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산업디자인 종합메디컬센터' 조감도. 서울시는 애초 결정한 '유스호스텔 리모델링사업' 계획을 갑자기 변경해 디자인센터 건립을 추진해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받아냈다.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산업디자인 종합메디컬센터' 조감도. 서울시는 애초 결정한 '유스호스텔 리모델링사업' 계획을 갑자기 변경해 디자인센터 건립을 추진해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받아냈다. ⓒ 서울시 자료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의 도시관리계획 수립 지침과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시행규칙까지 어겨가며 동대문 이대병원부지의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추진해 결국 서울시의회의 의결까지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시 '도시계획시설 변경 결정'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동대문 이대병원 부지 안에 조성될 계획이었던 유스호스텔(공원화사업 일부)을 '산업디자인 종합메디컬센터'(디자인센터)로 변경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두 차례에 걸쳐 '심사보류'를 결정했던 서울시의회는 국토부 지침과 시조례 시행규칙까지 어긴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결국 의결했다. 한나라당 의원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와 '디자인 서울'을 시정목표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업적 쌓기를 위해 서울시가 무리하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의 서울시의회-오세훈 합작품

 지난 8일 행안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8일 행안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 권우성
서울시는 동대문 이대병원 부지(서울 종로구 종로6가 70번지 소재)를 1000억원에 매입해 지난해 10월 28일 '근린공원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부지 매입가가 높다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다.

특히 병원부지 안에 위치한 신병동의 경우 60억원을 들여 유스호스텔로 리모델링해 활용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패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대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사업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3000만원을 들여 사업타당성 조사까지 실시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시정목표로 강조하면서 이러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7일 애초 계획된 유스호스텔을 갑자기 디자인센터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의회에 제출한 '도시계획시설(공원) 변경 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 문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변경 사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결정된 부지 일부를 연구시설로 변경해 부지내 기존 이대 동대문병원 건물 일부를 산업디자인 종합메디컬 센터로 조성해 중소기업 디자인 연구·정보·교육은 물론 디자이너의 창작공간이 공존하는 디자인산업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고자 함."

2개월 전인 지난 3월 23일 추경예산심사 당시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이 "동대문을 세계적인 디자인 메카 또는 관광명소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호텔이나 그런 숙박시설이 위치상으로 절실히 필요하다"며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 30일과 9월 1일 도시관리위원회를 열어 '도시계획시설 결정 변경'을 심사했지만 '심사보류'를 결정됐다. "관련 법규정의 검토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심도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일부 의원들의 문제제기... "서울시는 예외규정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일부 의원들은 도시계획시설 변경 추진이 국토부의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과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시행규칙 등에서 규정하는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변경 불가'를 주장했다.

국토부 지침과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의 도시관리계획'은 결정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변경할 수 없다. 또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되거나 부결된 안건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5년 이내에 동일 안건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수 없다. 물론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변경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긴 하다.

그런데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방침으로 '공원화사업'(일부 유스호스텔) 추진을 결정한 지 7개월 만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추진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것이 국토부 지침과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을 어긴 행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도시관리계획"이라는 것.

류희숙 의원은 지난 9월 1일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 회의에서 "민간에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규정을 많이 하고, 서울시는 예외규정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이 건을 8개월 만에 바꾼다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위한 예외조항이 남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나 시민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예외조항' 규정을 자신들에게는 유리하도록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류 의원은 "이 지역이야말로 12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숙박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해서 추경예산까지 통과시켜놓았다"며 "용도를 서울시 구미대로 취향대로 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상임위에서 유스호스텔 숙박시설의 필요성을 왜 강조했냐?"고 따져 물었다.

류 의원은 변경을 추진하기 전에 ▲ 변경의 적절성 여부 ▲ 재원 확보 방안 ▲ 대체공원문제 등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철 위원장도 "류 의원의 발언들에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거들기까지 했다. 

이에 송득범 도시계획국장은 "사실 당초에 공원을 결정할 때 잘못됐다"며 "당초 시계획을 보면 이 부분을 공원시설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국장은 "위원님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백번 옳아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공원으로 지정된 그 자체는 잘못됐기 때문에 꾸중을 듣더라도 바로잡을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조차 "논란의 소지 있다" 지적

또한 동대문 이대병원 부지에서 가까운 옛 동대문 운동장 부지에 4000억원을 들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물을 건설하고 있어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래학 의원은 "디자인 관련 시설을 지었으면 그 안에서 모든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4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갖다 붓고도 그 옆에 지원시설을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이에 서영관 WDC(세계디자인수도) 담당관은 "DDP에 들어가는 시설은 디자인의 저변 확대를 위한 디자인 전시시설, 디자인 박물관 등이 들어간다"며 "저희들이 디자인 시정을 외치면서 디자인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기능을 할 수 없는 인프라 시설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디자인 지원시설을 만들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변경을 의결하기에 앞서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조차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2009년 6월).

김종식 수석전문위원은 국토부 지침과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등을 분석하면서 "공원 결정 및 부지 매입 후 1년이 안돼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결정한 것은 국토배 지침과 시 규칙에서 정한 예외조항 적용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은 "변경하려는 연구시설에 대한 예비적 사업타당성 조사는 아직까지 행해진 바 없어 이 시설의 집행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제41조 제2항)에 따라 '사업타당성조사'와 '투자심사'를 실시한 반면, 디자인센터 건립사업에는 이러한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성순 "서울시청-시의회, 시장 업적 위한 기관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는 지난 9월 7일 도시관리위 회의를 열어 찬반토론없이 '변경 추진안'을 의결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반대의견을 폈던 일부 의원들조차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3일 서울시 국감을 준비중인 김성순 의원은 "유스호스텔은 서울시가 3000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타당성 조사를 거쳐 확정한 사업"이라며 "시장의 방침 하나로 법령까지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디자인센터로 도시계획을 바꾸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민이 추진하는 사업은 5년 규정을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서울시장 관심사는 특혜를 주는 이율배반적인 행정행위를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청과 시의회가 시민을 위한 기관인지 시장의 업적을 위한 기관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정감사#오세훈#동대문 이대병원 공원화사업#디자인센터#김성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