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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서울 공덕동에서 한 시민이 미래에셋생명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공덕동에서 한 시민이 미래에셋생명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 선대식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십시오."
"위험보장에서 은퇴설계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미래에셋생명이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의 광고 문구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가 풍요로운 미래는커녕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의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한 보험계약자들이 있다.

보험설계사의 거짓 상품 설명에 속아 보험 상품에 가입한 이들은 미래에셋생명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가, 되레 미래에셋생명으로부터 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당한 상황이다.

보험계약자들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에 속아 가입했고, 보험설계사가 상품설명서와 계약서에 사인했고, 보험 증서는 받지도 않았다"면서 "불완전 판매였으니 원금만이라도 돌려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계약 후 본사의 확인전화에서 보험계약자들이 모두 계약 내용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이 정상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자가 해약을 원할 경우, 해약환급금만 돌려줄 수 있다"고 전했다.

거짓 설명, 계약서 대리 사인에 보험 증서 전달도 안해... "완전히 속았다"

 전유환씨의 보험상품설명서 사본. 서명은 전씨의 보험설계사였던 김아무개씨가 한 것이다.
전유환씨의 보험상품설명서 사본. 서명은 전씨의 보험설계사였던 김아무개씨가 한 것이다. ⓒ 선대식


직장인 전유환(36·경기 고양시)씨가 미래에셋생명의 '코친디아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한 것은 지난 2007년 12월이다. 월 보험료만 101만원에 이른다. 이 상품을 소개한 이는 RFG법인대리점의 보험설계사 김아무개씨다. RFG법인대리점은 미래에셋생명의 보험 상품 판매를 위탁받은 독립법인대리점(GA)이다.

당시 전씨는 결혼자금 목적으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자 했다. 이에 김씨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로, 1년 뒤에 약간의 수익률과 함께 원금을 찾을 수 있다"며 소개했고, 결국 전씨는 이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상품은 종신 계약을 기본으로 하는 보험으로, 계약 후 1년 뒤에 해약하면 환급금은 원금의 1/4 수준에 불과했다. 김씨가 상품설명서와 계약서를 전씨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탓에 전씨는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여기에는 김씨가 대신 사인했다. 또한 김씨는 전씨에게 보험 증서와 약관도 보내지 않았다.

결국 김씨의 거짓 설명은 계약 1년여 뒤인 2008년 10월 드러났다. 전씨가 납입한 보험료 원금 1111만원을 찾으려고 했지만, 해약할 경우 해약환급금만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환급금은 244만원에 불과했다.

전씨는 "김씨가 미래에셋 본사 상담원이 계약 확인 전화를 해오면 무조건 '예'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고, 계약 후 보험 증서나 약관을 받지 못해 김씨의 거짓 설명을 알지 못했다"며 "또한 알고 보니 김씨는 변액보험판매사 자격증이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전씨에게 '변액유니버셜보험은 펀드이고, 원금이 보장된다'고 했다,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보험증서와 약관도 전씨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법정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증언했다.

전씨는 미래에셋생명에 "불완전 판매로 보험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이니, 원금을 돌려 달라"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2월 전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씨는 "돈이 없어 변호사 선임도 못한 채 법정에 나가고 있다, 소송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보험설계사도 거짓 설명을 했다고 인정했는데, 왜 원금을 돌려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소송에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 경우는 미래에셋생명과 보험설계사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기 때문에 결코 소송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 인정한 보험설계사들 "대리점에서 불완전 판매를 묵인했다"

전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은 전씨를 포함해 RFG법인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와 계약한 계약자 18명에 대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자영업자인 이아무개(27·경기 구리시)씨도 법정에서 미래에셋생명과 싸우고 있다. 그 역시 "보험설계사의 거짓 상품 설명에 속아 월 20만원씩 내는 '코친디아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험료를 4개월 납입한 뒤에도 보험설계사가 보험 증서와 약관을 주지 않아서 확인해보니 상품 설명과 실제 상품 내용이 달랐다"며 "또한 상품설명서에는 보험설계사가 대신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미래에셋생명은 도둑"이라며 "앉아서 돈만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RFG법인대리점에서 근무했던 보험설계사들은 "대리점에서 불완전판매를 묵인하는 분위기였고,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인정했다. 이씨의 보험설계사였던 김모씨는 "계약서·상품설명서 대리 서명은 비일비재했고, 많은 설계사가 변액보험판매 자격증이 없었다"며 "심지어는 신입직원에게 '변액보험은 펀드'라고 교육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씨의 보험설계사였던 김씨는 "미래에셋생명이 고객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른 보험회사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과 충분한 타협점을 찾거나 원금을 돌려준다"며 "하지만 미래에셋은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바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관계자는 "보험설계사가 상품 설명을 제대로 안했다고 인정할 경우, 보험회사로 하여금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계약자에게 원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 "보험설계사와 계약자가 돈을 더 받으려고 공모한 것"

 서울 공덕동 미래에셋생명 사옥.
서울 공덕동 미래에셋생명 사옥. ⓒ 선대식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계약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원금을 돌려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계약 후 본사 상담원이 상품설명서와 청약서에 직접 사인했는지, 상품 설명은 제대로 들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전화를 했을 때, 모두 '예'라고 했다"며 "아무리 보험설계사가 시켰다고 해도 불완전판매였다면 '아니요'라고 했어야 했다, 우리는 상품이 정상적으로 판매됐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담당자들이 수년간 많은 민원을 접하면 허위 민원인 것을 알아챌 수 있다"며 "선량한 계약자라면 당연히 원금을 돌려주겠지만, 이번에는 선량한 계약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보헙 업계에서는 지인 명의로 많은 보험 계약을 한 후, 얼마 뒤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고 미리 지급된 수수료만 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도 경험상 '먹튀' 설계사가 계약자와 짜고 벌인 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소송을 제기한 18명 중 9명은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거나 우리가 승소함으로써 소송이 마무리됐다, 법원도 우리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나머지 소송도 판결 결과에 따라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완전 판매#변액 보험#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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