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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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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예전보다 확실히 잠이  적어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정말 함께 잔 사람이 깨우지 않으면 아침에 절대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눈이 자명종 시계 울리기 전에 떠진다.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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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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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또 밤이 되면 잠이 오지 않고 뒤척이는 것이다. 새벽 4시가 아직 못 되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바깥에 나와 보니, 그러나 나만 잠이 없는 게 아닌 듯, 마을의 불빛들 먼 바다의 집어등 불빛들이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여름 바다보다 가을 바다에 더 많이 집어등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안가의 건물과 집들의 불빛들도, 도시를 지키는 파수꾼의 불빛처럼 명멸하고 있었다

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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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小曲)
                       유정(柳呈)

먼 고향 구름처럼 떠도는 몸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울거나
타관 땅 바람 차라 밤에 앉으면
누구를 생각하여 등불지키리.

눈물을 구술처럼 지니는 이는
산 바다 하늘밖에 떠나 살거나
그래 또 이 한밤을 아니 잠자고
그대 불러 이 섬에 나는 울어리.

새벽바다 장관
▲ 새벽바다 장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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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김억

왼밤을 새워 가며
반뜻 빛났다
또다시 까매지는
외로운 등대
달빛도 없이 물 우에 떠도는 맘
등대와 함께 끝없이 헤매나니
반뜻 빛날 땐
그대 그려보고
새캄해 질땐
외로운 내 신세
외로운 내 신세
다시금 보여 잘줄이야 있으랴.

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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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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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 바닷가에 나오니 대낮처럼 밝은 해안선의 많은 건물들의 불빛들, 그리고 수평선에 환하게 밝히는 집어등 불빛들 너무 장관이었다. 20대 읽은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한 페이지가 머릿 속에 문득 떠올랐다. "들판 여기저기에 흩어져 타고 있는 이 불빛들 중의 몇몇하고 통신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렇게 많은 불빛들 그리고 집어등 불빛들 서로 불빛을 통해 교신을 하고 있는 듯 명멸했다. 저 불빛 속에서는 밤 깊이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고, 또 사랑을 속삭이고, 바다의 집어등 불빛들은 이 세상을 위해 고기잡이에 바쁜 어부의 불빛 ! 헤일 수 없이 많은 별빛처럼, 이름을 다 정할 수 없는 세상의 불빛들은 다 누군가를 위해, 불빛을 밝히고 있는 것이리라. 나도 저 불빛 많은 불빛 속에 누군가를 위해 밤을 새워 일하는 불빛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가을밤만은 말이다.

집어등 바다
▲ 집어등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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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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