고 각본을 밟아갔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교민 경우는 다행히 당하지 않았지만 바로 얼마 전 일이고 수도에서만 횡행하던 가짜 경찰단이 이제 국경까지 사냥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서 볼리비아에 입국하려는 여행자들에게 주의사항으로 올려본다.

들은 사례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혹 부정확한 묘사도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닥은 틀리지 않았으니 일단 볼리비아에서는 가짜 경찰단의 마수에 빠지지 않기를 신신당부한다.

수도에서는 익히 보고된 사항들이지만 이제 국경까지 원정을 다니며 무대를 넓히고 있다고 하니 여행자로서는 참 불안한 소식이 더 추가되는 것만 같다.

사족으로 이렇게 그런 조직이 유난히 볼리비아에서 활개칠 수 있는 것은 본인 생각뿐 아니라 대부분의 견해가 경찰조직이나 금융조직까지 직간접적으로 다 관여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단 그들과 조우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당하지 않아야 하지만 볼리비아, 특히 라파스에서는 어떤 이가 다가와 친절을 베풀어도 응대하지 않는 것이 상수일 것 같다.

숙소에 안내한다고 이끌고 방을 보러 간 사이에 짐을 죄다 다 가져가버린 경우나 버스 정류장에서 말을 걸어 주의를 끈 다음 바닥에 다른 일당이 귀중품을 훔쳐간 사례가 본인 지인들 중에서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아마 코파카바나의 숙소에서 티티카카 호수를 보며 잠을 청할 예정이다. 남미 최빈국 이 나라가 언제쯤 빈곤과 혼돈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긴 여정의 타국 이방인이 주제넘는 걱정을 하면서.

덧붙이는 글 | 개인카페와 블로그 : 박우물의 라틴에 http://cafe.daum.net/latine



#볼리비아 가짜경찰단#페루 뿌노#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콰돌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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