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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샬롬의 집에서 열린 한나라당 타운미팅 '한국의 특별한 며느리들' 행사가 이명박 대선후보와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를 마친 뒤 이명박 후보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샬롬의 집에서 열린 한나라당 타운미팅 '한국의 특별한 며느리들' 행사가 이명박 대선후보와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를 마친 뒤 이명박 후보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사례 1] 베트남 출신 A씨는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남편은 전처와 사별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3년 후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자, 남편과 시누이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라, 더 이상 필요없다"며 그를 집 밖으로 내몰았다.

[사례 2] 필리핀 출신 B씨는 집 안에서 모국어인 타갈로그어를 쓰지 못한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그녀가 쓸 수 있는 말은 영어와 한국어뿐이다. 오히려 시댁식구들은 그녀가 영어를 자식에게 가르치면 반기는 기색이다.

[사례 3] 파키스탄 출신 남성과 결혼하게 된 한국인 여성 C씨는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았다. 국제결혼 절차상 서류 제출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사관 직원은 '이 사실을 부모는 알고 있냐'는 등 그녀의 결혼에 대해 의구심 섞인 질문을 계속 던졌다. 마치 남편이 될 남자가 순진한 한국 여성과 결혼해 체류비자를 받으려고 한다는 식이었다.

2009년 8월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결혼 이민자 수는 무려 16만7090명.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만 8만8485명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우리의 일그러진 '인종차별주의'는 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급증하는 다문화 가정... 우리 사회의 인식은?

 국제결혼중개업소의 알림간판
국제결혼중개업소의 알림간판 ⓒ 이경태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한국의 인종차별주의는 대다수 가부장적 혈통주의, 국가별 경제력 차이에 따른 차별 등과 결합돼 나타난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결혼 이주여성들이다.

대다수 베트남, 필리핀, 태국, 중국 등에서 온 아시아 출신 여성들은 현재 국제결혼 이주민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

정혜실 다문화가족협회 공동대표는 "전처의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민 여성들의 임신·출산을 막는 경우가 있다"며 "베트남에서 온 한 여성은 임신을 했는데 시어머니가 낙태를 하자고 병원으로 끌고가 도망쳐 나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필요에 의해 국제결혼은 했지만 '혼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정이 있다는 것.

정 대표는 "그 시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며느리가 아니라 집안일을 돌볼 파출부와 남편의 성적인 욕구를 해소할 노예에 불과하다"며 "이런 문제는 주로 결혼 당사자들끼리의 갈등이 아닌, 시댁 식구와 이웃들의 그릇된 인식과 편견이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또 정 대표는 "우선 (이주 여성의 경우) 국제결혼중개업을 통한 '인신매매' 성격의  결혼으로 국내에 오는 일이 많다"며 "출발부터 부정적인 점을 배태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하니까 신분증을 빼앗거나, 귀화를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분증이 없을 경우 외출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주 여성들이 사실상의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다문화사회 등 담론은 넓게 퍼졌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백인, 즉 서구인을 닮아야 하고 백인이 아닌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체화되고 각인돼 있다"고 비판했다.

권미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인종차별에 대한 기준이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일 필요는 있지만 일단은 이주 여성들에 대해 문화적, 계급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기는 점이 분명히 있다"며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이주 여성의 삶을 '한국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성의 경우 지역 특성상 '낮잠'이 관습적인 습성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국에서 '게으르다', '그러니까 못산다' 등의 모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지원법'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 가정이 많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시장, 각 가게마다 출신국의 깃발이 걸려 있다. 이 시장에서는 매주 각 국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의 축제 및 프리마켓이 열린다.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 가정이 많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시장, 각 가게마다 출신국의 깃발이 걸려 있다. 이 시장에서는 매주 각 국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의 축제 및 프리마켓이 열린다. ⓒ 이경태

정부가 마냥 이런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고 한국어 교육 지원 등의 각종 복지 지원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의 법안 자체가 결혼 이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즉 나머지 이주노동자 가족, 난민가족 등을 배제하고 소외하는 법안"이라며 "말만 다문화일 뿐 한국에 투항하는 이들만 받아들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 정의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을 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법 적용 가정을 국한시키고 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정책과 관련해 "사실 이건 다문화가 아니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입장에서 오직 국제결혼한 이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이주노동자에 대한 추방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국제결혼한 이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정책도 대다수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 교육 등 한국화를 강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혜실 대표는 "다문화 교육은 사실 기존의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해왔던 것들"이라며 "정부는 그전부터 있던 활동에 대한 지원을 하면 되는데 이를 관 주도형의 단체를 만들어 중복적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취약계층 아동들이 도움을 얻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지원금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돌리는 바람에 오히려 '역차별' 반응을 조장하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아울러,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현재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라며 "현재도 다문화가정이 정상가정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이주여성들과 결혼한 남성들이 직장에서 직무상의 불이익을 받거나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대표는 "현재 입법예고된 인종차별금지법은 충분히 각 구성원 사이에서 합의되고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이 있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금지법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을 비난하는 사람들, 이주노동자에 대해 증오를 드러내는 사람들, 그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종차별금지법은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종차별주의#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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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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