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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에 한 정류장씩 걷다

 

 

걷기가 사람을 얼마나 놀랍게 변화시키는지 실제 증거로 생생하게  보여 준 이는 바로 '제주 올레' 이사장인 서명숙이다. 내가 그이를 처음 만났던 2003년 경만해도  그이 역시 지금 나와 비슷하게 두리뭉실 했다. 그런 그이가 어느 날부터 오드리 햅번처럼  날렵하게 변했는가 싶더니 산티아고 길과 네팔 트래킹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올레 길을 만들고 길을 걷는 재미에 푹 빠져 색다른 삶을 신나게 살아가고 있다.

 

<걷기의 기적>을 쓴 세실 가테프는 20년 넘게 출판사에서 일한 출판인이다. 그이는 갑상선 이상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걷기를 통해 몸과 영혼의 치유를 경험한다. 이후 그이는 도서관과 박물관 도시의 골목골목에 숨겨진 새로운 길을 찾아 걸으며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걷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으며 그 매력과 효능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저자는 걷기에 단순히 몸을 놀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물론 걷기는 기본적으로 신체활동이다. 그러나 걷는 동안 마음이 맑아지고 어지러운 심사가 고요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출근길에 한 정류장 앞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내내 자판을 두드리고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것, 뭔가 문구를 생각해 내는 일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보니 저녁 술자리 주량만 늘었기 때문이다.

 

걷기는 마약이나, 술, 담배처럼  중독 물질에 대한 의존성도 낮춰준다고 하니 영혼의 근육 만들기에 상당히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다. 다만 도시에서의 걷기는 매연과 자동차, 갖은 소음으로 인해 청량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아침에 10여 분, 오후에 20여 분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자신을 재발견 하는 걷기

 

걷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생각했던 몸의 어느 부분이 약해졌는지 금세 감지할 수 있다. 걷기의 장점 중 하나는 이런 자각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몸의 활동을 자각하는 것이고, 이완과 휴식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고 명상하는 것이며 무언가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걷기는 '이해력과 공간 적응력의 확대, 그리고 나쁜 습관으로부터의 탈피'(제 1차 <걷기와 건강> 심포지엄 보고서)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걷기의 기적 중>

 

그렇다. 걷기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철학자 칸트, 루소 같은 이들이 산책을 통해 사색의 깊이를 더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페트라르카 역시 걷기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곤 이렇게 외친다.

 

" 오늘 나는 몇 번이나 산의 정상을 우러러 보았던가! 하지만 이 욕된 세상의 진흙탕에 빠지지 않은 인간의 고결한 정신에 비한다면 저 산의 정상도 보잘것없이 보이는구나."

                                          -페트라르카 《방투산의 등정》

 

걷기는 단순한 몸놀림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과 조용히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왜 사는지 모르게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서 잠시 쉼의 시간을 얻고 싶다면 산책의 시간을 가질 일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른 존재로 우뚝 서게 한 두 발로 서기, 즉 걷기를 통해 영혼의 근육을 튼튼히 만들며 새로운 삶의 길을 꿈꿀 수 있을테니.

 


걷기의 기적

세실 가테프 지음, 김문영 옮김, 기파랑(기파랑에크리)(2006)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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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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