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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군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낙안군 폐군 101년째 되던 지난 2009년 10월 1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자치제도기획관 자치제도과에서는 낙안군 폐군과 관련해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일제시대 이전의 행정구역 자료는 이미 100년 이상이 경과한 데다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자료가 소실되어 찾지 못하였음을 알려드리며, 일제시대 이전의 행정구역 등의 구체적인 변경사유 등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즉, 왜 낙안군이 폐군이 됐는가? 왜 지역과 지역민을 30킬로미터씩이나 떨어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쪼개놨는가? 평야를 나눠놓거나 마을을 갈라놓는 등 경계는 왜 이렇게 불합리한가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자료가 소실돼 답변을 못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못하든 안하든 별 의미는 없다. 그 어떤 답변도 이곳의 상황을 이치에 맞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통량 조사, 유동인구 조사, 생활권 조사 결과는?

 

최근 국가는 지역통합을 위한 교통량조사, 유동(이동)인구 조사, 생활권 조사 등을 강화하고 있다. 통합의 근거 자료로 사용키 위함인데 만약 이 자료만 놓고 본다면 옛 낙안군 지역민들간의 왕래는 거의 없고 현재 생활권도 인근 도시인 순천시가 분명하다.

 

즉, 옛 낙안군 지역민이었던 외서, 낙안, 별량(순천), 벌교(보성), 동강, 대서(고흥) 등의 주민들이 이제 모두 순천시내로 향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기에 상호 유동(이동)인구는 미미한 상태며 낙안과 벌교의 차량왕래는 도로를 넓힐 만큼의 상황도 아닌 생활권 자체가 서로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자료만을 펼쳐놓고 "낙안군이 101년 전에 강제로 폐군되지 않았어도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자연스럽게 소 고을이었던 옛 낙안군을 붕괴시켰을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이가 나올 수도 있다.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최근 필자는 인터넷 토론방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철학적 의미의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두 장면을 비교해 놓은 것인데 한쪽은 행사 의상을 입고 있는 레이싱걸의 모습이며 한쪽은 그 행사의상 위로 검은 두 줄을 그어놓은 것이다.

 

이 사진은 필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본질을 흐려놓은 검은 두 줄로 인해서 같은 사진이지만 전혀 다른 사진이 되고 말았고 행사모델이 졸지에 누드모델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필터 하나가 보이는 모든 것들을 온통 붉은색으로 만들어 세상의 풍경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만 것이다.

 

자연스런 붕괴가 아닌 낙안군은 붕괴시킨 것

 

다시 사진 얘기로 돌아가서 검은 두 줄을 그어놓고 이 여성은 누드모델이라고 말한다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의심 없이 믿을 것이다. 현재의 각종 자료를 내 놓고 옛 낙안군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붕괴라고 설명하면 그렇구나 하고 믿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 속의 여성은 검은 두 줄을 그어놨기 때문에 누드모델로 보이는 것뿐이며 낙안군 또한 행정구역을 분리해놓고 소수집단으로 만들어놨기에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고 지역발전이 멈춰 장을 보러 인근 도시로 나갔을 뿐이지 그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행정안전부의 '낙안군 폐군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답변은 낙안군을 관심 깊게 바라보는 필자에게는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나은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자료를 봤다면 합법을 가장한 또 다른 불법에 분개했을 것이 틀림없으니까...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안군, #남도TV,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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