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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과 쌀 지원 연계 적극 검토하자." 

 

대표적 보수신문 <중앙일보>의 9월 30일자 사설제목이다. 사설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이산가족 면담신청한 실향민 12만 7726명 중 1/3은 신청만 해놓곤 숨졌다. 지금까지 상봉행사 및 화상상봉을 통해 만난 사람은 희망자 100명 가운데 2명꼴도 안 된다. 지금 같은 찔끔 상봉이 이어진다면 8만여명의 상봉 희망자가 북쪽 가족을 만날 확률은 더욱 적어진다.

 

남은 생존자는 8만 6531명. 이들 중 80대 이상이 3만2000여 명, 70대가 3만3000여 명이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애간장이 탄다. 죽기 전 혈육의 손이라도 잡고 싶은 피맺힌 소망. 정치도, 경제도, 민족도, 핵문제도 뛰어넘는 천륜, 인륜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이산가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특단의 파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너무 없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은 '성사 1건당 쌀 ○○t' 식 연계다. 과거 서독 정부가 동독의 정치범을 '돈과 맞바꾼' 사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했다. '한국형 보수' 신문 중앙일보가 '보수' 신문 중앙일보로 변한 듯 하다.

 

이산가족 추가 상봉, 선택은 정부의 몫

 

정부의 입장은 식량지원과 상봉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홍양호 통일부 차관). 북한에 대한 원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지난 북중 정상회담 때 반응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의 진위가 아직 불분명한 만큼 5자 간 협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국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의 충실한 이행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

 

지난 8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이다. 중국이 북한에 무상 원조를 주는 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저촉되는지 보겠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비록 '일과성으로 끝났다고 하지만 일과성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해프닝(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6일 적십자 실무접촉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실질적인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다. 남측은 추가 이산가족 상봉을 요청했다. 북측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북측의 요청내용을 보자.

 

"(북측의 지원내용 브리핑) 이산가족 추가 상봉에 있어 남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남측의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다.(김의도 남측 수석대표 설명내용)"

 

그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쌀 40만t 규모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암묵적으로 연계한 바 있다. 북쪽의 인도적 지원 요청범위는 아마도 이러한 전례를 참고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인도적 지원요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떠할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22일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3대 원칙을 언급한 바 있다.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중단 없는 지원 추진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지원 ▲지원 물자의 분배 투명성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대북 인도지원단체 '함께 나누는 세상' 출범식 축사)

 

이러한 3대 원칙에 입각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에서의 북한의 요청에 대해 정부는 '시급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하고 대규모 지원은 상황을 봐가며 남북한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요청은 애써 적십자 실무접촉이라며 평가절하한다. 개성공단 유씨 억류문제를 논의하던 적십자 실무접촉을 '당국간 회담'이라며 평가절상하던 때와 정반대다.

 

쌀값 폭락 방지 위해서라도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해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농촌지역 지방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볏단을 집어들고 쌀값폭락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농촌지역 지방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볏단을 집어들고 쌀값폭락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남쪽에선 벼가 들녘에서 쌀창고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북의 동포들은 식량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대북지원으로 쌀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송자 전남도의원)"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정부가 정책을 잘못하기 때문. 대북쌀지원이 중단돼 쌀은 애물단지, 천덕꾸러기로 변해버렸다. (농민들이) 일년동안 애지중지 가꾸어 온 벼를 갈아엎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겠나(김경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지난 10월 7일 국회 본청 앞에서는 농민들의 기자회견과 함께 삭발이 진행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즉각적인 대북쌀지원 재개 ▲대북지원 법제화 ▲공공비축물량 2배 이상 확대 ▲쌀목표가격 21만 원 인상 등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지원사업이 쌀값폭락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간 대북식량 지원은 없다. 이전에는 차관, 무상원조 등으로 매년 40만 톤의 쌀이 북에 지원됐다, 이는 남북간의 긴장 완화는 물론 국내 쌀 시장으로부터 격리되어 매년 증가하는 수입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쌀값 하락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대북쌀지원에 따른 쌀값 영향은 80kg 1가마당 최대 7000~8000원에 이르는 가격상승 효과가 있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재개, '그랜드 바겐'이 필요할 때

 

쌀값 폭락으로 인해 성난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있다. 재고로 있는 쌀 재고량은 60만 톤이다. 풍년을 맞은 올해 수확량을 감안하면 올해 재고량은 81만 6천 톤 정도로 예상된다. "쌀 10만 톤당 보관비용만 300억 원"(10월 6일, 국회 외통위 국감,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실장)이다. 그렇다면 재고 보관비용만 해도 2400억여 원이다. 무엇이 '실용'인지 이미 답은 나와있는 듯 하다.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인도적 지원은 민간단체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예산 430억원 중 44억 2,400만원(10.3%)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인도적 지원은 민간단체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예산 430억원 중 44억 2,400만원(10.3%)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 한상범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중 당국 차원의 인도적 지원예산은 쌀 40만t과 비료 30만t을 지원할 수 있는 7181억 7천만원이다. 이중 집행된 금액은 0%다. 올해 들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민간단체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예산 430억원 중 44억 2400만원(10.3%)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09년 7월말 현재, 통일부).

 

"1명당 100가마씩 지원하면 (이산가족 상봉 대기자 8만6천명) 860만 가마에 69만 톤 정도가 된다. 서독('정치범 석방거래-Freikauf)처럼 할 때가 됐다."

 

지난 10월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의 황진하 의원(한나라당)의 말이다. 그렇다. 여건은 성숙했다. 국내 쌀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고령인 국내 이산가족 역시 시간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에서 '그랜드 바겐'으로 바뀌었다. 쌀값 폭락을 막는 것은 물론, '이산의 아픔'을 막는 '그랜드 바겐'의 해결책은 보수신문조차 '쌀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는 것에 동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북핵문제의 당사자인데 그동안 우리의 목소리가 없었다(9월 30일)"고 했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 이산가족 상봉에서의 '그랜드 바겐'을 기대한다.

 


#그랜드바겐#이산가족 상봉#중앙일보#대북 인도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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