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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진부한 소재와 비상식적인, 극단적인 내용 전개를 하는 드라마를 일컫는 고유대명사가 된 듯 싶다. 그래서 매번 방송에서는 막장드라뫄 같은 자극적이면서도 식상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막장드라마라는 용어가 익숙해진 요즘, 막장드라마에도 급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 중심에 선 드라마가 MBC 일일드라마 <밥줘>이다. <밥줘>는 부부의 질곡을 표현하겠다고 했지만 막장드라마치고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드라마라 매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매회 방송되는 내용이 리포트 형식으로 신문기사화 되다 보니 웬만하면 어떠한 내용이 전개되는 것쯤은 알 수가 있다. <밥줘>가 막장드라마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데 손색이 없다는 것에 이견을 달 시청자들은 없을 것이다.

 

시청률을 위한 불륜, 약보다는 독

 

<밥줘>는 과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밥줘>의 기획의도만 놓고 본다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부부의 질곡에서 분명 감동을 찾을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밥줘>는 기획의도와 달리 애초부터 시청률을 올리는데 주요한 '불륜'을 그리는 것에 치중했다.

 

'불륜'이란 소재도 잘만 그린다면 충분히 부부의 질곡을 표현할 수 있었다. 사실상, 남자가 한 번쯤 외도를 해서 믿었던 신뢰가 깨지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한 불륜이 드라마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도 흔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어느 정도 묵인 하에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불륜'이란 소재로 <밥줘>에서는 색다르게 시도한 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든 원인이 돼버렸다. 시도 자체를 평가한다고 하면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불륜이란 소재를 색다르게 전개하고자 함은 불륜에 싫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위함이다. 즉, 시청률을 위해 약을 처방했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다.

 

대부분 드라마 속에서 불륜은 남편의 외도로 평범했던 가정주부인 아내가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내연녀는 결혼을 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의 자리를 내어준 아내는 복수를 하거나 홀로서기를 한다.

 

여기에 뒤늦게 깨달은 남편이 다시 이혼한 아내를 찾고, 아내는 그 부름에 응답을 하거나다시금 자신을 존중하는 남자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드라마의 모습이다. 여기엔 어느 정도의 현실성과 약간의 판타지가 뒤섞이기 마련이다. 불륜 자체가 현실이라면 연하의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밥줘>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불륜을 이야기했다면 지금까지도 절대적인 호응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밥줘>에 불륜도 시작은 비슷했다. 하지만 아내가 심한 배반감에 사로잡힌 이후부터 상황은 달랐다. 내연녀 화진(최수린)은 아내를 인정하면서 로맨스만 즐기겠다고 선언했고, 남편 선우(김성민)도 아내 영란(하희라)과의 이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드러내고 뻔뻔하게 불륜을 즐겼다. 물론 아마도 이러한 뻔뻔함에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이 영란에게 지지를 보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전개를 선보여 색다름과 시청자들 호응을 끌어내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전개가 되었고, 선우와 화진의 태도는 물론이며 영란의 태도까지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영란이 연하의 남자와 만나며 화진이 사라진 후 이혼을 하게 되고 선우는 다시 돌아온 화진과 병상에 눕게 된다. 여기에서 영란은 선우의 병실에서 병간호를 하면서 연하의 남자와 사랑을 이어나갔다. 심지어 병실 안에서 남자와 스킨십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젠 영란이 남편 선우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어 영란 또한 시청자들로부터 동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륜 스토리에 납치부터 시트콤과 같은 공포 호러까지 총집합해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끌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화진을 보다 못해 영란의 엄마가 납치를 사주하고, 영란의 식구들은 화진을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다.

 

여기에 마지막 말미에 이르러서는 선우의 죽은 엄마가 나타나 화진을 데려가려는 설정까지 등장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 수많은 억지스러운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밥줘>의 장르를 의심케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른 막장드라마는 재미라도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재미있어야 할 불륜 이야기는 어이가 없고 좀처럼 이해할 수 없게 돼버렸다. 결국 <밥줘>는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고사하고 산으로 가버린 느낌이다. 더욱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 캐릭터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에 가까운 행동을 벌이고 있다. 

 

우선 선우와 화진은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당당하게 불륜을 인정하면서 아내의 자리에 영란이 있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행동은 이해불가이다. 여기에 영란의 미적지근한 행동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화진과 어울리는 딸에게 자신의 남자친구 딸을 은근슬쩍 자랑하며 질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엄마로서의 본분을 잊은 행동이다. 또한 영란의 딸과 친척들이 화진의 아들 토미와 의형제라고 떠들어대는 장면 자체 또한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다.

 

특히 화진과 사업을 하면서 화진의 죽음에 대성통곡을 하는 영란의 언니 영심(김혜선)네의 모습은 과연 저 사람이 영란의 친언니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결국 드라마의 전개 자체가 산으로 가다보니 캐릭터들 또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밥줘>의 결론은 '재미없다'이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허구이기 때문에 현실적일 필요도 없다. 아니, 너무 현실적이라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상업적인 드라마라면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하지만 <밥줘>는 다른 막장드라마와 달리 재미라는 요소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적어도 <아내의 유혹>에서도 점 하나 찍고 복수하는 내용이지만 재미가 있었다. 막장 드라마의 대가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도 얼토당토 안한 내용이었지만 재미라는 요소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밥줘>는 재미도 공감도 없다. 오로지 작가의 억지스러운 스토리만이 남아 있다. 인기행진을 하다 서서히 추락하는 <밥줘>는 이같은 상황 때문인지 2주 먼저 앞당겨 종영했다. 씁쓸한 퇴장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작가도 이러한 실패를 거울삼아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시청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함께 송고합니다. 


#밥줘#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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