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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드는 성난 파도를 외롭게 견디는 바위
 달려드는 성난 파도를 외롭게 견디는 바위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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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산속에 깊은 안개가 끼어 있다. 안개 속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푸른 산등성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기분을 자아낸다. 자동차로 산등성이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양과 소들이 넓디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으며, 언덕과 언덕을 넘어 먼 곳에는 하얀 점들로 보이는 파도로 얼룩진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 다다르니 남해 해안 도로(Great Ocean Road) 경치 중 장관이라는 12사도/제자 (12 Apostles)바위가 보인다. 파도에 의해 육지가 잘려 나온 거대한 동상을 연상케 하는 돌덩이들, 자연이 만든 동상이다.

바람이 심하다. 가끔 비가 흩날리며, 비구름과 파란 하늘이 교차하는 날씨다. 바다 또한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요동친다. 천지가 창조되던 날이 이런 날일까? 성난 파도 가운데 서 있는 돌덩이들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파도와 비바람에 쓰러져 12사도가 11, 10, 9 로 줄어들 것이다. 자세히 보니 파도가 자주 닿는 아래쪽은 이미 많이 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사도 한 명도 잃었다.

 형제 바위라고 해야 하나? 두 개의 바위가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형제 바위라고 해야 하나? 두 개의 바위가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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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는 파도에 동굴이 만들어 지고 있다.
 끊임없는 파도에 동굴이 만들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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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이 한번 보고 지나치는 이름있는 곳만 아니라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모두 들려가며 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많은 산책로도 걸어 본다. 나는 이곳이 세 번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간을 내어 천천히 돌아본 적은 없다. 하루의 반이 금방 지나간다. 여행은 시간을 내어서 해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사도 바위를 떠나 서쪽으로 남해안 도로를 따라가며 몇 군데 더 들러 본다.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해안이다. 규모는 작지만 12사도/제자 바위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바위가 많다. 파도와 바람  때문에 바다 가운데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이다.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나간 바위들을 바라본다. 심한 파도와 비바람이 불어서 일까, 떨어져 나간 바위가 위엄이 있으면서도 처량하게 보인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면서 파도도 더 심해진다. 높은 파도가 절벽을 향하여 질주하다 하얀 물안개를 뿜으며 스러진다. 얼굴을 파도의 짭짤한 방울이 빗방울과 함께 덮는다. 고등학생 시절 읽었던 시 중에 아직 까지 기억되는 시가 생각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사랑에 냉랭한 애인을 향한 심정을 읊조린 시, 어느 시인이 썼는지도 모르며, 내가 왜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시 구절을 읊조려 본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닥도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기억에 남아 있는 시를 옮긴 것이므로 원작과 내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해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파도
 해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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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사도 바위 이상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바위가 근처에 많다
 12사도 바위 이상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바위가 근처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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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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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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