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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은 지평선 - 눌라바 플레인(Nullarbor Plain)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은 지평선 - 눌라바 플레인(Nullarbor Plain) ⓒ 이강진

세듀나(Ceduna)에서 마지막 남은 포도주를 해산물을 안주로 마시고 이제는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의 광야를 향해 떠난다. 서부호주에 사는 사람들은 서부호주를 와보지 않고는 호주에 온 것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 광활한 서부호주의 자연대신 오페라 하우스나 하버 브리지를 보고 호주에 왔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호주 최남단 도로를 따라 눌라버 플레인(Nullarbor Plain)이라는 사막 지대를 향해 떠난다. 왼쪽으로는 남극을 향한 바다가 넘실거린다. 도로변에는 동물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다. 특이한 것은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캥거루 표지판 이외에도 타조 함께 낙타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는 것이다. 야생 낙타가 많은 모양이다.

낙타는 오래전에 중동에서 들여왔는데 이제는 호주에서 낙타를 중동으로 역 수출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요즈음은 야생 낙타가 너무 많아져 호주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돈벌이에 관심 있는 사람은 호주에 사는 야생 낙타를 잡아 수출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호주의 골칫거리도 해결해주고 돈도 벌 수 있으니 흔히 표현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다.
   
잘 뻗은 도로에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가끔 대륙을 횡단하며 물건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나 캐러밴을 끌고 여행을 하는 차가 보일 뿐이다. 물론 나같이 승용차에 뒷창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짐을 싣고 다니는 여행객도 보인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물이 극히 부족한 사막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초목으로 꽉 차있다. 이곳이 유명한 눌라버국립공원(Nullarbor National Park)이다.

조금 가다 보니 나무가 없는 땅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말 그대로 사방을 둘러보아도 초목만 보일 뿐 나무 한 그루 서있지 않다. 나무 한 그루도 방해하지 않는 지평선을 보며 운전을 한다. 돌섬 하나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를 차로 달리는 기분이다.

가끔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 놓아 남해도 구경하고 쉴 수 있는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해를 향해 심호흡한다. 발아래로는 100여 미터 이상이나 되는 낭떠러지에 검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이러한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마실 물도 없고 바다에 접근할 수도 없으니 마을 또한 생길 수 없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남극의 파도가 넘실대는 눌라바 플레인(Nullarbor Plain)
깎아지른 절벽으로 남극의 파도가 넘실대는 눌라바 플레인(Nullarbor Plain) ⓒ 이강진

 호주에서 여행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러밴 - 숙소에 캐러밴을 주차하고 근처를 돌아보려고 자그마한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
호주에서 여행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러밴 - 숙소에 캐러밴을 주차하고 근처를 돌아보려고 자그마한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 ⓒ 이강진

이렇게 지루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도로를 끝없이 달려만 간다. 100킬로 혹은 200킬로 거리를 두고 나오는 주유소와 조그만 간이식당들만 보일뿐이다. 캐러밴 파크가 있어 하루 쉬고 가려고 들어가 본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 시설 또한 엉망이다. 더군다나 굳은 맨땅이라 팩을 박을 수가 없다. 하루 묵기를 포기하고 계속 달린다.

드디어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들어서는 경계 지역에 도착했다. 게시판에는 서부호주로 가지고 갈 수 없는 품목들이 쓰여 있다. 과일과 채소는 물론 거의 모든 농산품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버리기 아까워 나무 그늘에 차를 세워놓고 과일을 먹을 수 있는 만큼 먹는다. 양파는 껍질을 까면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꿀, 과일 상자, 양파 등등을 빼앗기고 심지어는 과일과 채소를 담았던 상자는 새것으로 교체해 준다. 국경을 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서부호주에 들어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서부 호주의 광야를 달린다.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들어가는 관문, 농산물에 대한 검역이 호주 공항을 무색하게 한다.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들어가는 관문, 농산물에 대한 검역이 호주 공항을 무색하게 한다. ⓒ 이강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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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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