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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수도권 격전지인 경기 수원 장안도 여야 후보들의 득표전이 뜨겁다. 사진은 수원 장안구 조원동 한 빌라에 붙여진 후보들의 선거벽보.
 10.28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수도권 격전지인 경기 수원 장안도 여야 후보들의 득표전이 뜨겁다. 사진은 수원 장안구 조원동 한 빌라에 붙여진 후보들의 선거벽보.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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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국회의원 재보선 공식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수도권 격전지인 경기 수원 장안도 여야 후보들의 득표전이 뜨겁다. 후보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파트단지·재래시장·상가 등을 누비며 '표심잡기'에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여야 후보들은 공식 선거기간 마지막 주말을 맞아 유권자들을 상대로 득표활동에 올인할 방침이어서 그야말로 막판 '금배지 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수원 장안에는 기호 1번 한나라당 박찬숙(63), 기호 2번 민주당 이찬열(50), 기호 5번 민주노동당 안동섭(45), 기호 7번 무소속 윤준영(37) 후보 등 4명이 출마했다. 그러나 선거전은 사실상 여야 3당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재선거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 당선한 한나라당 소속 박종희(49) 전 의원이 사전선거운동으로 지난 9월 10일 대법원에서 3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여야는 전국 5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궐 선거를 '미니 총선'으로 규정하고,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한나라-민주 양당은 안산 상록(을)과 함께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인 수원 장안의 선거승리를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양당은 수도권 2곳에서 승리를 이끌어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번 재선거에서 '힘 있는 여당론'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측은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를 밀어줘야 지역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득표활동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정몽준 대표와 함께 수원 장안 선거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정몽준 대표와 함께 수원 장안 선거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박찬숙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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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 이찬열 후보와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 측은 "이번 재선거 원인제공자이면서 가진 자들의 편만 드는 한나라당과 MB정권을 심판하고,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후보들의 치열한 득표전과 달리 아직 이 지역 표심은 초가을 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민심의 저변에는 정치권에 대한 냉소와 여전히 달라진 것 없는 고단한 삶에 대한 반감 등이 깔려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저녁, 수원종합운동장 사거리와 홈플러스 북수원점 앞에서 각각 진행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와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 유세현장에는 일반 유권자보다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더 많았다. 발길을 멈추고 유세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 이찬열 후보 유세 현장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에 여야 후보들은 유세지원단을 적극 가동하는 한편 저마다 "수원 장안의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목청을 높이며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표심은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아 갈길 먼 후보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조원동사무소 부근에서 만난 강아무개(57. 조원동)씨는 28일 재선거에 투표할지 여부를 묻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투표는 해서 뭐하느냐"고 잘라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그는 "참여정부 때 너무 힘들어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서민들은 더 어려워지고, 나아진 게 없지 않느냐"며 "선거고, 뭐고 다 귀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회사원 김아무개(28. 파장동)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평일에 투표를 하는 게 쉽지 않고, 솔직히 이번 재선거에 관심도 없다"면서 "누구를 뽑든 매일 초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우리 같은 직장인들의 삶이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선거 출정식에서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선대위원장 등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선거승리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선거 출정식에서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선대위원장 등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선거승리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찬열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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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최아무개(42)씨도 이번 선거에 냉소적이었다. 그는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표 달라고 고개를 숙이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안면을 바꾸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 속성 아니냐"면서 "이번 선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조원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53)씨는 "집권여당이 수적인 힘만 믿고 너무 오만해진 것 같다"면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해 혼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김아무개(51. 영화동)씨는 "이번 선거판을 보면 너도나도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선전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민주노동당이 가장 서민적인 정당에 가깝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인 조아무개(38. 정자동)씨는 "아무래도 야당보다는 여당 후보를 찍어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한나라당 후보가 국회의원 경력도 있는데다, 나름대로 능력도 있어 보여 그를 지지할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공천과 관련된 쓴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박아무개(58. 조원동)씨는 "지역에서 고생한 사람을 공천하지 않고, 작년에 영통에서 야당에 진 후보를 공천한 것은 잘못됐다"면서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고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으로 인해 이번 재선거는 투표율이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안선관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때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 같다"면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동별로 '방문홍보단' 운영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강기갑 대표와 함께 노점상들을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강기갑 대표와 함께 노점상들을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안동섭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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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8대 총선 투표율이 43.4%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재선거 투표율은 30%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30~40%에 이르는 부동표의 향배와 함께 투표율이 승패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조직력이 강한 정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여야가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원 장안은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강해 투표율이 낮으면 한나라당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자·천천지구 등의 개발로 외지 인구가 유입되면서 보수층이 엷어진데다, '손학규 사단'과 결합한 민주당의 조직력도 만만치 않아 승패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9일 재·보궐선거 투표율은 34.5%로 낮았으나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수원 장안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박종희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이 장악했다. 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심재덕 전 의원이 당선됐고,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심 전 의원이 불출마하자 한나라당이 박 전 의원을 내세워 다시 탈환했다.    

이번 재선거에서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후보단일화 성사여부다. 지난 19일 수원지역 종교계 인사들이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한 뒤 양측이 접촉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양당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현재 선거 판도는 야권의 승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야권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그:#수원 장안 재선거, #박찬숙, #이찬열, #안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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