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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토요시장. 개장 4년을 맞은 토요시장이 관광시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 개장 4년을 맞은 토요시장이 관광시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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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빗대 '잘 키운 재래시장 하나, 열 마트 안 부럽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전라남도 장흥에 있는 토요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이 시장이 요즘 뜨고 있다. 주말 관광시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장흥군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평균 3000여 명. 추석을 앞둔 요즘엔 9000여 명에 이른다. 시장 옆 탐진강변에 마련된 주차장은 이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로 빈틈이 없을 정도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시장 연간 매출액이 토요시장 개장 전 110억 원에서 41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상권이 살아나면서 매출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식당도 생겼다. 다른 가게들도 매출이 평균 30∼40% 뛰었다. 장흥군은 토요시장의 경제유발 효과가 연간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 전라남도 장흥군 탐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장흥 토요시장. 전라남도 장흥군 탐진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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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댁이 장흥토요시장과 '할머니시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모두 이름표를 걸고 있다.
 운남댁이 장흥토요시장과 '할머니시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모두 이름표를 걸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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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난달 26일 토요시장으로 가봤다. 시끌벅적한 시장 길 양쪽에 소쿠리와 보자기에 싸인 참깨, 가지, 호박, 밤, 양파, 고구마, 도라지 등이 즐비하다. 집앞 텃밭이 통째로 시장으로 옮겨온 것 같다.

"어이 젊은 선상! 이거 몽땅 줄탱께 사가지고 가서 반찬 해먹어 봐! 무지하게 맛있어!"

한 할머니가 걸어오는 사투리에서 푸근함이 묻어난다. 눈길을 돌리니 저마다 목에 걸고 있는 이름표가 이채롭다. 운남댁, 여산댁, 황산댁…. 이곳에선 자신의 이름 석 자보다 더 익숙한 호칭들이다. 장흥 토요시장의 명물이 된 이른바 '할머니 장터'다.

"쇠괴기만 사지 말고 깨하고 마늘도 좀 사쑈."

차정희 할머니는 사람들이 너무 소고기만 찾는다고 넋두리다. 그러고 보니 고깃집이 시장통을 주름잡았다. 이곳저곳 둘러보지만 한우 판매점이 빠지지 않고 눈에 들어온다.

장흥토요시장을 찾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우고기 판매점 앞에서 쇠고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장흥토요시장을 찾은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우고기 판매점 앞에서 쇠고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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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시장의 대표상품은 누가 뭐래도 한우고기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한우는 연간 6800두. 돈으로 환산하면 340억 원 어치나 된다. 한우 판매점만도 12곳. 판매점 어디를 가더라도 '바글바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우 최고급 꽃등심 600g이 불과 2만 원. '비싸서 못 먹는다'는 말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너도나도 대량 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육, 도축, 유통을 일원화해 유통비용을 줄인 덕에 시중보다 최고 30% 가량 싸다. 구입한 한우고기의 맛을 바로 보고 싶다면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면 된다. 근당 6000원 정도면 갖가지 채소를 곁들이며 즉석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청정 득량만에서 잡아 올린 키조개나 새조개와 함께 돌판에 구워먹는 구이도 맛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만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데, 장흥사람들은 이를 '장흥삼합'이라고 한다.

장흥토요시장을 찾은 관광객이 야채를 사고 있다.
 장흥토요시장을 찾은 관광객이 야채를 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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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토요시장에서 만난 품바. 재미난 표정과 행동으로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준다.
 장흥토요시장에서 만난 품바. 재미난 표정과 행동으로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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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광장 토속음식점에선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장흥산 키조개와 낙지, 바지락, 주꾸미, 매생이, 전어, 촌닭떡국 등이 별미다. 즉석에서 만든 전통 손두부, 구수하고 따끈한 곱창전골, 무공해 우리밀 분식 등 신선한 농수축산물도 싼값에 맛볼 수 있다. 따끈한 국밥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맛도 그만이다.

토요시장엔 흥겨움도 가득하다. 연예인 초청공연을 비롯 품바와 춤 공연, 관광객 노래자랑 등 신명나는 볼거리가 푸짐하다. 시장 가운데 마련된 공연장은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촌로와 관광객들로 빈틈이 없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놀이도 지천이다. 굴렁쇠 굴리기, 투호놀이, 고리던지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의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물고기 잡기, 도자기 빚기, 천연염색, 떡메치기, 연 만들기, 대나무 물총놀이 등 계절별 체험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탐진강 둔치의 징검다리 걷기, 분수가 솟구치는 수변공원에서 줄배 타기도 정겹다. 운이 좋으면 무대에서 추억의 노래 한 곡조 불러보는 것도 재미를 더해 준다.

장흥토요시장은 여흥도 빠지지 않는다. 초대가수가 노래를 하는 사이 주민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
 장흥토요시장은 여흥도 빠지지 않는다. 초대가수가 노래를 하는 사이 주민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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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장흥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닦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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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토요시장에서 나와 억불산 우드랜드로 가본다. 지난 1960년대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으로 편백과 삼나무를 많이 심었던 곳이다. 면적이 자그마치 100㏊나 된다. 숲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고 광활하게 이어지는 연녹색의 건강한 숲에 외경심까지 든다. 산책코스로 좋다. 숲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통나무집과 한옥, 황토흙집도 보인다.

나무에 관한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관과 목공예 및 생태건축 체험장도 보인다. 목재문화체험관은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이뤄졌다. 전시공간에선 숲과 나무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고, 체험공간에선 목재문화 전반에 대해 체험할 수 있다. 나무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장흥엔 가볼만한 곳이 많다. 유치자연휴양림은 편백, 참나무, 리끼다나무가 천연 숲을 이루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까운 곳에 가지산 보림사도 있다. 철조비로사나불 좌상과 삼층석탑 석등이 국보로, 보조선사 창성탑과 보조선사 창성비, 동부도, 서부도, 목조사천왕상은 보물로 각각 지정돼 있다. 석불입상 등 지방유형문화재도 많다. 보림사에서 문화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천관산자연휴양림도 산림욕을 하기에 제격이다. 천관산에는 문학관과 시비가 있는 문학공원도 있다. 장흥댐 옆에 물문화관도 있다. 수몰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 역사문화자료실과 물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탐진강의 생태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워터리움, 그리고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회진면 선학동마을 학산 앞에 가면 가을바람에 넘실대는 메밀꽃밭도 만날 수 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이 메밀꽃밭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앞으로 펼쳐진 득량만의 푸른 물결도 환상적이다. 회진면 대리 앞바다엔 낚시와 휴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해양낚시공원도 있다.

장흥 선학동 메밀밭.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연륙교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장흥 선학동 메밀밭.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연륙교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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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관광객이 장흥 해양낚시공원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낚시 관광객이 장흥 해양낚시공원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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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장흥토요시장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영산강하구언-독천-강진-장흥(장흥읍 탐진강변)
○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화순(광주 제2순환도로)-이양-유치-장흥(장흥읍 탐진강변)



태그:#장흥토요시장, #할머니장터, #해양낚시공원, #장흥,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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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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