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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저질러 온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파탄의 행위를 유권자들께서 심판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주에 대한 심판, 견제 심리가 민주당으로 간 것이지, 결코 민주당이 좋아서 표가 간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점은 민주당이 겸허하게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28일 치러진 수원시 장안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선거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이날 밤 안 후보는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20인치짜리 작은 텔레비전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지역 종교계에서 제안한 '범민주 민주후보'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안 후보는 "진보 민주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 연대의 틀 형성에 실패해 아쉽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민주당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의 밑바당엔 민주당 이찬열 후보의 당선이 결코 온전히 민주당이란 정당이나 이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 이러한 판단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한나라당이 당선될까봐 민주당에 표를 줬다"

 

이날 오후 퇴근 뒤 투표를 마친 민주노총 소속의 한 노동자는 "당 정책은 물론 그간의 살아온 행적을 봐도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가 이명박 정권 심판의 적임자임이 분명하다"면서 "그런데도 표가 갈려 혹시라도 한나라당이 당선될까봐 민주당에 표를 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도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 강하다"면서 "이러한 의미를 민주당은 깊이 생각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도 "민주당은 후보 공천이나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뜻을 민주당이 제대로 깨닫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민주당 이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3~37%정도였기에 49.22%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심판, 견제'를 바라는 표가 대거 이동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민주노동당 활동이 반이명박의 필요성, 심판의 절실함을 알려줬다"

 

안 후보의 생각도 비슷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에 크게 뒤지다 오차 범위로 좁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 심판과 견제 심리'를 자극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이 이명박 독재 심판이란 걸 내걸어 유권자들의 정권 견제 심리 형성에 적극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 서명운동 같은 걸 통해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폭로해 견제의 근거가 되도록 한 것이죠."

 

선거 전 여러 차례 진행된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한 안 후보는 "무상급식 서명운동 참여자 수가 늘어나면 늘수록 민주당 지지율도 올라가더라"면서 "우리 민주노동당의 활동이 반이명박의 필요성, 심판의 절실함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서 이번 선거에서 5570표(득표율 7.17%)를 얻은 것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출마해 1만4467표를 얻어 11.8%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상황이다.

 

"2012년엔 보수 정당들과 민주노동당이 진검승부할 수 있을 것"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분들이 민주노동당을 키워야 하고 제대로 된 서민정당이란 마음으로 적극 움직였는데도 사표 심리로 득표율이 낮게 나와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는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정말 대단히 많은 유권자들께서 호감과 지지 의사를 밝히셨다"고 "비록 사표 심리 때문에 그러한 지지가 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2010년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2012년엔 더 이상 거대 보수 양당 체제가 아니라 진보정당을 새로운 야당으로 느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때가 되면 보수 정당들과 제대로 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야당인 민주노동당이 진검 승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동섭, #민주당, #민주노동당, #이찬열, #박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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