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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호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 국회의원이다. <조선일보> 기자이면서도 '용감하게' MBC <100분토론>에도 자주 출연하였고, 지난 2007년 총선에서는 중랑갑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여 국회부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김덕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현역 의원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개그맨 김구라의 퇴출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일개 연예인의 출연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한다는 자체가 생소하고,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연예인을 가지고 걸고 넘어지는지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국감장에서 쉬는 시간에 혹은 사담을 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인터넷홈페이지에 그 사실을 의정 활동의 기록으로 올려놓았다.

 

http://www.superjin.com/cafebbs/view.html?gid=main&bid=poldb&pid=4689

 

공식적인 질의이자 문제제기였던 것이다.

 

그의 질의에는 김구라뿐 아니라 윤종신, 최양락 등을 이른바 막말을 자주쓰는 연예인으로 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성호가 제시한 자료는 사실 TV를 자주보아온 사람에게는 이미 오래 전 얘기이다. 이런 얘기를 반박한다는 자체가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례없는 의정활동을 보여준 국회의원에게 좀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라는 의미에서다.

 

그가 예시로 든 2007년 '이런 개새끼야'라는 발언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식 지지했던 이경규가 진행하는 '라인업'이란 프로에서 과거 인터넷방송 시절을 재연해보라는 분위기에서 친한 선배 개그맨 김경민에 대해 했던 발언이다. 물론 방송에서는 '삐' 소리로 처리되어 들리지 않았으나, 제반 정황상 욕설이 인정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경고를 받은 사안이다. 2년 전 얘기이다.

 

좀 더 성실한 의정 활동을 했더라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옳다. 윤종신과 최양락이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얘기도 새삼스러운 문제제기다. 윤종신은 지난해 '명랑히어로'에서 나름 신선한 시각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했던 연예인이고, 최양락은 TV보다는 MBC라디오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에서 성대모사의 달인 배칠수와 함께 날카로운 풍자를 선보인 개그맨이기 때문이다.

 

진성호의 문제 제기가 막말이 주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은 김구라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02년 대선 그리고 2004년 탄핵 등의 시기에 그가 인터넷에서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에 대해 욕설 섞은 비판을 한 전례가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김구라의 인터넷 방송에서 그가 욕설을 했던 대상은 연예인 반, 정치인 반이었다.

 

연예인이나 국회의원이나 결국 시청자나 지역구민에 의해 선택받는 직업이다. 진성호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김구라가 나오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면 김구라는 방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실제로 욕설이 문제가 되었던 SBS의 라인업의 경우 1년도 가지 못해 막을 내리고 말았으며, 최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 역시 폐지된 바 있다.

 

진성호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가 4년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이란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정도의 의정 활동으로 차기에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지난해 12월 진성호는 바쁜 의정활동에도 첫 번째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제목은 '굿바이 노무현'이었다.

 

그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이상득, 정몽준 등 이 정권의 실세들이 모두 참석해서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그의 예측력이 대단해서일까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6개월 뒤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고 말았다.

 

그러나 '굿바이 노무현'에 대한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인터파크나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 도서판매사이트에서는 절판돼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다 팔려서 재고가 없는 것인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어렵사리 이 책에 대한 누리꾼들의 평점을 볼 수 있었는데 10점 만점에 2.5점이었다. 100점 만점이면 25점. 60점이 안 되면 낙제가 되는 대학의 학점을 감안했을 때 학사 경고를 넘어 제적까지 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점수이다.

 

지금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1주년을 앞두고 적절한 시점에서 출판된 책"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이념적으로 편향됐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사람들은 무심하게도 이 책에 대해 싸늘한 반응만을 보이고 있으니 걱정이다.

 

'난 김구라가 좋은데, 진성호는 싫다' 뭐 이런 초등학생도 비웃을 수준의 발언을 솔직히 하고 싶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건의하고 싶다.

 

 연예인이나 국회의원이나 똑같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직업임을 명심하라. 그런데 불행히도 김구라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청자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진성호는 그가 발간한 저서에 대한 평가에도 보듯이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오히려 위기를 느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자명해지지 않을까?


#김구라#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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