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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피 데이>겉표지
 <오 해피 데이>겉표지
ⓒ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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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코믹 소설'의 대가로 통한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면장선거> 등의 작품은 '박장대소'를 줬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렇게 소설을 읽으며 키득키득 거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몇 안 되는 작가였다.

새롭게 소개된 <오 해피 데이>는 어떨까? 표지에 등장한 '악동'스럽게 생긴 꼬마 아이를 보고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흐흐흐…"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이번 작품도 뭔가 코믹스러울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집에 들어가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지 않은 분위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 웃음이 있기는 한데, '코믹'은 아니다. 그보다는 따사로운 햇볕을 맞이할 때 생겨나는 기분 좋은, 잔잔한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오 해피 데이>는 6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소설은 어떤 가정사를 다루고 있다. <오 해피 데이>를 읽는다는 것은 그들 각각의 집을 엿보는 것과 같은데 첫 번째는 노리코네 집이다. 전업 주부 노리코는 일상이 따분하다. 자식들은 이제 좀 컸다고 엄마를 무시하고 남편도 밖으로만 돌아다닌다. 노리코의 얼굴에 주름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리코는 외롭기도 하다. 누군가와 소통을 못하는 데서 고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노리코가 옥션에 빠졌다. 계기는 의외의 것이었다. 어떤 물건을 중고 가게에 팔려고 했는데 거의 제 값을 못 받을 것 같아 노리코는 혹시나 싶어 옥션을 통해 물건을 판다. 옥션은 구매자가 판매자의 물건을 평가할 수 있다. 노리코의 물건을 산 사람은 노리코의 매너를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노리코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아 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노리코는 쓸 만한 물건을 또 판다. 이번에도 구매자는 노리코를 칭찬한다. 그에 맞춰 노리코의 삶에 활력이 생긴다. 가족과 이웃들이 못해주는 것을 옥션에서 만난 사람들이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팔 물건이 없어지면 어쩌지? 그 생각을 하자 노리코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노리코는 남편이 아끼는 물건들까지 팔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길까?

두 번째 집은 마사하루의 집이다. 마사하루는 아내 히토미와 별거를 결정했다. 결정하자마자 아내는 자신의 짐을 몽땅 갖고 사라졌다. 그래서 마사하루의 집은 썰렁하다. 커튼도 없고 소파도 없는 그 집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마사하루는 급한 마음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사하루의 행동이 이상해진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럴까.

마사하루는 아내가 사라진 집을, 자신이 꿈꾸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추리소설도 잔뜩 들여놓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음악 감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바꾼다. 그동안 아내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마사하루의 집은 회사 동료들의 안식처처럼 발전한다. 남자 직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 집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런 때에 별거 중이던 아내가 집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화를 낼까? 속상해 할까? 아니다. 히토미는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별거를 하게 됐던 감정을 녹여줄 만큼, 그것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 과정을 유머를 섞어 따뜻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소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노리코'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옥션 중독에 빠진 전업주부가 벌이는 소동도 적절하게 배치된 유머와 함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오 해피 데이>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 <오 해피 데이>의 소설들은 잔잔하게 웃음 짓게 만드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해피 데이'를 만들어줄 만한, 그 느낌이 만만치 않아 놀랍다.


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재인(2009)


#오쿠다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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